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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세월이 만든 장엄한 절경, 그 수려한 정취에 취하다. 포천 한탄강 현무암 협곡과 비둘기낭
작성일
2015-06-01
작성자
문화재청
조회수
6327

세월이 만든 장엄한 절경, 그 수려한 정취에 취하다. 포천 한탄강 현무암 협곡과 비둘기낭 폭포. 처음에 관한 설렘은 모든 것에 대해 존재한다. 그것은 여행에서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처음 본 광경, 처음 맛 본 음식들은 여행의 백미를 장식한다. 포천에서 만난 한탄강 현무암 협곡과 비둘기낭 폭포는 지금까지 한 번도 보지 못했던 독특하고 경이로운 풍경이었다. 태곳적 모습을 그대로 간직한 그 장엄한 자태를 보며 한참동안 할 말을 잃었던 것은자연이 만들어낸 절경에 잠시 취해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미리 챙겨간 포천의 막걸리 한 병이 이 취기를 북돋았다.

 

포천 그리고 한탄강

조선시대 문신 성임은 포천을 ‘천층산이 북쪽에 우뚝하고, 한줄기 물이 남쪽으로 흐르는 곳’이라 했다. 포천에는 해발 1000m 안팎의 여러 산들과 그 산속에 여러 계곡들이 깃들어 있다. 포천은 서울보다 훨씬 북쪽에 위치하고 북한과 인접해 있어 오래전부터 군사도시라는 이미지가 있었지만, 지금은 여행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이라면 휴양을 위해 포천을 찾는 것이 낯선 일은 아니다. 포천을 대표하는 관광지는 산정호수나 백운계곡처럼 이미 유명한곳들과 함께 한탄강 8경이 있다.

한탄강은 우리나라에 존재하는 유일한 화산강으로 용암으로 만들어진 지형에 물줄기가 흘러들어 만들어졌다. 한탄강은 강원 평강군에서 발원해 철원과 포천, 연천을 지나 임진강으로 흘러 들어가는데 한탄강 곳곳마다 둘러싸인 절벽과 협곡에 존재하는 수십만 년 전 시간의 흔적들이 비경을 이루고 있다. 포천을 통과하는 한탄강의 모습도 마찬가지이다. 시원한 물줄기와 함께 레프팅을 즐기면 오랜 세월을 지나며 자연의 작품으로 탄생한 한탄강 8경을 눈에 담을 수 있다.

01. 여름으로 치닫는 숲의 생 기 속에 비 밀의 정원처럼 펼쳐져 있는 현무암 협곡. ⓒ김병구

 

한탄강 현무암 협곡과 비둘기낭 폭포

한탄강 8경 중 6경에 해당하는 비둘기낭 폭포로 가기 위해 포천의 북쪽으로 향한다. 이곳은 ‘포천 한탄강 현무암 협곡과 비둘기낭 폭포’라는 이름으로 천연기념물 제537호에 지정되어 있다. 모름지기 폭포란 산 위에 존재하기에 어느 정도 등반을 한 후에 그 모습을 드러내주기 마련인데, 비둘기낭 폭포는 시작부터 다르다. 잘 정비된 데크를 따라 숲속 아래로 내려가다 보면 옥빛 비둘기낭이 모습을 드러내는 것이다. 이곳에 여름으로 치닫는 숲의 생기 속에 비밀의 정원처럼 새로운 세상이 펼쳐져 있다. 눈앞에서 폭포의 양 옆으로 보이는 주상절리, 물줄기 뒤로 보이는 신비로운 하식동굴, 폭포가 떨어지는 푸른빛의 물웅덩이, 이 모든 것을 아우르는 신록이 천혜의 비경을 그려낸다.

02. 폭포의 양 옆으로 보이는 크고 작은 하식동과 주상절리는 유구한 세월의 깊이를 간직하고 있다. ⓒ김병구

 

폭포는 장마철처럼 많은 양의 물줄기를 내보내지는 않았지만, 검은 주상절리 사이에서 솟구치는 모습만으로도 강인한 인상을 준다. 폭포의 물줄기는 마치 수십만 년 전의 기억들과 함께 낭을 메마르지 않게 하기 위한 무던히 애쓰는 자연의 손길 그 자체로 느껴진다. 장엄한 절경 속에 어딘지 모르게 아늑한 느낌이 나는 것을 보니 비둘기낭이라는 이름이 예로부터 겨울이면 수백 마리의 산비둘기들이 서식했기 때문이라는 것이 수긍이 된다.

비둘기낭 폭포 아래로 시선을 돌리면 현무암 침식으로 형성된협곡이 또 하나의 절경을 그려낸다. 오래전 용암이 흘러간 자리를 따라 만들어진 협곡은 양옆에 자리한 거대한 주상절리들 사이에서 물줄기를 유유자적 흘려보낸다. 마치 영화의 한 장면 속에 들어간 듯 신비한 풍광과 하나가 되어본다. 얼굴에 스치는 시원한 바람에 자연이 주는 온갖 시련들을 겪고 웅장한 모습으로 서있는 또 하나의 자연들이 자신들의 이야기를 실어 보내는 듯하다.

03. 1957년 백운계곡의 화강암 지하수로 술을 빚 기 시작해 수 세대를 거쳐 오늘날까지 운영되고 있는 포천 이동주조. ⓒ한국향토문화전자대전

 

포천 막걸리

포천이란 이름은 물을 안고 있다는 뜻으로 포천의 물이 유독 맑고 맛이 좋기로 소문이 나있다. 이러한 물맛을 좋은 술맛으로 바꿔 포천을 막걸리의 대명사격인 지역으로 만든데 에는 ‘이동’면에서 만든 이동막걸리가 큰 몫을 했다.

백운계곡의 물맛이 좋아 1957년 백운계곡의 화강암 지하수로 술을 빚기 시작했다는 이동주조는 수 세대를 거쳐 오늘날까지 운영되고 있다. 이동주조 공장 근처에 가면 구수한 막걸리 냄새가 퍼져 구미를 당기게 한다. 막걸리 직판장에서 맛보는 갓 만든 ‘생막걸리’의 맛은 가히 일품이다. 이동막걸리는 누룩이 아닌 종국으로 발효해 술을 만들지만, 발효방식은 이동주조와 역사를 함께한 옹기로써 발효하는 전통방식을 고수하고 있다. 이동막걸리의 맛이 좋은 까닭은 좋은 물과 좋은 옹기와 오래도록 함께 일해온 마을 사람들이 만들어내기 때문이었다. 막걸리가 흔한 시대이지만, 유통기한이 짧은 이동막걸리를 포천에서 직접 맛본다는 것은 특별한 느낌마저 든다.

막걸리 이미지

 

술의 고장에서 막걸리의 맛만 볼 수 없어 산사원에 들르기로 한다. 화천면에 위치한 전통술 갤러리 산사원은 물맛 좋은 포천의 막걸리를 다각도로 체험할 수 있는 공간이다. 이동주조에서 맡을수 없었던 누룩의 냄새가 진하게 퍼지는 산사원에 도착하니 잘정돈되고 정갈한 정원이 먼저 맞이한다. 정원에는 자연과 어우러진 다양한 건물들이 들어서 있다. 정원에서 만난 누룩을 담은 어린아이 키만 한 옹기들이 예술작품처럼 특별한 풍경을 만들어낸다. 본격적으로 산사원에 들어가 입장료를 내니 작은 술잔 하나를 내어준다. 이 잔으로 각종 술을 시음하는 기회를 얻었다. 포천의 다양한 술들이 이 작은 잔 하나에 담겨 마시는 순간 온몸으로 청량한 물맛의 느낌을 전해준다. 처음 맛보는 술맛에 감각이 깨어나 한탄강에서부터 막걸리에 이르기까지 포천이 선사한 다양한물의 향취가 마음속에 깊이 새겨진다.

 

글. 김진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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