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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이름도 아름다워 금강이라네, 명주 청학동 소금강 溟州靑鶴洞小金剛
작성일
2015-11-02
작성자
문화재청
조회수
3392

가을엔 산이 사람을 부른다. 노랗고 빨갛게 철따라 고운 옷 갈아입는 산. 올 가을 들어 낮과 밤의 기온차가 심한 날이 많았던지라 단풍이 더 곱게 물들었다고 한다. 매일 보는 단풍도 아름답지만 사람의 발걸음이 더디 닿는 곳, 그 청 정 무릉도원의 단풍은 또 얼마나 투명하고 선명할 것인가. 햇살에 반짝이는 단풍을 볼 욕심에 조금 더 깊 이, 명주 청학동 소금강으로 들어가 보기로 한다. 조선시대 율곡 이이 선생이 그의 저서 『청학산기靑鶴山記』에 그 모습이 마치 금강산의 일부를 축소시켜 놓은 것 같다 묘사한 청학동 소금강. 먼지 쌓인 등산화를 툭툭 털어 신고 가을 산행에 나서는 길은 설렘으로 가득했다.

 

백두대간 줄기를 타고 오대산 초입

비로봉(해발 1,563m)을 주봉으로 한 백두대간의 중심축. 오대산은 부드러운 흙산, 오대산 지구와 절경을 지닌 바위산, 소금강 지구로 나뉜다. 특히 소금강에서 오대산 월정사까지 21km는 1970년 11월 명승으로 지정된 곳으로 무릉계武陵溪, 십자소十字沼, 금강사金剛寺, 만물상萬物相, 노인봉老人峰등의 절경이 이어진다.

한 발 한 발 깊이 걸어들어가 산을 만끽하고 싶은 마음에 강릉에서 버스를 탔다. 40분 정도 지나자 소금강 삼거리 무릉계가 나온다. 가을이 깊어가지만 아직 햇살은 따스해서 산행이 더욱 즐거운 느낌이다. 여느 등산로 초입에서나 만날수 있는 감이며 밤이며, 대추, 산나물 등등이 가을 산행을 응원하는 것 같다. 가을이라선지 산에 든 단풍만큼이나 내놓은 물건들도 알록달록 풍성하다. 재미삼아 군밤을 까먹으며 오르는 길, 발걸음도 저절로 신이 난다.

01. 하늘에서 7선녀가 내려와 목욕을 하고 하늘로 올라갔다는 전설이 있는 연화담. 그야말로 선녀탕이다. 물이 맑아선지 밑바닥 바윗돌까지 훤 히 비친다. 02. 만물상 주변으로 붉고 노란단풍이 어우러져 절경을 빚어낸다. 가을철 소금강 단풍이 왜 그리 이름났는지 수긍할만한 경치다.

 

기암절벽과 폭포, 소들이 앞서거니 뒷서거니

10분이나 걸었나? 어느 순간 소음이 멀어지더니 완전한 산길, 가을을 맞아 옷을 갈아입은 나뭇잎들이 산에 점묘화를 그린듯 아름답다. 맑은 물에 비춰진 산세를 감상하며 산을 오르기 시작한다. 십자소, 연화담, 금강사, 식당암, 구룡폭포 등을 거쳐가는 계곡 중심의 산행이다. 무릉계부터 시작하여 노인봉(1,338m)까지 총 9km가 넘는 대장정. 1박 이상을 준비하고 왔다면 노인봉을 거쳐 진고개로 넘어가는 일정을 잡았겠지만 저질체력을 핑계 삼아 만물상까지 갔다 오는 반나절 트래킹 코스를 선택한다.

초입에는 율곡선생의 친필을 탁본하여 새긴 소금강비가 보인다. 담백하고 힘찬 글씨다. 가물다 가물다 걱정이 많은 요즘이지만 산이 깊어서일까? 이곳의 계곡물만은 아직 풍성하다. 산복숭아와 산벚나무가 많아 꽃피는 봄, 무릉도원을 연상하게 한다는 무릉계, 과연 이름값을 하는 절경이다. 잘 정돈된 등산로는 계곡을 따라도 가고 계곡 위를 건너도 간다. 평일이라도 단풍을 보기 위해서인지 산길은 사람들도 북적인다.

 

십자소를 찍고 금강사까지

조금 걸었나 싶었는데 해발 280m의 십자소十字沼가 나선다. 십자소는 연화담 아래 화강암 절벽이 열십자로 갈라져 동서남북사방의 물이 모여드는 곳이다. 나무에 가려 잘 보이진 않았지만 열심히 열십자를 찾아 카메라에 남겨 본다.

길을 재촉하여 연화담蓮花潭으로 향한다. 돌계단들이 등장하지만 아직 호흡이 가빠질 정도는 아니다. 하늘에서 7선녀가 내려와 목욕을 하고 화장대(명경대)에서 화장 한 후 하늘로 올라갔다는 전설이 있는 연화담. 그야말로 선녀탕이다. 물이 맑아선지 밑바닥 바윗돌까지 훤히 비친다. 더운 여름이었다면 사람들 눈치 볼 것 없이 뛰어들고 싶을 것만 같다. 길은 다시 조붓한 나무계단으로 이어지고 그 위 조그만 비밀의 문이 보인다. 빼꼼히 열고 들어서니 산행 속 갑작스런 선물처럼 자그마한 사찰이 나온다. 금강사, 1964년 정각스님이란 분이 창건한 사찰이다. 가을 단풍과 기암괴석, 고즈넉한 산사의 모습이 어우러져 한 폭의 풍경화 같다.

돌아보는데 10여 분. 금강사에서 잠깐 휴식을 취한 후 맞은편 식당암食堂巖까지 다시 부지런히 발걸음을 옮긴다.

청학동 소금강에 올 때부터 눈길을 사로잡던 큰 바위 사진. 바로 식당암이 눈앞에 펼쳐진다. 가는 곳마다 아름다웠지만 너른 바위며 기암괴석들, 긴 계곡 너머로 비치는 저 너머 산의 단풍 빛까지 식당암은 감탄사가 절로 터진다. 바위 위에 자리를 잡고 털썩 누워본다. 푸른 가을 하늘이 끝없이 펼쳐져있다. 평화롭다.

이곳에는 신라 마지막 왕 경순왕의 아들 마의태자麻衣太子가 잃어버린 나라를 되찾고자 천여명의 군사를 조련시키면서 이곳에서 밥을 먹었다는 이야기가 전해 온다. 400여 년 전 율곡 이이도 경치에 탄복하며 이곳에서 식사를 했다지? 많은 시간이 흐른 오늘에도 식당암에는 많은 사람들이 둘러앉아 식사를 하고 있다. ‘사람보는 눈은 다 같구나’ 혼자서 킥킥대며 편평한 곳에 자리를 잡고 보온병의 커피를 한 잔 따른다. 진한 커피향이 가을과 무척이나 잘 어울린다.

03. 금강사는 1964년 정각스님 창건한 사찰로, 단풍과 기암괴석이 어우러진 고즈넉한
산사의 모습이 한 폭의 풍경화 같다.

 

금강과 빼닮은 구룡폭포, 만물상

구룡폭포를 향하는 길은 점점 더 깊어진다. 9마리의 용이 폭포 하나씩을 차지하며 노닐었다는 전설 속의 구룡폭포. 9개의 폭포가 위로부터 차례로 쏟아지는 광경이 정말 장관이다. 천지를 흔드는 것 같은 폭포소리를 듣고 있자니 뭔가 모르게 시원해진다. 등산로에서 보이는 폭포는 제 8폭포와 제 9폭포. 폭포수를 거슬러 올라가는 기분이 짜릿하다.

만물상까지는 1km, 제법 걸어야 한다. 오늘의 마지막 목적지 만물상은 여러 가지 기암괴석이 만물상처럼 진열되어 있다. 구룡폭포와 만물상은 금강산과 쌍둥이처럼 닮아 있기도 하다. 협곡을 둘러싼 기암절벽과 그 위의 소나무, 붉고 노란 단풍이 어우러져 절경을 빚어낸다. 가을철 소금강 단풍이 왜 그리 이름났는지 수긍할만한 경치다.

금강송과 함께 금강산에도 있다는 귀면암鬼面岩을 보고 있으니 언젠가 꼭 한 번 금강산에 가고 싶어진다. 자연이 가는 길엔 DMZ도 없고 철책도 없으니 단풍도 자유롭게 그 길을 넘나들겠지? 북쪽의 금강산도 지금 보고 있는 저 단풍처럼 아름답게 물들었겠지? 잠시 숨을 고르고 앉아 가보지 못한 금강의 아름다움을 상상 속에서나마 만나보고 있었다.

단풍잎 사진

 

글.신지선 사진.김병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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