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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인생역전 대박! 바다의 악동에서 왕자로 변신 마산 아귀찜
작성일
2015-06-01
작성자
문화재청
조회수
6575

인생역전 대박! 바다의 악동에서 왕자로 변신 마산 아귀찜. 일반적으로 표준어인 아귀(Lophiomus Setigerus)는 아구로 더 잘 알려져 있으나, 망청어(함경도), 물꿩(방어진), 꺽정이(서해안),귀임이(남해안), 아꾸(경상도), 악귀(전남)등 다양한 방언으로 불리기도 한다. 인천지역에서는 지금에야 버릴 것 이 없는 귀한 생선으로 대접 받지만, 예전에는 그물에 아귀가 걸려들면 못생겨서 팔 수 없는 고기이니 재수 없다고 어부가 배 밖으로 던져버려 물에 빠지면서 ‘텀벙’하고 소리가 난다고 해서 물텀벙이라고 하였다. 또 다른 이름, 아구어餓口魚, 즉 굶주린 입을 가진 생선이다. 몸의 절반을 차지할 정도로 입 이 큰 데다 배를 갈라보면 조기, 병어, 오징어, 새우, 도미, 가자미 등 통째로 삼킨 값비싼 생선이 들어 있 어 붙여진 이름이다. ‘아귀 먹고 가자미 먹고’하는 속담이 생겼으니 어쩌다 일거양득의 횡재수를 뜻하기도 한다.

 

고약한 이름의 서러운 바다생선, 아귀

아귀는 수심 깊은 바다 밑바닥에 가만히 엎드려 머리 앞쪽 돌기 낚싯대로 먹이를 유인한다. 오로지 먹이가 자동적으로 입으로 들어오길 기다렸다가 날카로운 이빨로 물어 통째로 삼키고 만다. 한번에 자기 몸의 3분의 1정도 크기의 먹이를 아무렇지도 않게 먹는이 런 대식성 때문에 아귀는 탐욕과 음흉의 상징으로 여겨진다.

조선시대 문신 정약전(丁若銓, 1758~1816)은 『자산어보』에서 아귀를 낚시하는 물고기라는 뜻의 조사어釣絲魚라 표기하고 있다. 그 당시에는 실제로 물속에서 아귀가 먹잇감을 사냥하는 장면을 지켜볼 수있는 잠수장비도 없었을 텐데 그의 통찰력은 과연 놀랍기만 하다

서양에서 아귀가 미끼를 가지고 낚시하는 물고기라는 의미에서 ‘낚시꾼 고기(anglerfish)’라고 부르는 것도 같은 맥락일 것이다. 한자로는 안강어鮟鱇魚라고 하는데 안鮟과 강鱇은 모두 아귀를 말한다. 서해와 같이 조류가 강해 물살이 센 해역에서는 아귀처럼 입을 벌려 떠밀려오는 물고기를 잡는 어구를 안강망鮟鱇網이라고 하는 것을 보면 쉽게 이해가 간다.

한편, 불교에서 아귀餓鬼라는 단어는 악업을 저질러 벌을 받는 굶주린 귀신이란 뜻에서 나온 말이다. 흔히 게걸스럽게 먹는 사람을 보고 ‘아귀처럼 먹는다’고 하고, 여럿이 뒤엉켜 악착스럽고 심하게 다투는 것을 ‘아귀다툼 한다’고도 한다. 또 다른 해석은 아귀는 큰 턱과 큰 위를 가지고 있으므로‘악顎+위胃’의 ‘악위’에서 아귀로 변천되었다고 주장하는 설도 있다. 여하간 시커멓고 물컹거리며 비늘이 하나도 없는데다 점액질로 뒤덮여 끈적거리며 이빨이 3중의 빗 모양으로 촘촘히 나있는 것 이 무서울 정도이다. 옛날 사람들의 눈에도 어지간히 흉측하고 못생겨 보여서 이름도 고약하게 불렀나 보다.

01. 덕장에 걸려있는 아귀. 마산 아귀찜은 11월부터 이듬해 3월까지 잡히는 아귀를 열흘 정도햇볕과 바람이 잘 드는 덕장에 내걸어 말 린 건조된 아귀만을 사용 한다. ⓒ두피디아 02. 정약전 이 편찬한 해양생물학 서적인『자산어보』에서는 아귀를 낚시하는 물고기라는 뜻의 조사어(釣絲魚)라 표기하고 있다. ⓒ한국민족문화대백과 03. 아귀는 한 때 못생긴 겉모습 때문에 어부도팔 수 없는 물고기로 여겼으나 이제는 버 릴 것 없는 귀한 생선으로 대접받고 있다. ⓒ국가자연사연구종합정보시스템

 

화끈한 매운 맛, 마산 오동동의 아귀찜 재탄생

우리나라에서는 아귀가 일찍부터 서민의 먹을거리로 이용되어 왔으므로 그 담백한 맛을 알고 있는 것으로 보이나 어떤 조리방법으로 이용되었는지 문헌에 기록된 바는 없다.

일반적으로 널리 알려지기 시작한 것은 아귀찜요리인 바, 문헌적인 고찰을 해볼 필요가 있겠다. 찜은 한글조리서인 장씨 부인의『음식미디방(1678)』에 처음 기록되고 있다.

서유구의 『임원십육지(林園十六志, 1827)』에는 ‘찜烝은 갱羹의 소즙자少汁者로서 증蒸은 수증기 찜이고, 삶기찜, 중탕찜의 경우는 증烝으로 구별하고 있다’라고 기술하고 있다. 한자의 초두변 하나로 구별하자니 애매모호하기는 매한가지이다.

조선시대 궁중연회의 식단에는 찜 요리가 많았으며 그중에서 어패류의 찜은 붕어찜(부어증, 魚蒸), 조기찜秀魚蒸, 전복찜生鰒蒸, 全鰒蒸, 熟鰒蒸, 해삼찜海蔘蒸등이 있다. 아귀찜은 황혜성의 『한국민속종합보고서』에 처음으로 기록되고 있다. 찜 요리의 문헌은 1700년대에 기록된 것으로 미루어 보아 1700년대 이전부터 육류 및 어패류의 찜 이많았으며 특히 어획 어종을 이용한 어패류의 찜 요리가 많았던 것으로 보인다.

현대 아귀찜의 기원은 마산에 배경을 두고 있다. 마산의 한 어부가 지천에 널려있는 겨울 아귀를 장어국 파는 마산의 오동동 혹부리할머니에게 요리를 부탁하니 흉측한 모양 때문에 처음에는 가차 없이 거절당했단다. 그런데 버려진 아귀가 찬바람에 얼었다 녹았다 하면서 말라 있어 할머니가 아까워서 그것을 북어찜 요리법에 적용하여 찜을 한것이 그 시초이다.

이 아귀찜이 요즘처럼 콩나물, 미나리 등 채소가 들어가기 시작한것은 1960년대 중반쯤으로 짐작된다. 꾸덕꾸덕해진 아귀에 미더덕, 콩나물, 미나리 등과 함께 고춧가루와 다진 파, 마늘 등으로 매운 맛을 내고 물녹말을 넣어 걸쭉하게 양념이 잘 배도록 버무려낸다. 너무 매워 울면서도 계속 먹게 되는 중독성이 있다. 담백한 하얀 살과 물컹한 껍질의 묘한 감촉과 개운한 맛에 아귀찜에 대한향수를 갖게 된다. 또한 아귀찜은 쫄깃한 아귀의 맛도 좋지만 함께 어우러진 푸짐한 콩나물을 건져 먹는 재미도 만만치 않다.

잡히면 재수 없다고 버렸던 천덕꾸러기 아귀는 이제 마산의 명물이 되어 아구데이(5월 9일)까지 정해질 만큼 정상에 등극하게 되었다. 마산 오동동 맛집 아구거리에서 후한 인심으로 상징되며 지역관광자원화에도 일조하고 있으니 사람 팔자만 모를 것이 아니라 생선 팔자도 참 모를 일이다.

04. 아귀찜에 많이 들어가는 콩나물은 아귀에 부족한 비타민C를 보충해주고 비린맛을 보완해준다. ⓒ이미지투데이 05. 아귀 살과 함께 매콤하게 버무려 나오는 미나리는 향긋한 향과 아삭아삭 씹히는 식감을 더해줄 뿐만 아니라 매운 맛을 감싸주는 역할을 한다. ⓒ아이클릭아트

 

못생겨도 버릴 것 하나 없는 별미

마산 아귀찜은 11월부터 이듬해 3월까지 잡히는 아귀를 열흘 정도햇볕과 바람이 잘 드는 덕장에 내걸어 말린 건조된 아귀만을 사용한다. 반면 부산, 서울, 인천, 군산의 아귀찜은 신선한 생아귀와 다른해산물도 섞어서 사용하는 점에 차이가 있다. 아귀찜은 콩나물이 엄청 많이 들어간다. 아귀만으로 요리하면 너무 딱딱하고 비린내가 심할 수도 있으므로 음식궁합을 고려하여 부족한 비타민C를 콩나물로 보충해주는 요리법은 신의 한수라 할 만큼 지혜로운 조리법이다.서양에서 아귀는 머리와 껍질이 제거되어 생아귀, 냉동아귀, 훈제아귀 등으로 유통되고 있다. 가식부위는 꼬리부위의 육이며 머리는 스프의 재료로 이용되고 있다. 일본은 아귀의 부위별 요리가세계에서 가장 발달된 나라로 육보다는 내장부위(간, 아가미, 지느러미, 위, 껍질, 뽈살, 난소)를 귀한 것으로 여겨 부위별 메뉴가 따로 있을 정도이다. 이와 같이 아귀는 등뼈를 제외한 어느 부분이라도 다 먹을수 있 어 어류 중에서도 가식부가 많은 어류이며 스테미너를 만드는 진 어珍魚로 취급하고 있다. 부위별로 특유의 맛이 있고, 꼬리 부위는 바다가재의 대용 요리로도 이용된다. 특히 아귀 간은 숭어알 염건품인 카라수미(からすみ)와 해삼내장 염장품인 코노와타(このわた)와 함께 일본의 3대 진미眞味로 알려져 있다. 미식가들 사이에서 아귀 간은 ‘바다의 푸아그라’로 불릴 만큼 맛도 뒤지지 않는다.

 

영양학적 가치의 재발견, 아귀의 시대가 열리다

아귀찜은 무엇보다 건강식품이다. 저지방 저칼로리 고단백식품이므로 다이어트음식으로 제격이다. 아귀는 철분이 풍부하여 빈혈을 예방하고, 혈압을 조절해 고혈압 환자들에게도 권장되고 있다. 아귀의 껍질에는 피부의 염증을 방지해 주는 비타민B2와 피부를 탄력 있 게 만드는 콜라겐 성분과 비타민E가 함유 되어 있다. 즉, 피부 노화 방지에 탁월한 효능을 갖고 있어 아줌마들의 모임에 최우선 순위의 추천음식이다. 아귀의 담백한 맛과 콩나물의 궁합은 음주 후 숙취해소와 간 기능 회복에 매우 효과적이다. 특히 간장의 해독에 탁월한 타우린 성분이 풍부한데다 속을 편하게 진정시켜 주는 효과까지 있어 술안주나 속 풀이 음식으로 손꼽힌다. 뼈와 이를 튼튼하게 하는 비타민 D도 풍부하다. 아귀의 간에는 레티놀retinol로 불리는 비타민A가 많아 손상된 세포나 조직을 치유해주고 시력보호와 면역력 증진에도 도움이 된다. 아귀 간은 지방 함량이 대단히 높고 DHA·EpA가 하루 권장 섭취량(650㎎)의 20배나 함유되어 있어 성장기 어린이의 두뇌발달과 학생들의 학습능력증진에 도움을 줄 뿐만 아니라, 노인들의 치매예방에도 효과적인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또한 동맥경화, 뇌졸중, 심장질환 등과 같은 순환기 계통의 질병예방 및 당뇨병 예방, 암 발생 억제 등에 효과가 있다고 인정되자 한때 일본에서는 호주에서 아귀간 통조림을 대량으로 수입하기도했다.

아귀찜 요리가 처음 세상에 나온 지 50여 년이 지난 지금, 아귀는 화려한 변신을 꾀하고 있다. 유럽이나 일본 스타일은 물론 퓨전식의 다양한 아귀요리들이 개발되어 그 품격을 높이고 있다. 예컨대 아귀버거, 아귀테린, 아귀튀김, 아귀 간을 이용한 소스, 파스타, 샐러드, 구이, 샤브샤브 등의 조합으로 선 보이고 있다. 또한 21세기의 화두인 웰빙 트렌드에 맞추어 탐구하는 요리사들의 손끝에서 건강한 요리의 무한한 가능성을 제시하고 있다.

겉모습 보다는 내면이 아름다운 사람이 더욱 매력적인 것처럼 무한한 매력으로 변신을 꾀하는 아귀의 얼굴이 ‘더없이 귀엽고 사랑스럽게 보인다’라고 하면 아직은 시기상조일까? 단언컨대 NO!

 

글. 정재홍 (신안산대학교 호텔조리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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