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목
- 다시 찾은 공산성에서
- 작성일
- 2015-09-01
- 작성자
- 문화재청
- 조회수
- 2527
우리 일행은 지난 해 5월 공산성에서 아침 해를 맞으며 풋풋 한 공기의 향내를 덤으로 담고 싶은 마음에 잠을 이루지 못하고 새벽길을 나섰다. 이른 아침 안개에 싸인 공산성의 모습이 조금씩 보이기 시작하자 자그마한 위용에서 피할 수 없는 국운으로 인해 이곳으로 천도한 문주왕의 속 터지는 아픔이 느껴졌다. 기원전 18년 건국 이래 한강유역에 터 잡았던 백제가 고구려 장수왕의 남진정책에 밀려 천도한 곳이 바로 공산성이다.
지난 날 백제의 흔적을 찾고자 우리는 백제의 도성이자 조선시대 지방행정의 중심지였던 공산성을 거닐고 싶었다. 삼남의 관문이었던 진남루, 수문병 근무 교대식이 열리는 금서루, 공산지의 기록을 근거로 복원한 영동루, 강의 남북통로였던 공북루를 둘러보며 생각에 잠겼다. 한참을 보낸 후 다시 돌아보니 안개가 걷히기 시작했다. 멀찍이 계룡산과 차령산맥이 훤칠하게 서있고 길 아래로 비단결 같은 금강이 찰랑거렸다. 금강에 비친 아침 해의 붉은 빛이 주변 풍광을 물들이며 지난날의 백제사를 밝게 비춰주었다.
계절은 뜨거운 여름과 볕 좋은 가을을 지나 겨울이 되었다. 봄날 백제문화를 찾아 나선 여정에서 만났던 공산성을 다시 찾은 건 지난 12월. 눈 내린 겨울엔 어떨까? 기대 속에 찾아간 공주에서의 이른 아침, 일행을 뒤로 하고 혼자 공산성을 찾았다. 공주에 들르면 꼭 다시 가고 싶었다. 금강 물결에 감싸인 공산성의 모습이 봄과는 완연히 달랐다. 지난 밤 폭폭 내린 하얀 눈으로 아름다움과 애잔함이 버무려져 있는 듯 했다. 길 떠난 자만이 맛볼 수 있는 이른 아침의 풍광에 시린 손을 비벼가며 셔터를 눌렀다. 바로 이 순간 수비에 철저하고 내부 결속이 단단해야 할 성곽의 모습에서 우리가 제대로 지키고 주인 노릇을 하며 이웃과 오늘을 가꾸는 꿈을 그려보았다.
돌아오는 차 안에서 고소한 콩고물로 덮인 인절미를 나눠 먹어본다. 담뿍 담아주시던 할머니의 손이 고맙다. 이괄의 난을 피해 공주로 갔던 인조에게 임서방이 진상했다는 그 절미한 떡을 그리며 공산성의 가을과 야경을 보러 또다시 가리라.
글. 김형숙 (서울특별시 서대문구 북아현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