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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몸과 마음을 스스로 자라게 하는 아이들의 놀이 왕대포놀이
작성일
2015-11-02
작성자
문화재청
조회수
4744

어린시절, 어른들이 막걸리가 있는 왕대포집에 갔다면 우리 아이들에겐 왕대포 놀이가 있었다. 외국에서는 단순히 등을 뛰어넘는 놀이라지만 우리나라에서는 단순히 등을 뛰어넘는 놀이가 아니다. 맨 첫 단계인 왕대포는 등을 뛰어넘어 술래의 엉덩이를 밀치면서 시작하지만, 이후 놀이의 단계들은 너무나 다양해서 왜 왕대포라 했을까 하는 의구심이 들 정도이다. 키가 작았던 나는 다른 놀이보다 왕대포 놀이가 훨씬 부담스러웠다. 키가 큰 아이가 술래가 되면 높이가 높아 부담스러웠을 뿐만 아니라‘왕대포’를 외칠 때 상대의 엉덩이 높이가 높아 매번 낮춰달라고 사정을 하거나 상대방의 엉덩이가 아닌 허벅지를 밀치게 되어 첫 단계인 왕대포에서부터 난감한 상황을 맞이해야 했다.

 

왕대포 놀이 방법

이 놀이는 간단하게 등을 구부리고 있는 술래를 뛰어넘으며 1등의 주문을 따라하는 놀이다. 놀이의 주문 가운데 아이들의 기억에 남는 일부분이 놀이이름이 되었기 때문에 지방마다 놀이이름이 다르지만 가장 많이 부르는 이름은 ‘왕대포’이다. 전국적으로 행해졌으며 서산에서는 ‘대한말’, 전라도 광주지방에서는 ‘소풍가기’란 이름으로 불린다.

놀이 방법은 다음과 같다. 가위바위보로 맨 처음 이긴사람이 1등, 다음 사람이 2등 하는 식으로 해서 순서를 정하고 마지막에 남은 사람이 술래가 된다. 술래는 등을 구부리고 손으로 발목을 잡고 있어야 한다. 나머지는 1등부터 차례로 술래를 뛰어넘는다. 이 때 1등이 어떤 내용을 주문하고 그 주문대로 행동한다. 그러면 다음 사람도 1등과 같이 주문을 외치고 동작을 한다. 각 주문 내용에 따른 행동을 제대로 하지 못하면 술래가 된다. 중간에 술래가 되어 빠져 나가면 순위가 앞으로 당겨진다. 1등이 죽으면 2등이 1등이 되고 5등이 죽으면 6등이 5등이 되는 식이다. 술래가 되었다가 풀려나면 맨 마지막 등위가 된다.

왕대포놀이 일러스트

 

주문 종류와 그에 따른 행동

왕대포 : ‘왕’에 뛰어넘고 ‘대’에 술래의 엉덩이 쪽으로 가서 서고 ‘포’에 자기 엉덩이로 술래의 엉덩이를 힘껏 부딪친다. 이 때 술래가 발을 움직이지 않으면 자기가 술래가 되고 반대로 술래가 움직이면 통과된다.

독수리 발톱 : 두 손의 손가락에 힘을 주어 독수리 발톱 모양으로 세운 다음 술래 등을 꽉 짚고 넘는다. 넘다가 술래의 머리나 엉덩이에 발이 닿게 되면 술래가 된다.

소풍 : 술래를 뛰어넘은 다음 술래 몰래 주위의 어떤 것을 줍는다. 그런 다음 한 곳에 모여 있으면 술래가 와서 그 사람이 가진 물건을 알아맞히면 그 사람이 술래가 된다. 또 다른 방법으로 모두 넘은 다음 술래도 어떤 물건을 줍는다. 그리고 술래가 물건을 내보이면 술래와 같은 물건을 주운 사람이 술래가 된다.

선생님 말씀 : 주문을 외우고 구석진 곳으로 가서 술래가 오기를 기다린다. 모두 모이면 술래는 학생, 다른 사람은 한 번씩 선생님이 된다. 이 때 술래가 아닌 사람은 술래를 마음대로 야단치거나 심부름을 시키거나 심지어 쥐어박아도 상관없다. 보통 술래는 고개를 숙이고 선생님은 으스대면서 학생을 야단치는 식으로 진행된다.

중화요리 : 중화요리에 들어가는 여러가지 재료를 하나씩 부르면서 술래의 신체부위를 잡아당기면 된다.

이밖에도 찹살떡, 멀리뛰기, 허수아비, 징검다리 등등 주문을 얼마든지 새롭게 만들어서 할 수 있다.

 

놀이도 가르쳐야 한다

왕대포 놀이는 신체적으로는 순발력, 근력, 균형 감각을 키워준다. 도약할 때 다리의 힘, 등을 짚었을 때 팔의 힘, 공중에서 몸의 균형을 유지한 후 착지 했을 때 버티는 힘이 필요하다. 또 정신적으로는 인내심, 지도력, 협동심, 사회성 등 거의 모든 인성적인 면을 훈련시킨다. 장애물에 대한 두려움을 극복하는 힘, 오랜시간 술래를 하면서 소외감을 참아내는 힘, 1등의 주문을 따라하는 협동심, 재미있는 주문을 생각해야 하는 창의력, 놀이의 지속을 위한 구성원들 사이의 양보와 타협이 있어야 한다.

유래가 불분명한 자연발생적인 남자아이들의 놀이이지만 신체적인 면과 인성적인 면에서 워낙 좋은 놀이라 많은 아이들이 이 놀이를 했으면 한다. 하지만 요즘 아이들이 워낙 컴퓨터나 휴대폰으로 놀아서 이런 종류의 놀이들이 전승되지 못하고 사라져 가고 있다. 이런 현실이 안타까워 학교에서도 가르치고 교사나 학부모를 대상으로 하는 연수도 진행한다. 아이들이 많이 재미있어 하고, 주변사물을 이용하여 창의적인 주문을 만들어 내는 것을 보고 놀란 적도 있다. 모여서 이런 놀이를 하는 아이들도 없고, 시간과 장소도 마땅치 않으니 학교에서라도 이런 놀이를 가르쳐야 하지 않을까한다. 다만 요즘 아이들의 신체적인 능력을 고려하여 안전사고에 꼭 유의해야 한다. 행여 추억삼아 어른들끼리 모여서 할 때에도 준비운동을 꼭 하길 바란다.

 

※ 참고문헌
·『전래놀이101가지』, 사계절, 이상호 지음

 

글·심창경 (전국놀이교사모임 가위바위보 집행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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