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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탄탄한 형식 위를 수놓은 즉흥의 선율
작성일
2019-09-03
작성자
문화재청
조회수
278

탄탄한 형식 위를 수놓은 즉흥의 선율 이생강 국가무형문화재 제45호 대금산조 예능보유자 그가 대금을 불자 슬프면서도 경쾌한 선율이 대나무 속을 미끄러져 나온다. 한(恨)과 흥(興)이 어우러진 소리를 듣고 있자니 마음 한편이 둥글게, 둥글게 일렁인다. ‘살아 있는 대금의 전설’이자, ‘대금의 아버지’로 불리는 이생강 국가무형문화재 제45호 대금산조 예능보유자. 대나무처럼 푸르고 곧은 열정으로 일궈낸 그의 인생 이야기를 한 곡조 들어봤다. 01. 산조연주에 쓰이는 대금은 시나위나 남도무악 등 다양한 가락을 연주할 수 있도록 만든 것이다. 02.‘대금의 아버지’로 불리는 이생강 국가무형문화재 제45호 대금산조 예능보유자


대금으로 단 13분만에 파리를 사로잡다


1960년 5월, 한국민속예술단 소속 무용수와 악사 등 30여 명이 에어프랑스 비행기를 타고 프랑스로 떠났다. 파리에서 열리는 세계민속음악제에 참석하기 위함이었다. 그중엔 스물세 살 청년도 있었으니, 당시 최연소 단원이었던 이생강 보유자다.


“춘향전을 무용극으로 공연해야 했는데 갑자기 주인공을 맡은 안나영 씨가 맹장수술을 하게 됐어요. 그로 인해 13분가량 공백이 생겼고, 제가 그 공백을 메우게 됐습니다. 고민할 겨를도 없이 대금을 들고 무대로 나아갔습니다. 사실 무슨 정신으로 연주를 했는지 기억이 나지 않아요. 다만, 그 순간 최선을 다했습니다. 제 인 생 최초의 대금산조 독주회였는데 지금까지도 가장 잊을 수 없는 무대예요.”


벌써 60여 년이 지난 이야기지만, 이를 회고하는 이생강 보유자의 눈빛은 형형하기만 하다.


실력으로만 평가받는 엄정한 무대 위에서 온 마음을 담아 연주했던 일이 어제처럼 생생하기 때문이다. 단 13분의 연주, 그것도 사전에 아무 준비 없이 갑작스레 서게 된 무대였으나 다음 날 프랑스 신문엔 그의 대금 연주에 관한 호평이 가득 실렸다. 사람들은 그의 대금 안에 무슨 기계장치라도 있는 게 아닌지 들여다봤고, 텅 비어 있음을 확인한 후엔 찬사를 보냈다.


“외국인들의 눈엔 대금이란 악기가 마냥 신기했나 봅니다. 대나무에 구멍 몇 개 뚫은 게 다인데 어쩌면 이렇게 좋은 소리가 나느냐며 깜짝 놀라더라고요. 파리에서의 무대 이후 전 세계 곳곳을 돌아다니며 우리의 전통음악과 대금에 대해 알렸어요. 사람들의 뜨거운 반응을 보면서 우리 음악에 얼마나 큰 힘이 있는지, 대금은 또 얼마나 아름다운 소리를 품은 악기인지 다시금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이생강 보유자는 1968년 멕시코올림픽 민속예술제에 참가했다. 1972년엔 뮌헨올림픽 공연을 마친 후 4개월간 유럽과 중동, 아프리카, 동남아시아를 순회하기도 했다. 지금까지 전 세계 50여 개국의 무대에 올랐으며, 국내외 공연기록이 천여 회에 이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