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트위터 페이스북
제목
"매 나간다!" 소리치며 꿩을 잡는 매사냥꾼 수알치
작성일
2015-11-02
작성자
문화재청
조회수
6492

수알치? 머리를 갸웃거리게 만드는 생소한 단어다.‘도대체 뭔 말일까?’궁금해 하며 인터넷 포털 사이트에 검색을 해 보면, ‘매잡이꾼’을 부르는 강원도나 경상도 북부 지방의 전통 사냥 용어임을 알 수 있다. 이외에도 매를 가지고 사냥하는 사람은 지역에 따라 봉받이, 매방소, 매받이꾼, 매꾼 등으로 다양하게 불러졌다.

인기 있는 귀족 스포츠, 매사냥

매사냥은 요즘으로 치면 승마나 요트와 같은 전통 시대의 귀족 스포츠였다. ‘첫째가 매, 둘째가 말(馬), 셋째가 첩’이라는 말까지 있었을 정도였으니, 매사냥이 얼마나 흥미진진한 고급 스포츠였는지를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신석기시대 이래로 세계 각지에서는 매를 활용한 사냥이 다양하게 이루어졌는데, 우리 민족은 삼국시대부터 귀족들 중심으로 매사냥이 시작된 것 같다. 이후 고려 후기 원나라 간섭기 때는 고려의 매가 사냥을 잘한다는 소문이 중국에까지 퍼져, 원나라황제가 훈련된 사냥매를 빈번히 요구해 왔고, 고려는 사냥매를 전담하여 기르는 ‘응방’이라는 관아까지 설치하여 매를 조련하느라 골머리를 앓기도 했다. 조선시대를 거쳐 일제강점기 때도 매사냥은 인기스포츠여서 일제강점기 때 사냥 잘하는 매는 황소 한 마리와 맞바꿀 정도였다. 허나 달도 차면 기우는 법이다. 해방 이후에도 활기차게 전국 각지에서 이뤄졌던 매사냥은 산업 사회가 되면서 점차 사라지기 시작했다. 매 자체가 천연기념물로 지정될 정도로 희귀조가 되어 버렸고, 매를 부리는 사람도 점차 줄어들어 지금은 각 지방자치단체가 무형문화재(대전광역시 시도무형문화재 제8호, 전라북도 시도 무형문화재 제20호)로 지정하여 각별히 보호할 정도로 매사냥은 단절일보 직전이다.

01. 김준근의 <매사냥>. 수알치(왼쪽), 털이꾼(앞쪽 두 사람), 배꾼 등이 매사냥에 나서는 장면이 묘사되어있다. ⓒ실시학사 고전문학연구회

 

협업과 분업이 함께하는 매사냥

사냥은 주로 가을 추수가 끝날 무렵에 시작하여 이듬해 봄까지 야산에서 이루어졌다. 사냥매는 사냥철이 되기 전에 산에 그물을 쳐서 잡은 매나 사다리를 타고 올라가 어미 몰래 둥지에서 훔친 새끼 매를 길들여 사용했다. 처음 잡은 매는 야성이 강하여 난폭하기 때문에 숙달된 수알치가 나서서 길을 들였다. 수알치는 자기와 함께 사냥에 나설 매를 복종시키기 위해 방 안에 가둬놓고 훈련시키며 차근차근 사냥매로 변모시켜 나갔다. 이때 여러 사람의 팔뚝에 번갈아 앉혀 가며 매가 사람과 친해질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했고, 이렇게 해서 길들여진 매를 데리고 꿩이나 토끼 사냥에 나섰다. 사냥을 나가기 전날 밤에는 매에게 7~8개의 목화씨를 주거나, 피 칠한 솜 혹은 수탉의 살을 물에 담가 기름기를 뺀후에 닭 깃털에 싸서 주었다. 뱃속에 든 음식물과 기름기를 반강제적으로 토해내게 하여 매가 허기진 상태에서 먹이사냥에 최선을 다하도록 하기 위한 방편이었다.

02. 고구려시대 고분인 삼실총 벽화에 그려진 매사냥. 고구려 때 이미 매를 사냥에 사용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문화콘텐츠닷컴 03. 꿩을 많이 거둔 수알치. ⓒ문화콘텐츠닷컴 04. 사냥매는 수알치가 고함을 지르면 꿩을 향해 날아가 순식간에 사냥감을 낚아챈다. ⓒ문화재청

매사냥은 합이 잘 맞는 동료들과 함께 보조를 맞춰 했다. 꿩을 모는 ‘털이꾼’, 매가 날아가는 방향을 보는 ‘배꾼’ 등 5~6명이 한 팀을 이뤄 사냥에 나섰다. 털이꾼이 “우~ 우~ 우~” 소리와 함께 작대기로 땅을 치며 야산 이곳저곳을 헤집으면, 수풀 사이에 숨어 있던 꿩들이 소스라치게 놀라며 날아오른다. 이때 털이꾼이 “애기아!”하고 목이 터져라 큰 소리로 외치면, 사냥터 전체가 관망되는 산마루에서 목을 지키고 있던 수알치는 꿩이 날아오르는 방향으로 매를 날리며 “매 나간다!” 호응했다. 날아오르는 꿩을 혼비백산하게 만들어 매가 쉽게 꿩을 낚아채도록 하기 위한 효과음들이었다. 사냥에 성공한 듯싶으면 수알치는 얼른 내달려서 꿩을 재빨리 빼앗아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매는 날카로운 부리로 사냥감을 순식간에 작살내 버린다. 그 후 배가 불러진 매는 후속 사냥에 게으름을 펴거나, 심지어는 멀리 도망쳐 버린다. 도망간 매를 되찾기위한 수단으로 수알치는 자기 매의 꽁지에 본인의 신상명세서를 적은 시치미를 매달았다. 도망 매를 발견한 사람에게 주인이 어디사는 누구인지를 알려주기 위한 최소한의 장치였다. 대체적으로 매를 찾아주면 값을 넉넉하게 쳐줬기에 대부분의 사람들은 주인에게 붙잡은 매를 돌려주었다. 하지만 사람에 따라 비싼 값에 매를 팔 욕심으로 시치미를 떼어버리는 경우도 간혹 있었다. 여기서 나온 말이 알면서도 모른 척 한다는 의미를 가진 ‘시치미 뗀다’이다. 유네스코에서는 2010년 11월에 우리나라, 아랍에미리트(UAE), 벨기에, 체코, 프랑스, 모로코, 카타르, 시리아, 사우디아라비아, 스페인, 몽골 등 11개국이 공동으로 신청한 매사냥을 인류무형유산으로 정식 등재했다. 동서양의 여러 문화권을 아우르는 공동 등재는 매사냥이 처음이라고 하니, 매사냥의 인류무형유산 등재는 그 의미가 남다르다고 할 수 있다.

 

글.장용준 (함평고등학교 교장)

만족도조사
유용한 정보가 되셨나요?
만족도조사선택 확인
메뉴담당자 : 대변인실
페이지상단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