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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우주를 읽는 과학 도구
작성일
2019-10-01
작성자
문화재청
조회수
1429

우주를 읽는 과학 도구 윤도 윤도는 일종의 나침반인데 방위를 측정하고 길흉을 판단하는 도구이다. 여러 개의 동심원으로 구성되어 있고, 여러 칸으로 구획되어 있는데, 구획된 칸 속에는 사유(四維)와 천간(天干), 지지(地支) 등의 문자와 각종 표시가 자리한다. 동심원이 마치 수레바퀴와 같아 윤도라 부른 것이 아닌가 추정해볼 수 있다. 01. 윤도는 방위를 측정하고 길흉을 판단하는 도구이다. ⓒ테마박물관

윤도의 제작과 활용

『영조실록』(권56 영조 18년 11월 20일)에 따르면, 헌종이전의 윤도 제작에 관한 내용이 보이는데, 5층 윤도가 제작된 것으로 보인다. 현재 우리가 사용하는 나경은 전통적인 윤도와는 다른 모습이었을 것으로 보이는데, 층수도 5층에서 9층으로 증가하였으며 36층, 54층 등 의 나경도 나오고 있다.


고려시대에도 윤도와 같은 역할을 담당하는 기구가 있었는데, 바로 지남부침(指南浮針)이다. 지남부침과 관련한 기록은 서긍(徐兢, ?~?)의 『선화봉사고려도경(宣和奉使高麗圖經)』 「해도(海道)」에 등장하는데, 나침반의 일종으로 남북의 구분이 가능했던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바다를 항해하면서 있었던 일화를 소개하고 있는데, 밤에는 큰 바다 가운데 머물러 있을 수 없어서 별을 살피면서 앞으로 가다가, 캄캄해지면 지남부침을 써서 남북을 헤아렸다고 한다. 해상활동의 증가는 기구를 통한 방향의 파악이 필요하였고, 필요에 부응하는 차원에서 윤도의 필요성은 컸다고 할 것이다. 그 후 나경에 대한 기록은 『선조실록(宣祖實錄)』에 등 장하는데, 이때까지만 해도 나경이 우리나라에는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선조 33년에 이문통(李文通)이 가져온 나경이 소개되고 있는데, 이문통이 당나라 때부터 집안에 내려오는 것이라고 자랑하는 듯한 대목이 등장한다. 따라서 이때까지만 해도 중국과 같은 나경은 우리에게 없었던 것으로 보이지만 윤도가 있었다는 것은 확인된다. 『영조실록(英祖實錄)』에 따르면 영조 18년에 청의 오층 윤도를 모방하였다는 기록이 보인다.


윤도는 이미 삼국시대에 제작되었을 것으로 보이는데, 그 이유는 윤도를 구성하는 데 중요한 천문학이 발달했었고 고구려 고분벽화의 사신도를 보아도 당시에 음양오행사상이 널리 퍼져 있었음을 알 수 있다. 또한 중국의 역법과 『주역(周易)』이 수입되어 신라에서는 박사와 조교를 두고 『주역』을 가르쳤다. 이렇게 주역과 천문학이 활발히 연구되고 있었던 것으로 보아 그 시기에 이미 윤도가 사용되고 있었음을 짐작할 수 있다. 고려시대에도 천문학과 주역은 연구가 지속적으로 이루어지면서 발전이 이루어졌다.


특히 풍수음양학은 천문학을 관장하는 서운관에 배속되었으며, 풍수에 밝은 오윤부 같은 사람은 벼슬을 하고 임금을 가까이 모시기도 하였다. 이렇듯 윤도를 구성하는 천문학의 발달과 윤도의 기본이 되는 주역의 발달은 고려시대에도 윤도가 널리 사용되었을 것으로 보인다. 조선시대에는 음양풍수학을 십학(十學) 중의 하나로 삼아 과거를 통해 관리를 선발했고 풍수가 국가의 통치이념으로 자리 잡음으로써 윤도의 사용도 늘어났다. 그래서 윤도는 풍수가뿐만 아니라 선비들도 가지고 다녔다. 선비들의 독특한 휴대품이었던 윤도는 대개 소형으로 패철이라 불렀으며, 이것을 부채에 매단 것을 선추(扇錘)라고 하였다.


02. 남북 방향의 측정 (동지) 03. 동서 방향의 측정 (춘분)


조상의 지혜가 담긴 윤도의 측정원리

그렇다면 윤도를 최초로 제작할 당시에 남북과 동서의 방향을 어떻게 측정하고 적용하였을까 의문을 가질 수밖에 없다. 이에 대해 조선 후기 실학자 성호 이익의『성호사설(星湖僿說)』에 언급되고 있으나, 보다 구체적인 단서가 이규경(李圭景, 1788~?)의 『오주연문장전산고(五洲衍文長箋散稿)』 「인사편(人事篇)」에 제시되고 있다. 남북과 동서의 방향을 정하는 데 해의 그림자를 통해 측정하였으며, 춘분과 추분 그리고 동지에 측정하였다는 것이다. 이는 낮과 밤의 길이 차이와 해의 높낮이와 방향성을 고려한 합리적이고 과학적인 측정법이 활용되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윤도와 현재 사용하는 나경은 공히 진북(眞北)과 자북(磁北)이 다른 모습을 보이는데, 지구 자기장의 축이 지구 자전축에서 약 11.3도 기울어져 있기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이다. 자북은 현재 캐나다 북쪽 허드슨만 부근에 있으나 최근에 연 40km의 빠른 속도로 북서쪽으로 이동하고 있어 50년 후에는 시베리아에 자북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나침반을 사용하더라도 매년 위치에 따라 그 편차를 보정해주어야 정확한 지리상의 북쪽인 진북을 알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 관측할경우 자북은 진북에서 서쪽으로 약 7도 치우쳐 있다. 이를 보정하기 위한 작업이 이루어졌고, 층별로 약7.5도 차이를 두고 있는데, 성호 이익은 7.5도의 차이가 나는 것을 이미 알고 있었다.


반면에 20세기 영국의 저명 과학사가 조지프 니덤(Joseph Needham,1900~1995)은 과학적 접근을 통해 이를 확인하고 있다. 현대 과학자의 눈으로 확인한 결과는 놀라울 정도로 정확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옛것이라 단순하고 의미 없다고 치부하기 쉬운데, 여기에는 현대과학조차도 쉽게 확인하기 어려운 난제를 극복하기 위한 우리 조상들의 지혜를 반영하고 있다. 풍수도 우리의 관심권에서 벗어나 그저 그런 신비한 과거의 유산 정도로 치부하고 있는데, 그 내면을 깊이 들여다보면 우리 조상들의 지혜가 농축되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04. 윤도장이 윤도를 제작하는 모습 ⓒ문화재청


글. 박정해 (한양대학교 동양문화학과 특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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