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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네 땅, 내 땅, 돌고 도는 모두의 땅 - 땅따먹기
작성일
2015-07-02
작성자
문화재청
조회수
10130

네 땅, 내 땅, 돌고 도는 모두의 땅 땅따먹기. 땅재먹기가 땅따먹기인지, 땅따먹기는 땅따먹기인지, 땅따먹기가 땅재먹기인지 아리송할 때가 있다. 엄밀히 말하면 이 놀이들은 다른 놀이이기도 하지만 같은 놀이이기도 하다. 일반적으로 이 놀이는 같은 놀이로 소개된다. 두 놀이 모두 편을 나누고 각자의 땅을 넓혀가는 놀이이기 때문이다. 두 놀이 모두는 지면에 원 또는 네모를 적당한 크기로 그려놓아 경계를 정해놓고 그 안에서 각각 자기 뼘으로 반원을 그려 자기 집을 정한다. 가위 바위 보로 시작하고 진행하는데 이긴 사람이 자기 뼘만큼 땅을 재서 차지해 나간다. 처음 설정한 전체 구역을 모두 차지할 때까지 계속된다. 당연히 많이 차지한 쪽이 이기게 되는데 여기서는 가위 바위 보를 잘 하는 쪽이 유리하게 된다.

 

망을 튕겨 집으로 돌아오는 놀이

땅따먹기와 땅재먹기는 같은 종류의 놀이로 묶을 수 있지만 진행상황과 결과를 놓고 본다면 이 놀이들은 충분히 다른 놀이라 할 수 있다. 기본적인 형태는 놀이를 할 전체 구역과 놀이에 참여하는 놀이 참가자들이 각자의 땅을 설정하고 차근차근 넓혀나간다. 여기까지가 같다. 다른 것은 땅재먹기는 더 이상 재먹을 땅이 없을 때까지만 하고 차지한 땅의 넓이를 어림하여 순위를 매긴다. 땅따먹기는 여기서 더 나가 상대편의 땅을 차지한다. 그래서 상대편의 땅을 모두 차지하여 따먹을 때까지 하게 된다. 놀이로 시작해 전쟁으로 끝난다고나 할까. 남의 땅을 따먹는 단계로 넘어가는 순간 놀이는 서로를 향한 날이 서고, 매 순서마다 긴장감이 돌고, 심지어 비장해지기까지 한다. 땅따먹기의 세부적인 놀이방법은 다음과 같다. 가위 바위 보를 하여 이긴 순서대로 먼저 공격을 하는데, 이때 지름이 작은 둥글납작한 돌이나 사금파리로 만든 ‘말’을 가지고 손가락으로 세 번 튕겨서 자기 집으로 되돌아오면 말이 지나갔던 선 안이 자기 땅이 된다. 너무 세게 튕겨서 자기 집으로 되돌아오지 못하거나 경계선 밖으로 말이 나가면 공격권을 상대방에게 넘겨주게 된다. 이렇게 하여 땅을 많이 차지하는 사람이 이기는 것이다. 자기차례가 되어 시작하면 실수하여 죽기 전까지 계속 반복하여 땅을 따먹는다. 이 경우 어느 한쪽이 특출 날 경우 한 사람만 오랜 시간 할 수 있어 불만이 생길 수 있다. 그래서 땅따먹기의 성공여부와 상관없이 같은 기회를 계속 주기 위해서 한번 집으로 돌아오거나 죽게 되면 자동적으로 상대방에게 공격권을 넘기는 방법으로 하기도 한다. 이렇게 보편화된 방법 이외에도 자신의 말을 튕겨서 상대 말을 맞히는 대로 상대방 영토를 따먹어 들어가기도 한다.

땅따먹기와 땅재먹기가 혼합된 형태도 있다. 먼저 땅따먹기 하듯이 손가락으로 세 번을 튕겨 자신의 땅을 확보한다. 그리고 땅을 획득하면서 만들어진 꼭짓점 중 한 곳을 선택하여 땅재먹기를 한다. 땅재먹기는 한 뼘이 단위가 되기 때문에 ‘뼘 재먹기’라고도 한다.

놀이의 난이도를 놓고 보면 땅재먹기와 땅따먹기의 놀이대상이 어느 정도는 구분된다. 땅재먹기의 경우 가위바위보의 운이 더 중요하기 때문에 유아 내지는 저학년용으로 적합하다. 반면 땅따먹기는 돌을 튕기고 정해진 횟수 안에 본래의 영역으로 들어와야 하기때문에 정확성과 익숙함, 튕기는 세기 등 높은 숙련도가 필요하다.그래서 중학년 이상의 어린이들에게 적합하다고 할 수 있다.

땅따먹기 일러스트

 

땅에 대한 선인들의 마음이 담겨있는 놀이

땅재먹기나 땅따먹기는 오랜 시간 전국 어디에서나 놀아졌던 놀이다. 과거 문헌기록에 남겨진 내용이 없기 때문에 언제부터 놀아졌는지를 확인하기는 쉽지 않다. 그나마 일제강점기 무라야마 지준(村山智順)의 『조선의 향토 오락』에 땅뺏기(地占)로 기록된 놀이가 전국에서 취합되어 기록된 바 우리나라 전역에서 오랜 기간 놀아졌을 것이라 추정할 수 있을 뿐이다. 지역마다 불리는 명칭도 다양한데 일반적으로 ‘땅따먹기 ’, ‘땅뺏기’라고도 하며 전라북도에서는 ‘꼭꼬락(둥근 돌치기)’, 제주도에서는 ‘뽐을 땅’, 전라남도 ‘튕김질’등으로 불린다. ‘땅재먹기’라는 명칭은 오래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옛 영화는 간데없고 지금은 안타깝게도 흔적만 남아있다. 과거와는 다르게 현재 우리의 상황은 땅재먹기든 땅따먹기든 아이들이 맘 놓고 놀만한 땅이 없기 때문이다. 심지어 전지를 교실바닥이나 책상을 몇 개 이어 붙인 그 위에 고정시키고 펜으로 그려가며 땅재먹기를 하기도 한다. 땅이 없어서 ‘종이 재먹기’가 된 것이다. 더 심각한 것은 인구의 90%가 몰려 사는 도시의 땅들은 이미 아스콘이나 콘크리트에 점령당했다. 덕분에 땅에서 했던 수많은 놀이들이 길을 잃고 헤매고 있고 아이들은 운동장을 외면하고 있다. 안타까운 현실이 아닐 수 없다.

이 놀이를 두고 많은 사람들은 비록 단순한 아이들의 놀이이지만 우리 선인들의 땅에 대한 친숙함, 그리고 더 넓은 토지를 갖고 싶어 하는 마음이 잘 나타나 있는 놀이라고 말하고 있다. 땅을 넓힘으로써 잘 살 수 있다는 생각이 알게 모르게 아이들의 의식 속에 자리 잡게 했다는 것이다. 그럴 수도 있지만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왜냐하면 땅따먹기에서의 땅의 넓힘과 소유는 그 놀이를 할 때뿐이다. 한 판 끝나고 곧이어 재차 할 때나, 다음날 할 때도 이전의 소유는 사라지고 새로 시작한다. 이는 나의 생존을 위해 땅이 필요하고, 그 땅을 사용할 뿐이다. 그 이상의 소유는 욕심이 빚어낸 집착일 수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고 생각된다. 네 땅이 되기도 하고 내 땅이 되기도 하는 우리 모두의 땅인 것이다.

 

글. 홍사열 ((사)예술창작소 이음 사무국장) 일러스트. 박근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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