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트위터 페이스북
제목
추석음식 송편과 반달을 똑 닮은 고흥 모시잎송편
작성일
2015-09-01
작성자
문화재청
조회수
8938

추석음식 송편과 반달을 똑 닮은 고흥 모시잎송편. 추석이란 글자 그대로 달 밝은 가을밤이란 뜻으로 연중 8월 보름달의 달빛이 가장 크고 밝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농경민족인 우리 선조들은 추석 무렵이 되면 봄에서 여름 동안 가꾼 곡식과 과일들이 익 어 수확을 거두게 되고 1년 중 가장 큰 만월을 만나니 즐겁고 풍족하다. 그래서 추석에는 풍성한 결실을 맺게 해주신 조상의 은덕에 감사하는 마음을 담아 추석음식인 토란탕, 햅쌀로 만든 송편, 제 철 과일 등을 차리는 것이다.

 

조상의 지혜가 담긴 추석음식

추석에는 연중 가장 먼저 나온 햅쌀로 빚은 송편을 '오려송편'이라 하여 조상의 차례상에 올랐다. 송편의 기원을 살펴보면 문헌상 17세기부터 기록이 보이는데 1680년 『요록要錄』의 송편은 '백미白米가루로 떡을 만들어 솔잎과 켜켜로 쪄서 물에 씻어낸다'는 기록으로 보아 그 이전부터 이미 즐겨 먹었던 떡이었음을 추측할 수 있다. 또한 이익의 『성호사설星湖僿說』과 『규합총서閨閤叢書』, 『 동국세시기東國歲時記』, 『 부인필지婦人必知』, 『 시의전서是議全書』등 음식관련 문헌에 송편의 종류와 이름, 재료, 만드는 방법 등의 기록을 찾아볼 수 있다. 특히 『삼국사기三國史記』에는 송편을 반달로 만들게 된 유래가 전해져 온다. 백제 의자왕 때 궁궐 땅속에서 파낸 거북이 등에 백제는 만월滿月이고,신라는 반달半月이라는 글씨가 새겨져 있었다. 이를 보고 점쟁이가 말하기를, 백제는 달이 찼으니까 곧 기울고, 신라는 앞으로 융성할 것이라고 예언했는데 결국 백제는 망하고 신라는 삼국통일을 이루었다. 그래서 만월보다는 반월이 더 나은 미래를 나타내기 때문에 송편을 반달로 빚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송편이미지

송편은 그 모양이 보름달과 같아서 곡식을 잘 여물게 해준 달에게 감사하는 마음으로 햇곡식으로 둥글게 빚어 조상님께 그리며 감사하는 떡이다. 송편은 하늘의 씨앗인 보름달과 알알이 여문 알곡을 상징하는데, 이처럼 작은 송편에 풍요와 감사, 집 안팎의 액운이 없기를 바라는 기원의 의미를 담고있다. 완성된 송편의 모습은 반달 모양이지만 안에 소를 넣고 다물기 전에는 동글동글 보름달처럼 원모양으로 만들어 송편은 보름달과 반달이 모두 들어있다. 또한 송편을 빚을 때 처녀들이 송편을 예쁘게 빚으면 좋은 신랑을 만나고, 임산부가 송편을 예쁘게 빚으면 예쁜 딸을 낳는다고 하여 송편 빚기에 정성을 다하였는데, 여자가 태중의 아이가 여자인지 남자인지 궁금할 때에는 송편 속에 솔잎을 넣고 찐 다음 한쪽을 깨물어서 솔잎의 붙은 곳을 깨물면 딸을 낳고 솔잎의 끝 쪽을 깨물면 아들을 낳는다고 하여, 이를 점치기도 하였다고 한다.

 

쌉쌀한 맛이 매력인 고흥 모시잎송편

송편은 속에 넣는 소의 재료에 따라, 만드는 모양에 따라 종류가 다양하다. 쌀가루에 섞는 재료에 따라서도 쑥송편, 호박송편, 송기송편 등으로 나뉘는데 지역에 따라서는 감자녹말이나 고구마 녹말을 사용하여 송편을 만들기도 한다.

01. 민족의 대명절 추석을 앞두고 전남 강진군 녹향월촌에서 마을 주민들이 모시잎송편을 빚고 있다. ⓒ연합콘텐츠 02. 모시잎송편. 모시잎 송편은 엄격한 반달모양으로 일반적인 송편 보다는 크기가 크며 맛이 쌉쌀하여 별미로 제격이기도 하고 빛깔이 푸르고 청정하여 손님상에 놓으면 더욱 돋보인다. ⓒ농촌진흥청 03. 모시잎개떡. 삶은 모시잎과 멥쌀가루에 물을 섞어 만든 반죽을 지름 8cm 크기로 동글납작하게 빚은 다음 찜솥에 쪄서 참기름을 바른 전남지역의 떡이다. ⓒ전통향토음식용어사전

특히 전라도 고흥지방에서는 쌀가루에 모시잎을 넣어 반죽하는 모시잎송편이 유명하다. 모시하면 여름에 시원하게 입는 옷으로만 생각하기 쉬운데 고흥, 영광을 중심으로 한 전라도 지역에서는 식이섬유가 풍부한 푸른 모시잎으로 색을 낸 송편을 정갈하게 빚어서 차례상에 올린다. 예부터 여름철 최고의 전통 옷으로 각광받아온 한산모시옷이 있듯이 모시는 삼베와 더불어 신라시대에 대중의 옷감을 만드는 재료로 더 잘 알려져 있지만 옷감뿐 아니라 식재료로도 사용되어 왔다. 모시송편은 그 옛날 농가에서 농사가 시작되는 절기(중화절)에 노비들의 사기를 돋우어 주고 격려하여 농사일에 힘써줄 것을 부탁하는 특식의 의미로 그들의 나이수대로 크게 빚은 송편을 나누어 주었던 것에서 유래되었다. 대개는 흰떡으로 노비송편을 만들었으나 각 지역마다 그 지역에서 나는 재료를 사용해서 만들기도 했다.

모시는 쐐기풀과에 속하는 다년생 풀로서 단단한 뿌리를 지니고 있으며 키는 2m까지 자라는데 잎은 어긋나고 잎 끝이 꼬리처럼 길고 잎 가장자리에는 깻잎처럼 톱니들이 고르게 나 있다. 흡사 깻잎과 비슷하지만 깻잎보다는 만졌을 때 약간의 폭신한 두께감이 느껴진다. 씹었을 때도 그 폭신한 두께감과 식이섬유 때문에 식물임에도 쫄깃한 식감을 느낄 수 있다. 게다가 우유보다 48배나 많은 칼슘이 들어있어 불규칙한 식습관으로 인해 장의 운동이 원활하지 않은 현대인들, 특히 칼슘이 필요한 성장기 청소년들에게 도움이 되는 식재료라 할 수 있다. 모시잎은 여름에만 나오므로 끓는 소금물에 삶아서 냉동실에 보관했다가 사용하면 좋다.

만드는 방법은 삶은 모시잎과 불린 쌀을 가루로 만들어 익반죽한 다음 팥고물, 동부고물, 깨고물 등을 넣고 송편을 빚어 찌면 된다. 푸른 모시잎 송편은 엄격한 반달모양으로 일반적인 송편보다는 크기가 크며 모시잎을 넣어 잘 굳지 않는 특징이 있다. 맛이 쌉쌀하여 별미로 제격이기도 하고 빛깔이 푸르고 청정하여 상에 놓으면 더욱 돋보인다.

 

그 밖의 다채로운 송편

송편의 소로는 밤, 풋콩, 강낭콩, 깨, 거피팥, 붉은팥 등이 들어가는데, 소에 들어간 재료에 따라 씹히는 식감과 고소함이 다르며, 떡의 모양이 커지기도 하고 작아지기도 한다. 서울지방은 주로 깨소를 이용하고, 강원도 지방은 콩, 도토리, 감자 등이 많이 재배되어 이를 이용해 송편을 빚었다. 경상도 지방에서는 소로 붉은 팥을 넣기도 하며, 충청도에서는 호박을 썰어 말린 호박가루를 멥쌀가루에 섞어 익반죽해 만든 호박 송편을 만들어 먹었는데 특히, 색깔이 곱고 단맛이 나며, 쫀득쫀득한 맛이 일품이다. 제주도에서는 송편을 둥글게 만들고 완두콩으로 소를 넣는데 비행접시 모양으로 빚는다. 평안도 해안지방에서는 조개가 많이 잡히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모시조개 모양으로 빚는데 참깨를 볶아 찧고 설탕과 간장으로 버무려 소를 넣는다. 최근에는 고구마, 바나나, 초콜릿, 김치 등 소가 다양화 되고 있다.

04. 『 요록(要錄)』의 ‘백미가루로 떡을 만들어 솔잎과 켜켜로 쪄서 물에 씻어낸다’는 기록으로 보아 1680년 이전부터 이 미 즐겨 먹었던 떡이 었음을 추측할 수 있다. ⓒ한국민족문화대백과 05. 모시는 쐐기풀과에 속하는 다년생 풀로서 식이섬유 때문에 식물임에도 쫄깃한 식감을 느낄 수 있 다. ⓒ한국민족문화대백과 06. 송편 빚는 모습. 송편은 곡식을 잘 여물게 해준 달에게 감사하는 마음으로 햇곡식으로 둥글게 빚는다. ⓒ한국민족문화대백과

웃기 송편으로 꽃송편도 있다. 매화꽃이나 나뭇잎, 새를 아주 작게 빚어 대꼬치나 이쑤시개 등으로 송편위에 물을 바르고 살짝 눌러 붙인다. 치자로 노란물을 들이고, 쑥이나 모시풀로 녹색을 내고, 맨드라미로 분홍물을 들였지만 요즘은 주스가루나 식용색소를 넣어 손쉽게 할 수 있다. 또 차례상에 올릴 때는 편틀(떡을 괴는 굽이 높은 나무 그릇)에 송편을 차곡차곡 쌓고 맨 위에 웃기떡으로 삼각형의 골무송편을 색색으로 얹는다. 골무송편은 골무만하게 작게 빚는데 반죽할 때 쑥을 넣으면 푸른색, 송기를 넣으면 붉은색, 치자를 넣으면 노란색의 색송편을 만들 수 있다. 이와 같이 송편은 그 지방에서 많이 생산되는 재료로 만들었고, 또 많이 생산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정성껏 음식을 만들어 조상에게 올리며 감사의 차례를 드렸던 것이다.

최근 사회가 현대화되고 바쁜 생활을 하게 되면서 송편 만드는 가정이 줄어들게 되었다. 직접 쌀을 불려 가루로 빻는 것은 어렵겠지만, 마트에서 쌀가루를 한 되 사서 식구끼리 둘러앉아 깨소라도 넣고 송편을 한번 만들어 보는 것은 어떠할는지 권해본다.

 

글. 윤숙자 (한국전통음식연구소 소장)

만족도조사
유용한 정보가 되셨나요?
만족도조사선택 확인
메뉴담당자 : 대변인실
페이지상단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