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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임진왜란에 참전한 포르투갈 용병‘해귀海鬼’ 천저장사전별도
작성일
2015-05-07
작성자
문화재청
조회수
4467

정유재란이 한창이던 1598년 5월 26일, 명나라에서 원군으로 파견된 장수 팽신고를 환영하는 연회가 열렸다. 분위기가 한껏 달아오를 무렵, 팽신고가 선조에게 고했다. “제가 전하께 아주 특별한 신병을 소개하겠사옵니다.” “특별한 신병이라… 어느 지방 사람이오?” “예. 서역에 있는 파랑국(波浪國: 포르투갈) 사람으로, 조선에서 15만 리나 떨어진 곳에서 온 자입니다.” “오호, 말로만 듣던 파랑국 사람이라니, 어서 만나보고 싶군요.” 팽신고가 그 ‘특별한’ 신병을 불러왔다. 과연 범상치 않은 용모였다. “헉!!” “아니, 이럴 수가!” 팽신고가 소개한 용병은 명나라 군에 합류한 파랑국, 즉 포르투갈인이었다. “정말 놀랍소!” “이 자는 못하는 무예가 없으며, 조총도 잘 쏘는데다가, 바다 밑에 잠수해 적의 배를 공격할 수도 있습니다.”	“대인의 덕택에 이런 대단한 자들을 만나게 됐으니 황은이 아닐 수 없소이다.” 파랑국 용병은 한 명이 아니었다. 며칠 뒤 팽신고는 포르투갈 용병 3명을 더 데려와 선조 앞에서 각종 무술을 선보였다.	“어떻습니까?” “과연 대단하오. 이제 왜적을 섬멸하는 것은 시간문제가 아니겠소이까.” 선조는 파랑국 용병들의 칼솜씨를 보고는 은자(銀子) 한 냥을 상급으로 선사한다. 	“세상에나, 사람이여 곰이여?” “몸집이 내 두 배는 되겠구먼!” 파랑국 용병에 대한 소문은 왜군의 적진에도 전해졌다. 이에 왜군들은 파랑국 용병을 ‘정체를 알 수 없는 귀신’, ‘바다에서 건너온 귀신’이라 칭하며 두려움에 떨었다. 	“소문 들었어? 명나라 군대에 괴물처럼 무시무시한 병사들 얘기 말이야.” “들었고말고. 정말 이러다 우리 모두 괴물에게 잡아먹히면 어쩌지?” 	“적진의 분위기가 어떻다고 하더냐?” “전하, 왜적이 용병에 대한 소문을 듣고는 모두 얼굴색이 변하면서 짐을 죄다 배에 	실었답니다.” 왜병들은 해귀의 출전 소식에 겁을 먹고 철수 준비까지 한다. 드디어 기골 장대한 파랑국 용병들을 앞세운 조명연합군과 왜군의 전투가 벌어졌다. “으악!!” 하지만 경주에서 벌어진 전투에서 명군은 한 치의 공도 세우지 못하고 패하고 만다.	“우리가 괴물을 무찔렀다!” 이 소식을 들은 선조는 크게 실망한다. “뭐라? 해귀들은 뭘 했느냐? 왜 해귀를 시켜 바다 속으로 들어가 왜선의 밑을 뚫어 	침몰하도록 하지 못했단 말인가?” 410여 년 이 지난 지금도 해귀의 모습을 볼 수 있다. 1599년 철수를 앞둔 명나라 군을 위한 연회 장면을 그린 <천조장사전별도(天朝將士餞別圖)>에는 조선인의 눈에 비친 파랑국 용병들의 모습이 담겨있다. 한편 『선조실록』의 기사는 해귀, 즉 파랑국 용병의 인상착의를 아주 세세하게 묘사해 놓았다.‘일명은 해귀海鬼이다. 노란 눈동자에 얼굴빛은 검고 사지와 온몸도 모두 검다. 턱수염과 머리카락은 검은 양모처럼 짧게 꼬부라졌다. 이마는 대머리가 벗겨졌는데 한 필이나 되는 비단을 반도(磻桃)의 형상처럼 서려 머리 위에 올려놓았다.’

 

글 ‧ 그림. 유환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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