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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푸른 동강東江을 따라 몸도 마음도 청정 - 평창 백룡동굴白龍洞窟
작성일
2015-07-02
작성자
문화재청
조회수
4279

푸른 동강東江을 따라 몸도 마음도 청정. 평창 백룡동굴白龍洞窟  자연의 생명력이 아우성치는 계절, 작열하는 태양에 지친 사람들은 쉴 곳을 찾는다. 이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곳은 물 맑고 공기 좋은 강원. 그중에서도 동강(총길이 65km)은 자연 그대로 보존된 생태계의 보고로 많은 사람들이 찾고 있는 곳이다. 유쾌하고 상쾌한 동강 래프팅이 시작되는 어름치마을과 수억 년을 이어온 백룡동굴을 만나러 가는 여정. 뜨거운 태양을 이기고 시야마저 푸르게 바꿔줄 풍경들을 생각하자 출발 전부터 청량감이 느껴지는 것 같다. 몇 십 년 만에 찾아온 가뭄이라는데 동강의 물줄기는 그대로일까? 기대 반, 걱정 반으로 찾은 동강은 여전히 넉넉하고 청정한 모습으로 지친 여행객들을 맞아주고 있었다.

 

청정지역으로 가는 길

카메라를 계속 들이댈 만큼 가는 길 곳곳이 숨은 비경이다. 고개를 넘고 기나긴 터널을 지나 강원 숲속 깊숙이 들어가는 시간. 그곳에 영화 ‘웰컴투동막골’ 촬영지가 있고, 병풍처럼 펼쳐진 백운산이있고, 동강 속 청정 1급수에 어름치가 살고, 끝 모르게 깊고도 시원한 백룡동굴이 있다. 꼬불꼬불 한참을 달려간 길, 눈을 들어 보이는 곳 모두가 초록이다.

가뭄 탓에 굽이치는 강줄기는 다소 말라 있었지만 청정함만은 여전했다. 산이 깊어서 다행이랄까? 눈을 감고 동강의 물줄기를 따라 저 멀리 정선까지 올라가본다. 송천과 공지천이 만나는 조양강. 여기에 오대산 오대천이 모이고 이 물길이 정선, 평창, 영월로 이어지며 푸른 산하를 굽이굽이 흘러가는 모양새다. 이 물줄기가 마을길을 내고 천연 생태 서식지를 만들고 절벽을 만들고 동굴을 파고 산과 어우러지는 비경을 만들어낸다. 실로 감탄스러운 경치다.

 

어름치가 서식한다 하여 어름치마을

동강에는 어름치(천연기념물 제259호)가 서식한다. 환경 변화에 민감해서 수질이 조금만 오염되어도 살 수 없다는 어름치. 다슬기를 주식으로 하는 우리나라 고유어종으로 어름치 서식지라면 그만큼 물맑고 공기 좋은 곳이라는 증거가 된단다. 2010년 문화체육관광부는 이런점들을 인정, 마을을 생태관광모델로 선정했다.

동강이 보이자마자 우선 그 푸른 물에 발을 담그고 싶은 욕심이든다. 훼손되지 않은 돌들을 지나 푸른 동강에 발을 슬그머니 들이 밀어 보니 온몸에 차갑고 상쾌한 전율이 인다. 바닥까지 비치는 맑은 물에 더위는 물론 그동안 지 친 마음까지 씻는다. 한참을 물장구를 치다가 시들해지자 이번엔 동강을 한 눈에 조망할 수 있다는 칠족령으로 향한다.

01. 동강이 굽이 흐르는 어름치마을. 강원 평창군 미탄면에 위치한 어름치마을은 병풍처럼 펼쳐진 백운산이 감싸고 있고, 청정 1급수 동강이 굽이 흐른다. ⓒ김병구

 

칠족령漆足嶺능선전망대에 서서

동강 12경 중에서도 손꼽히는 칠족령, 산보 정도의 가벼운 산행으로 오른 칠족령은 어지러울 만큼의 아름다운 풍경을 선사해준다. 이곳에는 전설도 하나 전하는데 옛날 옻칠을 하던 선비 집의 개가밭에 옻 칠갑을 하고 도망가 그 자국을 따라가 보니 전망대에서 바라본 동강의 풍경이 있었더라. 그래서 이곳을 옻칠(漆)자와 발족(足)자를 써 칠족령이라 부르게 되었더라는 것이다. 한 번 보면 잊을 수없는 동강의 비경, 눈으로 실 컷 보고 돌아서 또 보며 아쉬운 발걸음을 돌린다.

 

천혜의 석회동굴, 백룡동굴 안으로

평창, 영월, 정선의 경계를 휘도는 동강은 높은 절벽과 백사장을 만들었는데 그 강물 위 15m 지점, 배로만 닿을 수 있는 곳에 백룡동굴을 숨겨놓았다. 백룡동굴은 1976년 발견되어 2010년 일반인에게 개방됐다. 그 후로는 하루 12차례 240명만 동굴탐사에 나설 수 있다. 훼손을 막기 위해서란다.

학습장에서 빨간 보호복과 랜턴, 장화 등을 착용하니 진짜 탐험에 나선 듯 기분이 묘하다. 동굴 안에 인공시설이 거의 없기 때문에 탐험 수준의 준비가 필요하단다. 동굴 가이드 인솔 하에 배를 타고 동굴 앞까지 이동, 드디어 탐험을 시작한다. 동굴 입구에 눈에 들어오는 온돌과 아궁이. 그 옛날 우리 선조들이 동굴을 피난처로 삼았다는 증거다. 구들장 안쪽 숯의 연대를 추정하니 1800년 정도란다.

가기 전부터 포복에 미끄럼타기, 머리 부딪치기 등을 수없이 반복해야 한다는 말을 듣긴 했지만 캄캄한 곳에서 랜턴 불빛에 의지해 가자니 쉽지 않다. 기어가고 미끄러지고 엉덩방아 찧고 부딪치다 보니 억 소리와 함께 웃음이 끊이질 않는다. 석회가 섞인 물이 똑똑 떨어져 종유석과 석순을 만들고 천장은 작은 물방울들이 매달려 마치 은가루를 뿌려놓은 것처럼 반짝거린다.

02. 남한강 상류 절벽 밑 에 있는 백룡동굴에는 종유석, 석순, 석주, 석막(石幕), 석회화폭(石灰華瀑), 석회화단구 등이 원형 그대로 보존되어 있다. ⓒ엄지민

 

어둠 속에 더 서늘한 동굴의 세계

백룡동굴에는 박쥐를 비롯해 거미 등 56종의 생물들이 산다고 하는데, 너무 어두워서인지 잘 보이지는 않는다. 사방이 칠흑처럼 어두운데 박쥐라도 후드득 날아가면 무서워 소리라도 지를 것 같다. 사람 하나 겨우 드나들만한 구멍이 나온다. 절반쯤 온 것이란다. 구멍을 넘어서니 그야말로 장관. 너른 공간에 동굴의 생성물들이 제각기 모양을 뽐내고 있다. 파이프오르간, 다랑논 형태의 휴석, 동굴커튼 등 형태를 짐작할만한 이름들이 슬며시 웃음 짓게 한다. 두 시간 반 남짓, 넘어지고 기어가며 때로 종유석 앞에서 포즈도 취하며 동굴의 생태와 친해진다. 잘 보이지 않으니 동굴의 서늘함이 더욱 생생하게 느껴지는 것 같다.

03. 백룡동굴에는 박쥐를 비롯해 거미 등 56종의 생물들이 서식하고 있다. ⓒ엄지민 04. 동강과 백운산의 수려한 풍광 속에 자리한 백룡동굴의 주변 풍경. ⓒ김병구

 

거기, 동강이 있었다

드디어 동굴의 끄트머리, 바깥에서 불어온 푸른 바람이 훅하고 얼굴을 덮친다. 비로소 마음이 뻥 뚫리듯 시원한 기분, 그리고 환하게 주변을 밝혀주는 한 줄기 햇살. 다시 만난 동강은 눈물겹도록 아름답다. 사람은 어찌된 일인지 옆에 있을 때는 그 소중함을 잘모른다. 시원한 바람도, 세상을 환히 비추는 광명도, 푸르름을 선사해주는 동강도. 이번 여름에는 한번쯤 동강에 가보면 어떨까. 푸른풍경에 눈을 씻고 다시 삶의 에너지를 채워볼 일이다.

 

글. 신지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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