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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구전으로 전해지고 있는 가장 오래된 규범
작성일
2015-05-07
작성자
문화재청
조회수
4939

구전으로 전해지고 있는 가장 오래된 규범, 구루칸 푸카에서 선언된 맨든 헌장. 서아프리카에 있는 말리의 푸르칸 푸가에서 13세기 초 전설적인 영웅 순디아타 케이타 왕이  말리제국을 건설하고서 추장들을 모아놓고 선언한 맨든 헌장은 구전으로 전승되고 있는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규범 중의 하나이다. 이 헌장에는 다양성 속에서 사회적 평화, 인간의 신성성, 가정교육, 조국과 개인, 음식 안보, 노예제 폐지, 표현과 교역의 자유 등의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 아버지에서 아들로 세대 간의 구전을 통하여 계승되고 있으며 맨든 헌장 보유집단인 말린케족 공동체는 농부, 사냥꾼, 대장장이, 그리오Griot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01. 맨든 헌장 기념 연례행사는 카바라고도 불리우는 맨덴의 심장부 캉가바에서 거행된다. 02. 맨든 헌장에 관한 지식과 기술은 아버지에서 아들에게 구전을 통한 전승된다.

 

황금의 제국 ‘말리’

사하라에서 서아프리카로 광대한 국토가 펼쳐져 있는 말리공화국은 북반부는 사막성이고 남으로는 스텝성의 열대사바나 기후로 건조한 땅이다. 주로 니제르Niger강 유역과 남부의 사바나 지역에 사람들이 모여 살고 있으며 대부분 농업과 목축에 종사하고 있다.

이슬람 세력이 등장하기 이전 이 지역에는 가나Ghana왕국(4세기~13세기), 말리Mali제국(1230년~1645년), 송가이Songhay제국(1473년~1591년) 등이 존재하였다. 현재의 말리공화국의 국명이 유래한 말리제국은 1235년에 전설적인 영웅 순디아타 케이타(Sundiata Keita, 1217년~1255년)가 만딩고Mandingo계의 말린케Malinke족을 통일하고 니제르 강 유역에 건설한 국가이다.

말리제국은 14세기 만사무사Mansa Musa 왕 때에 전성기를 구가한다. 만사무사왕은 사하라 사막을 넘어 메카 순례의 도상에서 대량의 황금을 사용하여 카이로의 금 시세가 잠시 하락하기도 하였다고 한다. 이러한 연유에서인지 아랍과 유럽 세계에서 사하라의 저편 ‘황금의 제국 말리’로 널리 알려지게 되었다.

이후 이 지역은 이슬람의 영향권 아래 놓이면서 여러 작은 왕국들이 난립하다가, 19세기 말에 이르러 프랑스의 식민 통치를 받는 프랑스령 수단French Sudan이 되었다가 1959년 현재의 세네갈과 함께 말리 연방이라는 이름으로 독립했지만 1960년 세네갈이 연방을 탈퇴하면서 현재의 말리공화국이 들어서게 되었다.

 

순디아타 왕과 ‘맨든 헌장’

원래 지방 호족 집단의 장에 불과했던 순디아타 케이타는 주변 부족을 통합하고 강력한 군대를 조직해 주변의 국가들을 무너뜨리고 거느리게 된다. 이윽고 급격히 성장한 신흥의 순디아타의 군대는 가나왕국을 무너뜨리고 당시 가장 강력했던 수수Susu족의 수수왕국(12세기~13세기)의 왕 수망구루 칸테Sumanguru Kante의 군대와 마주치게 된다. 1235년 수개월에 걸 친 양 세력의 싸움은 순디아타의 승리로 끝나고 수수족의 세력은 급격히 약화된다.

전투에서 승리한 순디아타는 자신의 지배지역을 통치하기 위하여 새로운 헌장을 제정하게 된다. 순디아타는 쿠르칸 푸가Kurukan Fuga에 여러 추장들을 모아놓고 헌장 승인을 위한 총회를 개최하였다. 맨든의 부족들과 동맹들이 참석한 이 총회가 끝난 후에 순디아타와 추장들은 자신들의 사회생활의 규칙이 될 ‘맨든 헌장(Manden Charter)’을 엄숙히 선포하였다.

‘맨든Manden’이라는 명칭은 현재의 기니Guinea와 말리 사이에 위치한 니제르 강 북부 유역의 이름이다. 맨든 헌장이 선포된 쿠르칸 푸가는 보왈 고원의 돌출부로 서쪽의 케니엘렌 마을에서 카바 마을 어귀까지 뻗어 있는 광대한 개간지이다. 카바 마을은 바마코에서 90km 떨어진 맨든의 심장부로 캉가바Kangaba라고 하는 이름으로 더 많이 알려져 있다.

03. 맨든 헌장에 관한 지식과 기술은 구조적이고 체계적으로 실제적인 연행을 통한 훈련에 의해 전승되고 있다.

 

세계 최고最古의 ‘맨든 헌장’

맨든 헌장은 비록 구전의 형태이기는 하지만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헌법 중의 하나이다. 맨든의 여러 부족들과 순디아타가 정복한 모든 지역에서 맨든 헌장이 효과를 거둘 수 있었던 것은 무엇보다도 나라를 안정시키겠다는 순디아타와 그의 신하들의 결의로서 가능했으며 그러한 취지에서 이 헌장이 선언되었던 것이다.

맨든 헌장의 혜택을 받은 사람들은 백성들이며 순디아타가 세운 제국의 주인인 말린케족, 특히 대장장이 계급과 음유시인 그리오Griot 계급의 사람들이었다. 비록 제국은 사라졌으나 헌장의 구절과 그와 관련된 의례는 말린케족 내부에서 세대에서 세대로 구전의 방식으로 전승되고 있다.

헌장의 내용은 다양한 종족과 문화 집단 사이의 상호 이해 및 사회 안정, 인간 생활의 존엄성과 신체적·정신적 고문 금지, 부모공경, 가족 구성원 유지, 자녀 양육 등을 증진하는 가정교육, 조국의 무결함과 개인 보호, 식량 안보, 약탈에 의해 성립되는 노예제도의 폐지, 표현과 이윤 추구의 자유 등을 제창하는 7개의 전문으로 구성되어 있다.

04. 헌장이 선언되었을 것으로 추정되는 장소. 05. 기니와 접경지대에 위치하며 광대한 개간지로 이루어진 쿠루칸 푸가.

 

‘맨든 헌장’과 연례행사

맨든 헌장의 전통을 생생하게 유지하기 위해 그 역사적 집회를 기념하는 연례행사가 캉가바 마을에서 열리고 있다. 캉가바 마을은 현재 말리에 편입되어 있으며, 기니와의 접경지대에 가까운 광대한 개간지인 쿠루칸 푸가와 인접한 곳이기도 하다

맨든 헌장에 관한 지식과 기술은 구조적이고 체계적으로 아버지에서 아들에게 실제적인 연행을 통한 훈련에 의해 전승되고 있다. 이는 말리의 문화가 주로 구전에 의존하고 있기 때문이다. 말린케 공동체의 맨든 헌장 보유집단은 농부, 사냥꾼, 대장장이, 그리오Griot로 구성된 사회적 및 전문적 계층이다.

이 행사는 말리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특히 맨든 헌장을 법률의 원천이자 여러 시대를 통해 살아남은 사랑·평화·형제애를 증진하는 원칙으로 믿고 있는 전통적 권위자들의 후원을 받고 있다.

06. 맨든 헌장은 관습법으로서 대대로 구전으로 전승되어 왔으며 공동체에 소속감과 정체감, 연속감을 부여한다.

 

‘맨든 헌장’의 등재 의의

공동체 구성원들에게 전통의 필수적인 부분으로 인식되는 맨든 헌장은 오늘날에도 자연과 환경을 존중하는 그들의 사회생활을 규정하는 기반이 되는 관습법으로서 대대로 구전으로 전승되어왔으며 공동체에 소속감과 정체감, 연속감을 부여하고 있다.

말리의 문화부는 맨든 헌장의 중요성을 보호하고 강화하기 위해 문화유산 관련 정부기관인 문화유산국을 통해 보유 공동체에게 현실적인 자문을 제공하고 회의를 조직하는 등 적극적으로 지원 활동하고 있다. 이러한 노력에 힘입어서 ‘쿠루칸 푸가에서 선언된 맨든 헌장(The Manden Charter, proclaimed in Kurukan Fuga)’은 2009년에 유네스코 무형문화유산호보협약 인류 무형문화유산 대표목록에 등재되었다.

인간 생활의 정화, 보편적 형제애, 박애, 도덕적·정신적 강직성, 독단과 독재에 대항하여 가난한 사람과 약한 사람을 보호하고 지키는 일, 다시 말해 인권의 기본 원칙을 제창하였던 맨든 헌장의 유네스코 협약 대표목록 등재는 말리의 도덕적·사회적 가치를 성문화成文化하는 길의 결정적 행보가 되었다.

 

글. 박원모 (유네스코 아태무형유산센터 홍보출판팀 팀장) 사진. 유네스코 (UNESC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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