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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특유의 감칠맛으로 밥맛 돋우는 밥도둑
작성일
2015-07-02
작성자
문화재청
조회수
6776

특유의 감칠맛으로 밥맛 돋우는 밥도둑 함경도 가자미식해. 남북한 간의 문화적 차이는 음식 이름에서도 많이 나타난다. 대부분의 탈북민들이 남한에 와서 깜짝 놀라는 것 중에 하나가 식혜가 마시는 음료라는 사실이다. 북한에서는 식혜를 감주라고 부른다. 식혜라면 오직 명태나, 가자미, 그리고 도루묵 같은 생선을 삭혀서 만든 음식을 식혜라고 부르기 때문이다. 북한의 모든 공식자료에는 남한에서는‘가자미식해’라고 부르는 것을‘가재미식혜’라고 표기하고 있고 탈북민들에게는‘가자미식해’보다‘가재미식혜’가 더 편한 것도 사실이다. 그리고 가재미식혜는 북한의 함경도 음식인데 남한 사람들은 북한 사람들이 부르는 가재미식혜는 틀리고 가자미식해가 맞다고 한다. 사실 정말 모르겠다. 한자를 따져보아도 식해도 맞는 것 같고 식혜도 맞는 것 같다.

 

식혜 vs 식해, 남북 문화차이가 빚은 명칭논쟁

일반적으로 가자미가 바다생선이기 때문에 바다해海자를 써서 식해라고 하는 사람들이 많지만 실제로 식해食의 해는 바다해海자가 아니라 젓갈이라는 뜻의 해 자이다. 어쨌든 향후 남과 북사이에 ‘가재미식혜’와 ‘가자미식해’ 때문에 논쟁이 심해질 가능성이 있다.

함경도는 동해안을 따라 비교적 길게 자리 잡고 있고 위도가 높고 대부분 지역이 산악지대이다. 따라서 기온이 다른 지역에 비해 비교적 춥고 고원들이 많기 때문에 벼농사보다는 잡곡이 많이 생산되는 곳이다. 특히 연중에 겨울이 비교적 길고 채소가 상당히 부족한 지역이기 때문에 절임류의 음식이 발달했고 김치의 종류가 다른 지역에 비해 다양한 편이다.

01. 울산 정자항에서 한 어민이 바다에서 갓 잡아 올린 가자미를 말리고 있다. 동해안에서 잡히는 참가자미는 살이 차지고 단단해 가자미식해를 담그기에 매우 적합하다. ⓒ연합콘텐츠 02. 가자미. 가자미는 산란기를 앞두고 낮은 수온으로 인해 살이 더 차지면서 단단해져서 식감이 아주 좋아지는 특징이 있다. ⓒ위키백과 03. 조밥. 엿기름을 섞어 담그는 함경도의 가자미식해는 엿기름이 조밥의 녹말을 당화시켜서 특유의 감칠맛을 낸다. ⓒ아이클릭아트

 

옛 문헌에 등장하는 식해

우리나라의 문헌들에서 생선을 삭혀서 만든 식해에 관한 기록이 나타나기 시작한 것은 조선 중기인 1600년대 이후이며 전형적인 식해에 대해 기록한 것은 『주방문酒方文』과 『요록要錄』으로 식해가 ‘생선+곡물+소금’으로 되 어 있다고 소개하고 있다.

일부에서는 식해食醢의 해醢가 육장해, 젓갈해라고 포기하고 있는데 1700년대 발간된 『역주방문歷酒方文』에 의하면 생선 대신 소의 내장이나 멧돼지 껍질을 식해의 재료로 사용하고 여기에 후추를 넣은 것도 역시 식해라고 부르기도 했다 또한 비슷한 시기에 발간된『음식보飮食譜』에도 식해에 관한 내용이 기록되어 있는데 ‘숙성을 촉진하기 위해 생선에다 소금·곡물·밀가루에다 누룩을 섞었다’는 기록도 있다.

1600년대에 나온 『주방문』에 언급된 것 이 식해에 대한 최초의 기록이라 할지라도 조선시대는 이미 송나라 때부터 많은 정치·문화적 교류를 이루고 있었기 때문에, 그 이전에도 발효음식이 상당한 수준에 있었던 우리나라로서는 1600년 이전에 이미 식해를 담가 먹었지 않았나 하는 추측을 하기도 한다.

식해에 관한 다른 기록으로는 중국의 진晉나라 때 장화(張華, 232~300)가 쓴『박물지博物志』에서 도미로 식해 만드는 법이 있는데 이 기록이 가장 오래된 기록인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6세기 말에 북위北魏의 가사협賈思勰이 저술한 『제민요술齊民要術』의 「농산가공편」에는 ‘자’에 대한 설명이 있는데 이것이 우리의 식해와 같은 음식이다.

한편 일본에는 나레즈시(熱,なれずし)라고 부르는 어패류를 발효시켜 자연적인 산미를 이용한 현대인들이 먹는 스시의 원조가 있는데 이것은 소금에 절인 생선을 대나무 잎에 돌돌 말아서 밥과 함께 자연적으로 발효시켜 만든다. 우리나라의 식해와는 약간다르지만 나레즈시도 생선을 소금에 절여 밥과 함께 발효시킨 음식으로서 일본 최초의 초밥이며 독특한 냄새로 인해 보통 사람들은 먹기 힘든 음식이기도 하다.

04. 양념에 버무린 가자미식해. 식해는 절인 생선에 익힌 곡류와 소금을 섞어 만드는 것이 기본으로, 고춧가루, 엿기름, 무채, 파, 마늘, 생강을 넣고 담그기도 한다. ⓒ두피디아 05.지방에 따라 돼지수육에 식해를 곁들여 먹기도 한다. ⓒ두피디아

 

풍부한 영양에, 밥반찬이나 술안주로도 제격

가자미는 산란기를 앞둔 이른 봄이 제철로 알려져 있지만 실제로는 봄과 겨울 두 차례 산란을 하기 때문에 산란을 앞둔 이른봄과 겨울이 제철이다. 가자미는 산란기를 앞두고 낮은 수온으로인해 살이 더 차지면서 단단해져서 식감이 아주 좋아지는 특징이 있는데, 특히 동해안에서 나는 노랑가자미(참가자미)는 이때에 더욱 살이 차지고 단단해져서 이른 봄철은 가자미식해를 담그기에 아주 적당한 계절이기도 하다.

겨울이 지나고 나서 특별히 먹을만한 반찬거리가 없는 함경도지방에서 가자미식해는 특유의 감칠맛으로 밥맛을 돋우는 밥도둑이기도 한데, 동해의 맑은 물에서 잡은 노랑 띠를 두른 참가자미와 좁쌀을 섞어 발효시킨 저장음식이다.

만드는 법은 물 좋은 노랑가자미를 골라 내장과 머리를 떼어내고 소금을 살짝 뿌려 48시간 정도 절이고, 보자기에 싸서 큰 돌로 눌러놓은 다음 먹기 좋은 크기로 토막을 친다. 무는 깨끗하게 씻어 소금을 뿌려 물을 빼고, 메좁쌀로는 밥을 되직하게 지어 차게 식힌 다음 마늘·생강·고춧가루·엿기름가루를 섞어서 항아리에 생선과 함께 켜켜로 놓고 꼭 눌러 삭힌다. 따뜻한 곳에서는 3~4일,보통 1주일이면 익 어 물이 올라온다. 조밥이 다 삭으면 무를 굵게 채 썰어 소금에 약간 절 여 물기를 짜고 마늘·고춧가루·통깨를 넣어 버무린 것과 가자미를 섞어서 꼭꼭 눌러 담는다. 24∼30시간이 지나면 먹을 수 있다. 이와 같이 함경도의 가자미식해는 가자미와 조밥·소금·고춧가루 이외에 엿기름을 섞어 담그는 점이 특징인데 엿기름이 조밥의 녹말을 당화시켜 특유의 감칠맛을 내게 된다.

가자미식해는 차게 보관했다가 밥반찬이나 술안주로 이용한다. 엿기름으로 조밥의 녹말이 당화되어 특미가 생긴다. 차게 보관하여 밥반찬 또는 술안주로 이용한다. 식해는 절인 생선에 익 힌 곡류와 소금을 섞어 만드는 것이 기본인데, 지방이나 용도에 따라 무채, 고춧가루, 엿기름, 파, 마늘, 생강을 넣고 담그기도 한다.

함경도에서는 좁쌀로 지은 밥을 넣어 담그지만, 동해안에 접한 다른 지역에서는 보리밥이나 쌀밥을 넣어 담근다. 함경북도에서는 김장하듯이 담가서 땅에 묻어두고 밥반찬으로 먹는다.

해방 이후 북한에서는 조를 거의 심지 않고 대부분의 잡곡농사를 옥수수로 전환했기 때문에 남한에서는 가자미식해를 담글 때 좁쌀로 밥을 지어 섞는데 비해 현대 북한에선 좁쌀 대신에 옥수수쌀을 섞거나 기장쌀을 섞어 만든다. 그리고 북한에서는 양을 많이 늘리기 위해 무도 많이 넣어서 만드는데 남한에선 무를 전혀 넣지 않고 만드는 차이점이 있다.

가자미는 사실 발효식품으로 건강에도 아주 좋은 식품인데, 한방에서는 가자미가 성질 이 평안하면서 맛이 달고 독이 없어 허약한 것을 보강하고 기력을 북돋워준다고 한다. 『동의보감』에는 가자미를 많이 먹으면 양기를 움직이게 한다고 돼 있기 때문에 가자미가 많이 나는 동해안 지방에서는 출산 후에 산모의 몸을 따뜻하게 만들어주기 위해 ‘가자미 미역국’을 끓여 먹이기도 한다. 특히 북한에서는 가자미가 일반주민들을 위한 보양식으로 인정받고 있고 저지방 고단백 식품으로 몸의 뼈대와 살, 피부 등을 만들어내는 아미노산 성분을 풍부하게 지닌 것으로 알려져 있어 북한주민들에게도 가자미식해는 아주 인기 있는 식품이다.

가자미는 각종 피부질환에도 유익한 식품으로 알려져 있고 피부미용에도 아주 좋은데 가자미의 육질 속에 포함된 아미노산 성분들이 특히 피부의 콜라겐 층을 형성하는데 도움을 주기 때문이다. 또한 피부 성장에 필요한 아연이 많아서 피부의 각질화를 막고 상처회복을 촉진시키며 건선증세를 개선시키는 역할을 하며 노화방지에도 아주 효과적이다.

 

글. 이애란 (북한전통음식문화연구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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