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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눈에 보이지 않는 바람은 어떻게 생겼을까?
작성일
2015-06-01
작성자
문화재청
조회수
5342

눈에 보이지 않는 바람 은어떻게 생겼을까? 궁금증에서 시작한놀이 바람개비. 바람개비 놀이는 바람의 힘으로 돌아갈 수 있게 만든 바람개비를 가지고 돌리며 노는 놀이이다.지방에 따라‘팔랑개비’라고도 하고 돌아간다는 의미로‘도르라미’라고 부르기도 한다. 전국적으로 행해지던 놀이이며, 아주 오랜 역사를 가진 놀이이다. 바람을 타고 돌아가는 바람개비는 단순한 놀이가 아니라 우리가 살아가는 삶의 일부였으며 선풍기나 에어컨 바람에 익숙한 요즘 아이들에겐 오롯이 자연의 바람을 온 몸으로 느낄 수 있는 건강한 놀이라 할 수 있다.

 

오랜 옛날부터 널리 행해져온 놀이

바람은 비와 관련되어 있고 비는 곧 농사와 관련된 중요한 요소이므로 예로부터 바람에 대해 각별한 관심을 기울였다. 단군신화에는 환웅이 하늘에서 인간을 다스리러 내려올 때 바람신 풍백風伯을 거느리고 왔다고 전해진다. 제주도, 영남 또는 해안지방에서 섬기는풍신으로 ‘영등할미(할망)’가 있다. 지금까지도 영등굿을 벌여 영등할미를 대접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하늬바람, 높새바람, 샛바람, 마파람, 비바람 등의 바람에 관한 명칭이 많다는 것은 그만큼 바람에 민감했음을 나타낸다고 할 수 있다.

『세조실록世祖實錄』30권에 보면 “우리나라에서는 오래전부터 정월대보름을 앞두고 새해 풍작을 기원하여 벼, 기장, 조, 보리, 콩 등의 오곡의 이삭을 볏 짚 주저리와 함께 긴 장대에 매달아 마구간 옆 이나 대문간 앞에 세우고, 이 때 낟알 이삭 밑의 장대에는 바람개비를 만들어 달았는데 이를‘보름볏가리’라고 한다.”고 쓰여 있다. 또『동국세시기東國歲時記』에는“아이들이 정월 대보름이 지나면 연날리기를 그만두고 오색 종이에 풀칠을 하여 대나무 가지의 양 끝에 붙이고 자루 끝에 구멍을 뚫고 연결하여 빙빙 돌도록 만든다. 그것을 회회아回回兒라 하며 혹은 바람개비라고도 한다. 이런 것은 저자에서도 많이 팔고 있다.” 라고 기록되어 있다.

위의 두 기록에서 바람개비는 두 가지의 의미를 담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전자는 예로부터 풍년을 바라는 주술적인 의미를 담고 있고 후자는 놀이적인 요소가 강화된 것이다. 언제부터 이 놀이가 시작 되었는지 정확한 기록은 없지만 위의 두 가지 기록으로 볼 때, 아주오래 전에 눈에 보이지 않는 바람의 모습을 구체적으로 보기 위해 주술적인 의미로 바람개비를 만들어 돌리다가 점차 놀이의 요소만남게 되어 오늘에 이른 것으로 추정된다.

바람개비 일러스트

 

쉽고 간단하게 만든 나만의 장난감

바람개비는 다양한 형태가 있는데 크게 나누면, 손에 쥐고 달리면서 돌리는 것과 장대 끝에 달아매서 돌리는 것, 공중으로 날려 보내는 것이 있다. 장대 끝에 달아매서 돌리는 것이 위의 ‘보름볏가리’형태의 일반적인 바람개비의 모습이다.

네모난 정사각형의 종이를 접은 후 접힌 자리를 끝으로 모아 중심점을 향해서 3/5 정도 가위로 자른 후 한 개씩 건너뛰고 네 개의 끝을 종이 중심점으로 모아 장대나 수수깡에 핀으로 고정시키면 완성된다.

이렇게 만든 바람개비를 가지고 노는 방법은 일러주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익히게 된다. 어릴적 내 손에 쥐어진 바람개비를 보고 어떻게 하면 잘 돌아갈까? 하고 이런저런 방법을 생각하다 보면 비로소 바람개비와 하나가 되어 온 몸으로 바람을 느끼는 나를 만날 수 있었다. 단순한 놀이를 통해서 저절로 배우고 깨닫게 되는 경험을 했다.

최근에는 바람개비를 만들어 노는 아이들의 모습을 본적이 없다. 공원에 설치된 커다란 조형물의 바람개비들은 쉽게 눈에 띈다. 언제부터인지 멋지고 크고 비싼 것들이 아이들과 어른들에게 좋은 장난감이 되어 버렸다. 바람개비처럼 허접하고 볼품없는 장난감은 흔적조차 사라져 버렸다. 바람개비에 정신이 팔려 신나게 바람을 맞으며 웃고 달리던 어린 시절을 아이에게 선물해야겠다.

 

글. 박진미 (우리문화전통놀이 모꼬지 부회장) 일러스트. 박근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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