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쪽을 향해있는 별궁

창경궁은 창덕궁 동쪽과 접하고, 종묘의 북쪽과 연결되어 있다. 창덕궁과 함께 동궐이라는 하나의 궁역을 형성하고 있다.

창경궁의 원래 이름은 수강궁이다. 1418년 즉위한 세종이 상왕인 태종을 모시기 위해 지은 궁궐이다. 이후 성종 대인 1483년 대왕대비인 세조의 비 정희왕후 윤씨, 성종의 생모 소혜왕후 한씨, 예종의 계비 안순왕후 한씨를 모시기 위해 궁을 확장하여 지었고 이때 창경궁으로 이름을 바꿨다.

창경궁은 궁궐로서의 면모와 독립적인 규모를 갖췄지만 왕이 기거하면서 국사를 돌보는 장소로는 거의 쓰이지 않았다.

창경궁은 조선시대 궁궐 중 유일하게 동향으로 지어졌다. 남향이 아닌 동향을 택한 이유는 별궁으로 조성된 궁이기 때문으로 추측되며, 지형상으로도 동향이 적합했을 것으로 보인다.

성종 때 건립된 창경궁의 둘레는 4,325척이었다. 그 내부에 세워진 건물은 정전인 명정전(국보 제226호), 편전인 문정전, 그리고 통명전(보물 제818호), 환경전, 경춘전, 양화당, 숭문당, 집복헌, 영춘헌, 함인정, 정자 건물인 관덕정이 있으며, 정문인 홍화문(보물 제384호), 명정전의 출입문인 명정문(보물 제385호), 월 근문, 선인문과 옥천교(보물 제386호), 풍기대(보물 제846호), 관천대(보물 제851호), 팔각칠층석탑(보물 제1119호) 등의 석조물이 있다.

이 중 성종 15년(1484) 창건된 명정전은 현존하는 조선왕궁 법전 중에서 가장 오래된 건물이다. 신하들이 임금에게 새해 인사를 드리거나 국가의 큰 행사를 치르는 장소로 사용하였으며, 외국 사신을 맞이하던 장소로도 이용하였다. 앞면 5칸·옆면 3칸 규모의 1층 건물로, 경복궁의 근정전과 창덕궁의 인정전이 2층 규모로 거대하게 지어진 것에 비해 궁궐의 정전으로서는 작은 규모이다. 지붕은 옆면에서 볼 때 여덟 팔(八)자 모양인 팔작지붕이며, 기둥과 기둥 사이에 창방(昌枋)과 평방(平枋)을 걸고 그 위에 포작(包作)을 짜 올린 다포 양식이다. 기둥 위의 장식적인 짜임은 그 짜임새가 매우 견실하며, 그 형태가 힘차고 균형이 잡혀 있어 조선 전기의 양식을 잘 보여주고 있다. 내부 바닥에는 전돌을 깔았고 왕이 앉는 의자 뒤로 해와 달, 5개의 봉우리가 그려진 일월오악도 병풍을 설치하였다. 건물 계단 앞에는 신하들의 신분을 나타내는 24개의 품계석이 놓여 있다. 조선 전기 건축양식의 특징을 잘 계승하고 있는 건물로 건축사 연구에 귀중한 자료가 된다.

빛과 어둠, 회복의 역사

창경궁은 역사 속에서 숱한 수난을 겪어낸 장소이다.통명전은 장희빈에 얽힌 이야기가 담긴 곳이다. 숙종의 계비 인현왕후를 장희빈이 저주한 사건이 있었다. 갑술환국으로 희빈으로 강등된 장희빈은 인현왕후를 저주하며 흉물을 통명전 주변에 묻었는데 이 사실이 시녀들의 자백에 의해 밝혀지게 된다. 이에 크게 화가난 숙종은 장희빈에게 사약을 내린다.

또한 정조의 아버지인 사도세자가 뒤주에 갇혀 죽은 곳도 바로 창경궁이다. 신축년(1721년)과 임인년(1722년) 왕세자의 즉위를 둘러싸고 노론과 소론이 대립하다가 노론의 대신들이 죽음을 당한 사건이 동궁 처소를 중심으로 벌어졌다. 영조는 사도세자를 뒤주에 가둬 굶겨 죽였는데, 당시 세자가 갇힌 뒤주는 궁내 선인문 안뜰에 있었다.

창경궁도 다른 궁궐과 마찬가지로 임진왜란 때 소실됐다. 이에 광해군 7년(1615) 주요 건물들의 재건을 시작하여 광해군 8년(1616) 마무리했는데, 그보다 7년 앞서 창덕궁이 재건됨에 따라 창경궁은 조선 전기에는 그다지 활용되지 않았다. 그러나 창덕궁과 인접해 있었기에 조선왕조 역사의 중요한 무대 역할을 했다.

이후에도 계속해서 화마가 창경궁을 덮쳤다. 인조 2년 (1624) 이괄의 난과 순조 30년(1830) 대화재로 내전이 소실되기도 했다.

일제강점기에도 수난을 피치 못했다. 일제는 1909년 궁내 전각들을 헐어내고 동물원과 식물원, 이왕가 박물관을 궁내에 설치했다. 1930년대는 창경궁과 종묘로 이어지는 산줄기를 절단하고 도로를 설치하여 주변 환경을 파괴하기도 했다. 이름도 ‘창경원(昌慶苑)’으로 격하시켰다. 춘당지라는 연못을 파고 연못가에 정자를 지었으며 궁원을 일본식으로 변모시켰다. 훗날 1983년 동물원 및 식물원의 관람을 폐지하고, 명칭도 창경원에서 다시 창경궁으로 회복시켰다. 이듬해인 1984년 수정궁 철거가 이뤄졌으며 1986년까지 동물원과 식물원 및 일본식 건물을 철거하고, 명정전에서 명정문 사이 좌우 회랑과 문정전을 옛 모습대로 회복시켰다.

글. 성혜경

● 문화재해설사라는 직업이 궁금한 당신을 위한 미니 인터뷰

Q. 문화재해설사로서 구체적으로 어떤 일을 담당하고 있나요?

A. 제 역할은 창경궁을 방문한 관람객에게 창경궁을 소개하고 안내하는 것 입니다. 한 시간 정도의 시간 안에서 관람객들을 인솔하며 창경궁의 이모저모를 보여드리고 있습니다. 창경궁 내의 주요한 장소에서 관람객들 에게 그 장소에 얽힌 역사, 문화적인 이야기를 풀어가는 것이 주업무입니다. 창경궁과 우리 문화에 대한 관심과 흥미를 유도하는 것이 제 임무라고 생각합니다.
 

Q. 문화재해설사라는 직업을 선택한 특별한 계기가 있었다면 말씀해주세요.

A. 구직활동을 하며 ‘창경궁 문화재안내해설사’를 발견했을 때, 저와 아주 잘 맞는 직업이라고 직감하였습니다. 그리고 일을 시작한 현재, 저의 예감이 틀리지 않았음을 확신합니다. 이런 생각에는 몇 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저는 낯선 사람과의 만남과 대화를 두려워하지 않고 오히려 그것을 즐기는 편입니다. 유머감각도 있는 편입니다. 영어와 중국어로 의사소통이 가능하고 외국인과의 교류에 적극적입니다. 마지막으로 또한 우리 문화에 대해서 알고자 하는 열의가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저의 장점과 문화재해설사에 필요한 자질 사이에 공통되는 부분이 많다고 느낍니다. 실제로 해설을 할 때 재미와 보람을 느낄 때가 자주 있습니다. 창경궁, 창덕궁, 경복궁조차 구별을 못하시던 외국인 관람객이 춘당지에 이르러 한국의 아픈 역사에 공감을 해주실 때는 ‘내 이야기가 잘 전달이 됐나?’ 하고 내심 뿌듯해집니다.

Q. 문화재해설사가 되기 위해 어떤 준비과정을 거치셨나요?

A. 학부에서 중어중문학을 전공하고, 사학을 부전공하며 동양의 역사와 문화에 호기심이 싹트게 되었습니다. 대학 시절 중국에서의 어학연수는 사람들과의 교류, 타 문화에 대한 호기심을 증폭시켰고, 이것은 캐나다, 호주 어학연수로 이어지게 됩니다. 싱가포르에서 직장생활을 했던 것도 저의 이런 성향과 궤를 함께합니다. 싱가포르에서의 생활은 문화의 다양성에 대한 관심을 더욱 높아지게 하였고, 반면 타 문화를 접할수록 내 정체성의 토대가 되는 한국의 문화를 잘 모르고 있다는 자각 또한 갖게 하였습니다. 한국으로 귀국하여 실행한 것은 대학원 진학입니다. 동아시아학으로 석사 학위를 취득하며 한국 문화에 관련된 여러 강의를 수강하였습니다. 저는 완성형의 해설사는 아닙니다. 부족한 부분이 많지만, 하나씩 채워나가며 후에 어떤 해설을 하게 될지 스스로도 기대가 됩니다.

Q. 문화재해설사라는 직업의 장점은 무엇인가요? 물론 힘든 점, 포기해야 하는 것 등 단점도 있을 것 같은데 어떠세요?

A. 문화재해설은 피드백이 빠른 것이 특징입니다. 하루에 여러 번 해설을 진행하면서 많은 관람객을 만나게 되는데, 저의 해설에 보이는 반응을 현장에서 바로 감지할 수 있습니다. 매일 사람들과 소통하며 누군가가 저의 해설을 좋아하는 모습을 보면 보람이 느껴집니다. 3개월 정도 일을 하며 적응이 필요했던 부분은 날씨였습니다. 여름에 덥다고 마냥 에어컨 바람아래 있을 수는 없습니다. 더워도 비가 와도 해설은 진행되기 때문에 이런 부분에 익숙해져야 합니다.

Q. 앞으로의 계획과 목표, 그리고 바람이 있다면요?

A. 내국인, 외국인 모두 창경궁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으면 좋겠습니다. 더 많은 분들께 창경궁을 소개하고 알리고 싶습니다. 싸이의 ‘강남스타일’ 열풍이 불었을 때 처음에는 싸이의 노래에, 그다음에는 한국의 연예인에, 그다음에는 한국의 패션에, 한국의 음식에, 한국 여행에, 한국의 역사와 문화에 점진적으로 관심을 확산시키는 외국인들을 보고 느끼며 한류 열풍을 유지하고 이들의 이목을 붙들기 위해 우리의 좀 더 세심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그 최전선에서 가장 한국적인 것을 소개하고 알릴 수 있는 기회가 저에게 주어졌다는 점이 저의 의욕을 불러일으킵니다.

Q. 문화재해설사가 되고 싶은 분들에게 어떤 말을 전하고 싶으세요?

A. 제가 베테랑 해설사가 아니기 때문에 조언을 드릴 만한 입장은 아니지만, 우리 문화에 대한 관심과 사랑이 문화재해설사가 되는 데에 중요한 자질인 것 같습니다. 마지막으로 창경궁에서 저를 마주치면 인사를 건네주세요. 언제라도 환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