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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한국의 전통사상과 문화에 담긴 소탈함
작성일
2015-09-01
작성자
문화재청
조회수
7337

한국의 전통사상과 문화에 담긴 소탈함. 겉모습에 구애받지 않고 내면의 아름다움을 추구한 소탈한 삶은 우리 민족의 중요한 정서와 문화의 바탕이 되었다. 왜 그리 된 것일까? 이를 알기 위해 우리 민족의 뿌리이자 근원이 된 단군신화와 홍익인간 사상에 소탈함이 어떻게 표현되어 있으며, 외래의 사상과 문화를 어떻게 포용하고 습합시켰는지 파악할 필요가 있다. 그럼으로써 복잡다단한 현실 사회의 갈등 문제 해결에도 소탈한 삶의 정서와 문화가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는지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소탈함이란 무엇인가?

소탈함은 우리 민족의 사상과 문화적 측면에서 어떤 함의를 담고 있을까? 소탈하다는 것은 인위적으로 꾸미지 아니하고 수수하고 질박하다는 뜻이다. 한마디로 겉모습을 포장하기 위해 인위적으로 가공하지 않고, 내면에 담겨 있는 본질 그대로의 순수를 추구함으로써 멋을 드러낸다는 것이다.

이를 잘 보여주고 있는 것이 단군조선시대의 고인돌이다. 어떤 장식도 하지 아니하고 자연석을 그대로 사용하여 고임돌을 밑에 받쳐두고 덮개돌을 얹어놓은 고인돌은 투박해 보이기도 하지만 거대한 암석을 이용해 죽은 이의 무덤을 만든 것에 경외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물론 소탈하다고 하여 언제나 투박해 보이는 것만은 아니다. 자연 그대로의 모습을 쟁취해냈을 때 그 아름다움은 비길 데가 없다. 고려청자가 바로 그것이다. 처음엔 아주 투박한 원시적인 토기로부터 출발하였지만 자연의 신비스러운 비취색을 발현하는 경지에 이름으로써 현대 과학기술로도 그것을 온전히 재현할 수없을 정도라는 찬탄을 자아내고 있다.

이런 소탈한 문화적 정서는 우리의 전통적인 의식주 문화에서도 확인된다. 순수성을 대표하는 흰색 옷을 즐겨 입어 우리 민족을 백의민족이라고 부르는 것, 발효식품으로써 두고두고 깊은 맛이 우러나는 김장김치, 자연 풍광과의 조화로움을 고려해 지어 그윽한 풍취를 자아내는 한옥 등이 그것이다. 이것들은 하나같이 인위적 가공보다는 내면에 담겨있는 있는 그대로의 근원성과 순수성을 추구했던 우리 민족의 소탈한 정신을 대변하고 있다. 이를 보면 소탈함이 한국 전통문화의 정서와 감정을 형성하는 데 중요 요인으로 작용하였음을 파악할 수 있다. 그 때문에 그 옛날 우리 선조들은 소탈한 삶을 이상적인 삶의 원형으로 추구하면서 중요한 삶의 논제 중의 하나로 삼았던 것이다.

01. 우리 민족은 순수성을 대표하는 흰색 옷을 즐겨 입는 까닭에 예로부터 백의민족이라 불렸다. ⓒ이미지투데이 02. 청자 상감운학문 매 병(국보 제68호). 소탈하다고 하여 언제나 투박해 보이는 것만은 아니다. 자연의 신비스러운 비취색을 띤 고려청자의 고혹적인 아름다움은 과학기술이 발전한 현대에 있어서도 그것을 재현할 수 없을 정도라고 평가받을 만큼 뛰어나다. ⓒ문화재청

 

한국의 사상과 문화의 원형이자 뿌리인 단군신화

인간의 감정과 정서는 사상에 기초하고, 사상은 정서와 감정이 뒷받침될 때 더욱 풍요로워진다. 그래서 소탈함이 우리 민족의 전통문화와 정서로 자리 잡게 된 배경을 파악하자면 먼저 단군신화속에 어떻게 표현되고 있는가를 살펴보아야 한다. 단군신화는 우리 민족의 사상과 문화의 원형이자 뿌리이기 때문이다.

03. 강화 부근리 지석묘(사적 제137호). 자연석을 그대로 사용하여 고임돌을 밑에 받쳐두고 덮개돌을 얹혀놓은 모습이 투박해 보이기도 하지만 그 거대한 위용이 경외심을 일으킨다. ⓒ문화재청 04. 1920년 대 울산의 장날 풍경. 흰옷을 입은 사람들이 시장을 가득 메우고 있다. 이처럼 흰옷을 즐겨 입는 까닭에 외국 사람들은 우리 민족을 백의민족이라 불렀다. ⓒ한국민족문화대백과

단군신화는 환인의 아들인 환웅이 하늘에서 땅으로 내려와 인간으로 화한 곰과 결혼하여 단군을 낳았고, 그 단군이 단군조선을 건국하였다고 기록하고 있다. 이는 우리 민족이 하늘과 땅과 사람, 즉 천지인天地人의 관계를 이해함에 있어서 어 떤 자세를 갖고 있는지 보여준다. 하늘, 땅, 사람 중 사람이 으뜸이라는 것을 드러내고자 할 때 하늘신마저 사람으로 살기를 소망해 땅으로 내려왔다고 하는 것보다 더 좋은 표현은 없을 것이다. 짐승같이 약탈을 저지르고 사는 인간이 악함에서 벗어나고자 한다면 수양을 하는 것 외에 다른 방법이 있겠는가. 그래서 약탈을 상징하는 고기를 먹지않고 마늘과 쑥을 먹으며 수양해야함을 밝히고 있는 것이며, 그것도 고기만을 먹는 호랑이보다 잡식을 하는 곰, 즉 오로지 약탈만을 일삼고 사는 사람보다 어느 정도 양심의 가책을 받고 사는 사람이 더 참다운 삶의 길로 나아가기 쉽다는 것을 표현하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단군신화의 구성 체계나 내용을 보면 인간이 지향해야 할 바를 인위적으로 꾸미지 않는 태도를 발견할수 있다. 그러기에 한편으로는 너무 원시적으로 보이기도 하지만그 근원과 본질, 순수성을 드러내는 표현방식은 탄복을 자아내기에 충분하다.

05. 토기 융기문 발(보물 제597호). 원시적인 아름다움 속에 투박한 정서가 녹아있다. ⓒ문화재청

 

유, 불, 도의 삼교를 포함하고 있는 단군조선의 풍류도

인위적으로 꾸미지 아니하고 근원과 순수를 추구하는 소탈함은 형식에 얽매이는 것을 꺼리기에 폐쇄적이거나 패권적으로 나아가지 않는다. 그래서 한국의 전통사상과 문화적 특징의 하나로 조화와 포용성을 들기도 한다. 외래 사상과 문화가 유입되더라도 이를 무조건 배제하기보다는 우리 고유 사상과 문화와 습합시켜 나가면서 새로운 전통 사상과 문화로 형성시켜 왔다. 무속신앙과 도교, 불교, 유교가 오랫동안 나름의 특성을 간직하면서도 서로 습합되어 발전되어 왔던 측면이 이를 보여준다고 하겠다.

그래서 신라의 대학자 최치원은 난랑비서문鸞郞碑序文에서 '우리나라에 현묘한 도가 있으니 이를 풍류라고 한다.'고 하였다. 풍류(도)는 천지인天地人의 삼일三一사상에 기초하여 홍익인간의 사상을 핵심적으로 표현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이 풍류(도)는 유, 불, 도 삼교를 내부에 포함하고 있 어 모든생명을 접하여 저절로 감화시킨다고 하면서, 효도하고 충성하는 것은 공자의 교지와 같고, 무위로써 말없이 가르침을 행하는 것은 노자의 교지와 같고, 악을 짓 지 않고 선을 행하는 것은 석가의 교화와 같다고 하였다.

실상 공자의 핵심적인 고민은 인간과 짐승의 차이가 무엇인가에 있었다. 그것이 바로 인仁이고, 인은 예禮에서 드러나기에 효와 충에 맞는 사회질서를 세우고자 하였다. 반면 석가모니는 인간이 번뇌에 휩싸이는 근본 원인을 인연의 고리라고 보면서 그 악업의 굴레를 끊음으로써 해탈의 경지에 드는 것을 삶의 목표로 설정하였으며, 노자는 이 세상이 뒤틀려가는 가장 큰 이유가 인위人爲에서 비롯된다고 보고 자연스럽게 그렇게 되어가도록 살아가는 무위無爲의 삶이야말로 참다운 도의 실현이라고 설파하였다.

06. 최치원 초상. 신라의 대학자 최치원은 난랑비서문(鸞郞碑序文)에서 ‘우리나라에 현묘한 도가 있으니 이를 풍류라고 한다.’고 하였다. ⓒ한국민족문화대백과 07. 단군신화가 기록되어 있는 『삼국유사』(1권 1~36). 단군신화의 내용을 보면 인간이 지향해야 할 바를 인위적으로 꾸미지않는 태도를 발견할 수 있다. ⓒ한국민족문화대백과

천지인天地人을 제시하면서 홍익인간의 세상을 실현하자면 유, 불,도를 자체 내에 포함할 수밖에 없다. 하늘의 뜻에 맞게 산다는 것은 이 세상이 순리대로 자연스럽게 흘러가야 한다는 것을 의미하니 노자의 뜻을 아우른 것이고, 또 그러한 삶을 살고자 한다면 자기 수양을 하면서 선한 일을 행해야 하니 석가모니의 의도 또한 포함되며, 아울러 그런 세상을 만들자면 사회질서를 세워야 하니 공자의 요지 또한 함유하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홍익인간 사상을 실현하는 방법으로 조화造化와 교화敎化, 치화治化를 제시하고 있기도 하다.

이처럼 홍익인간 사상에 담겨있는 소탈함은 그 사상을 더욱 풍요롭게 했을 뿐만 아니라, 그로 인해 유, 불, 도의 사상 또한 제 역할을 하면서도 서로 습합해나가도록 하였고, 그 때문에 한국의 전통사상과 문화는 더욱 풍부해졌다. 그래서 무위자연의 삶이라든가 안빈낙도, 공덕을 쌓는 삶이 서로 충돌하지 않으면서 조화로움을 유지하며 발전할 수 있었던 것이다.

 

현 시기의 복잡다단한 갈등구조는 소탈한 삶을 더욱 떠오르게 한다

유, 불, 도가 계속 습합의 길로만 걸어갔던 것은 아니다. 조선시대엔 오직 유교만을 숭상하며 여타의 사상을 탄압하였다. 그 결과 삼종지도三從之道같은 신분질서가 강요되었고, 유교적 명분론에 얽매여 당파분쟁이 수없이 일어났다. 마찬가지로 불교와 도교 또한 극단의 방향으로 나아갔을 때 그 폐해가 발생했다. 고려 말기에 이르러서는 고행을 하며 해탈을 추구해야 하는 승려들이 사원의 엄청난 농장을 소유함으로써 폐해를 일으켰고, 저절로 되어가는 무위의 삶을 추구하는 도교에서 장생불사라는 미혹에 빠지기도 하였다.

이런 폐해가 나타나게 된 것은 이것들을 하나로 조화를 이룰 수있는 기본 바탕을 저버렸기 때문이다. 이기적 욕망이 추구되고 있는 곳에서 소탈한 감정과 정서가 세워질 수 없을 것이며, 홍익인간 사상은 위축되고, 그로 인해 유, 불, 도는 융화되지 못하고 대립의 길을 갈 수 밖에 없다. 유, 불, 도가 극단의 길로 나아감으로 인해 폐해가 드러났던 모습은 현 시대의 복잡다단한 갈등 구조에도 재현되고 있다. 노사갈등, 지역갈등, 세대갈등, 성별갈등, 종교분쟁, 남북대결, 국제분쟁 등등. 이 런 갈등 구조를 치유하기 위해서는 조화의 사상에 근거해 그에 걸맞은 정서와 문화를 형성시켜 나가야한다. 홍익인간 사상에 바탕을 둔 소탈한 정서에서 이런 문제들의 해결책을 고민해봄직 하다.

 

글. 정호일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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