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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홍익인간의 정신에 기반하고 있는 한국인의 용기
작성일
2015-06-01
작성자
문화재청
조회수
5919

홍익인간의 정신에 기반하고 있는 한국인의 용기. ‘나는 용기 있는 사람인가?’, ‘우리는 용기 있는 민족일까?’실상 용기는 마음속에서가 아니라 밖으로 표출되어야 드러난다. 하지만 올바름에 기초하고 있 지 않다면 그것은 만용이 되어버린다. 국력이 강하다고 하여 남의 땅을 빼앗는 것은 침략 행위이며, 자기 땅을 빼앗긴데도 속수무책 방관하고 있다면 비겁한 자의 소행이 될 것이다. 침략하지도 않지만 침략 당했을 때는 의연히 떨쳐 일어나 자신의 존엄을 되찾고 빛내는 것 이 용기일 것이다. 지금껏 지나온 굴곡진 역사적 사건들을 떠올려볼 때 그 대답은 쉽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수많은 민족들이 자신의 생존조차 유지하지 못하고 명멸해갔지만 우리 민족은 여러 우여곡절 속에서도 반만년의 역사를 이어오고 있지 않는가! 여기서 홍익인간의 정신에 바탕을 둔 참된 용기가 그 근저를 이루고 있다는 사실을 여러 역사 인물을 통해 추론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서희의 담판외교

용기 있느냐 아니냐는 위기 상황을 맞이할 때 쉽게 드러난다. 국난을 겪을 때가 그런 경우이다. 서희는 거란의 침략을 맞아 적장과 직접 담판외교를 벌였다. 그래서 일면 서희를 외교적 책략가로 보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그 평가가 모든 진실을 온전히 담아낸 것이라고 볼 수 있을까?

당시 동북아의 강국으로 성장한 거란은 성종 12년(993)에 동경유수소손녕蕭遜寧을 내세워 80만 대군을 이끌고 고려에 쳐들어와 무조건적인 항복을 요구하였다. 이런 상황이라면 실상 외교적 논의는 요식행위에 불과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허나 모든 것이 힘만으로 되는 것은 아니다. 서희는 적장 소손녕을 만나 국호에서 보듯 고려는 고구려의 옛 땅에서 일어난 고구려의 후예이며, 수도 또한 서경으로 삼고 있는 진정한 고구려 계승국가라고 주장하였다. “너희가 고구려 영토를 일시 점령했다고 해서 너희 땅이 될 수 없고, 역사적으로 보면 도리어 고려 땅이 되어야 한다.”고 역설한 셈이다.하긴 일시 점령한 땅을 다 자기 땅이라고 우긴다면 세계 모든 땅이 힘 있는 나라의 땅이라는 주장 또한 성립될 수 있지 않겠는가? 이런 명분상의 우위만으로 고려가 강동6주를 개척할 수 있게 된것은 아니다. 일정한 힘이 뒷받침 되어 있기도 했다.

01. 국립중앙박물관에 전시되어 있는 광개토대왕비 탁본. 비석에 새겨진 비문에는 광개토왕 때 이루어진 정복활동과 영토관리(만주 정복, 백제 정 벌, 신라 구원, 동부여 및 숙신 정 벌)에 대한 내용들이 연대순으로 기록되어 있다. ⓒ연합콘텐츠 02. 독도는 안용복 등 우리 국토를 수호하기위해 두려움을 이기고 일본에 대항한 조상들의 용기로 지켜졌다. ⓒ문화재청

소손녕이 무력시위로 벌인 안융진 공격을 고려는 막아냈던 것이다. 게다가 거란은 송과의 일전을 위해 배후 세력인 고려를 붙잡아 둘 필요성이 절실했다. 하지만 동북아의 정세나 고려의 국력 상황이 어찌했다고 해도 적의 침략을 받았을 때 나라를 지키려는 마음이 없다면 그런 것은 아무 소용이 없는 객관적 요소일 뿐이다. 여기서 서희가 일부에서 항복하자거나, 적의 군량으로 전용될 수도 있기에 서경의 미곡 창고의 쌀을 대동강에 버리자는 주장을 결단코 뿌리치며 직접 담판을 벌였던 그 이면을 이해할 수 있다. 바로 자기 나라에 대한 자긍심으로서 자기 땅의 그 어떤 것도 함부로 적국에 내줄 수 없을 뿐만 아니라, 더 나아가 고구려의 정통 계승국가로서 고구려의 잃어버린 옛 영토를 되찾고 말겠다는 신념 때문이었다는 것이다. 자신의 나라, 자신의 민족에 대한 사랑과 자긍심이 두려움을 떨쳐버리고 당당한 자세로 협상에 임해 성과를 도출해내는 용기로 표출된 것이다.

03. 안용복 동상. 안용복은 일본에 납치되어 끌려간 상황에서도 주눅 들지 않고 도리어 에도막부를 상대로 울릉도와 독도가 조선의 땅임을 당당하게 주장했다. ⓒ한국향토문화전자대전 04. 경기도 여주군에 있는 서희장군묘(경기도기념물 제36호). 서희는 적장 소손녕을 만나 고려는 고구려의 옛 땅에서 일어난 고구려의 후예이며 수도 또한 서경으로 삼고 있는 진정한 고구려 계승 국가라고 당당히 주장하였다. ⓒ문화재청

 

안용복의 독도 지킴

꼭 국난을 당했을 때만 용기가 표출되는 것은 아니다. 서희처럼 고위 관직에 있어야만 하는 것도 아니다. 도리어 평시에도 평범한 사람들이 용기를 보일수록 그만큼 그 민족의 미래는 밝아질 것이다. 독도 지킴이 안용복은 그런 경우의 한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조선 숙종 시기(1693)에 안용복은 박어둔 등 십여 명과 함께 울릉도에서 어로와 농사를 지으며 살던 사람이었다. 어느 날 일본의 오오야(大谷) 집안의 어부들과 충돌하여 일본으로 납치되어 끌려갔다. 그런 상황이라면 주눅들 것인데, 도리어 안용복은 일본의 에도막부를 상대로 울릉도와 독도가 조선의 땅임을 당당하게 주장했고, 그 주장을 인정받는 서계까지 받아냈다. 안용복은 거기서 멈추지 않았다. 1696년 봄에 해산물 채취를 나갔다가 일본 어선이 어로 활동을 하는 것을 보고 직접 일본까지 찾아가 울릉도와 독도가 조선땅임을 명확히 하면서 일본인의 침범을 근절해줄 것을 요구하였다. 그리하여 추후 에도막부로부터 침범하지 않겠다는 결정 사항을 전해 받게 된다. 도대체 안용복은 왜 그리 행동한 것일까? 공명심 때문일까? 공명심이라고 보기엔 너무도 위험한 상황이 뒤따를 수 있었다. 일개 개인이 국가를 상대로 하는 싸움이지 않는가. 안용복의 참마음과 용기의 근원은 어디에 있을까? 바로 어떠한 경우에도 자신의 것을 지켜야겠다는 의지였다. 그 때문에 국난 시기가 아닌 평상시에, 그것도 국가의 녹을 받지도 않는 평범한 사람이었는 데도 그리 행동할 수 있었다. 흔히 평상시이고, 또 관리도 아니라면 남일인양 그냥 넘어가는 경우가 다반사일 것이다. 하지만 평시라고 해서 자신의 영토를 침범하는 행위를 묵인한다면 그것은 참혹한 결과를 가져오기 마련이다. 그 묵인을 기화로 그 땅만이 아니라 더 많은 것을 양보하게 되고, 심지어는 나라까지 빼앗기게 된다는 것은 동서고금의 역사가 보여주는 바이기도 하다. 이런 점에서 안용복은 진실로 자신의 나라와 민족을 사랑한다면 언제, 어디서나 자신의 조국에 있는 풀 한 포기, 물 한 모금이라도 소중히 여기고 반드시 지켜내야 한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이기도 하거니와 바로 그 마음이 참다운 용기라는 것을 가르쳐주는 것이기도 하다.

05.『삼국유사』에 기록된 홍익인간(弘益人間) 원문. 홍익인간 정신을 통해 우리 민족은 건국 초기부터 정의와 진리에 입각해 용기 있고 참다운 배포를 가졌음을 알 수 있다. ⓒ한국민족문화대백과 06. 5세기 한반도 지도에 나타난 고구려의 영토 확장. ⓒ두피디아.

 

광개토호태왕의 천손의 기개

나라와 민족이 위기에 처하거나 영토가 침범 받을 때 그것을 지켜내기 위한 행동 또한 쉽지 않지만, 그보다는 남보다 더 자신의 힘이셀 때, 국력이 강할 때 그 진면목이 드러나기도 한다. 국력이 강한 대부분의 나라들은 약소국을 침범하였다. 징기스칸과 나폴레옹이 그랬다. 사람들은 그들을 영웅이라 부른다. 허나 그들의 침략으로 살육 당한 백성을 떠올릴 때 과연 그들을 진정한 영웅이라고 할 수 있을까? 이와 달리 고구려 광개토호태왕의 모습은 참다운 영웅이 무엇이고, 참다운 용기가 무엇인가를 보여주는 한 사례가 될 것이다. 흔히 우리 민족은 힘이 약해서 다른 나라를 침범하지 못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거란, 여진, 몽고 등의 북방민족은 실상 중국 영토까지 장악하며 요, 금, 원, 청이라는 대제국의 나라를 건설하였다. 그런데 결코 약한 나라가 아니었던 고구려는 그런 길을 걷지 않았다. 고구려를 건국한 추모대왕은 단군조선의 영토를 되찾자는 다물의 기치를 내걸었고, 광개토호태왕은 그 다물의 기치 따라 영토를 되찾는 이후 더 이상 다른 나라의 영토를 침범하지 않았다. 광개토호태왕은 백제와 신라를 통합하여 명실상부한 단군족의 천손의 나라를 건설하려고 하였다.

여기서 자신의 존엄과 영예를 다른 나라에 대한 침략과 패권에서가 아니라 자신의 자신에게서 찾았던 광개토호태왕의 참다운 용기를 읽어낼 수 있다. 그러니 고구려 백성들은 ‘국강상광개토경평안호태왕國岡上廣開土境平安好太王’이라는 칭호를 붙였다. 광개토경 즉 다물의 기치로 영토를 되찾았고, 백성을 평안하게 한 태왕으로서 너무도 위대한 대왕이기에 좋을 호 자를 덧붙여 호태왕이라고 칭하였던 것이다. 천손, 즉 하늘의 자손이라는 것은 단군신화에 나오는 단군조선의 정신을 그대로 이어받은 것으로서 자신의 자신에 대한 자긍심을 최상으로 표현한 말이다. 내가 바로 하늘로서 세상을 다스리며 스스로 복되게 살아가겠다는 것이다. 이것은 내가 하늘의 명을 위임받았기에 다 지배해야 한다는 천명사상과도 다르고, 자신의 민족만이 하느님의 선택을 받았다는 선민사상과도 구별된다. 자신의 자신에게서 존엄과 긍지를 찾고 복되게 살아가겠다는 뜻이다. 여기에 광개토호태왕이 천손의 나라를 건설하려고 하는 참다운 용기를 찾아볼 수 있다.

 

홍익인간의 사상에 체화되어 있는 참된 용기

침략을 격퇴하는 행위, 자신의 땅의 재부를 소중히 여기는 마음, 평시에도 자신의 것을 지키려는 의지, 힘이 세도 자신의 영토를 되찾는 이상 다른 나라를 침략하지 않고 천손의 나라를 건설해 스스로 복되게 살아가려고 하는 정신 등은 도대체 어디에 근거한 것일까? 이 모든 것들은 우리 민족의 뿌리가 되는 단군조선의 건국사상에 담겨져 있다. 널리 인간세상을 이롭게 한다는 홍익인간의 사상이 바로 그것이다. 이를 보면 우리 민족은 건국 초기부터 정의와 진리에 입각해 용기 있고, 참다운 배포를 가진 민족이었음을 알 수 있을 것이다. 인간세상을 이롭게 한다는 것은 인간 스스로를 사랑한다는 것이다. 범이나 곰처럼 육식생활, 즉 짐승과 같은 약탈 행위를 저지르지 말고 자기 자신을 수양하여 참다운 인간이 되어 살아가라는 것이다. 자신에 대한 자긍심에서 존엄과 명예를 세워야 한다는 뜻 이다. 그 때문에 자신의 것을 빼앗으려고 하는 행위에 대해서는 단호하게 대처하고, 국력이 강해도 다른 나라를 지배하는 것에서 권위를 세우려고 하는 것 이 아니라 자신의 존엄으로부터 영예를 드러내려고 한다. 그 때문에 우리 민족은 홍익인간 사상의 뿌리로부터 진정한 용기를 체현할 수 있게 되었다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이런 홍익인간의 사상에 근거하여 모두가 참다운 용기를 발굴하고 발현해야 하지 않을까. 우리 땅을 뺏으려고 하는 행위에 대해서는 단호하게 대처하고, 더 나아가 지금껏 잃어버린 영토를 되찾아 스스로의 존엄과 영예를 빛내는 민족이 되어야 하지 않겠는가.

 

글. 정호일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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