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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소통의 시대, 겸손한 리더십의 힘
작성일
2015-04-01
작성자
문화재청
조회수
9229

소통의 시대, 겸손한 리더십의 힘 한동안 나라를 떠들썩하게 했던 대한항공 조현아 前부사장의‘땅콩회항’ 사건은 교만으로 가득 찬 리더의 행태가 어떤 결과를 초래하는가를 생생히 보여주었다. 직원들을 마치 하인 다루듯이 멸시하며 욕보이는 갑의 횡포는 잘못된 황제적 리더십의 전형이었다. 리더가 겸손의 덕을 갖추지 못한 채 아랫사람들 위에 군림하면 함께 일하는 사람들에게 상처를 입힐 뿐 아니라 자기 자신도 추락시키고, 결국 조직에까지도 큰 타격을 입히게 됨을 일깨워준 사건이었다. 높은 지위에 있는 인사들이 교만한 행동을 보였다가 질타를 받는 일들이 이어진다. 오늘날의 사회환경 변화에 적응하지 못한 낡은 리더십의 모습이다. 현대사회는 제왕적 리더십에서 탈피하여 겸손한 리더십으로 변화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우리시대에 왜 겸손한 리더십이 요구되는지, 그리고 그 힘은 무엇인지 살펴본다.

노자는 자신을 낮추라 했다

일 찍 이 노자(老子, BC 570~479)는 『도덕경』제66장에서 이렇게 말했다. ‘강과 바다가 온갖 계곡물의 왕이 될 수 있는 까닭은 / 잘 낮추기 때문이다 / 그러므로 온갖 계곡물의 왕이될 수 있다 / 이러하기 때문에 백성들 위에 서고 싶으면 / 반드시 자신을 낮추는 말을 써야 하고 / 백성들 앞 에 서고 싶으면 / 반드시 자신을 뒤 로 해야 한다’ 노자는 강과 바다가 자신을 낮춤으로써 자기보다 훨씬 높은 곳에서 흘러오는 계곡 물의 왕 노릇을 한다는 사실을 말했다. 이러한 자연의 원리와 마찬가지로 성인은 자신을 낮추는 태도로 백성을 통치할 수 있는 것이다.

자신을 낮추라는 노자의 말은 오늘날에도 그대로 유효하다. 더욱이 현대사회는 갈수록 다원화되고 복잡해지고 있다. 게다가 모바일시대가 낳은 소셜네트워크 서비스(SNS)의 급격한 확산은 이제까지의 수직적 위계사회를 수평적 네트워크 사회로 변모시켜 놓았다. 과거의 사회는 정치적 권력이나 경제적 부에 따라 질서가 구축되는 수직적 위계사회였다. 그 사회의 의사결정은 상층에 속해 있는 사람들에 의해 전적으로 이루어졌고 그것이 아래로 전달되는 하향식 구조였다. 그러나 오늘날 사회는 다원화되었고 그에 이어진 SNS 혁명은 사회환경의 큰 변화를 가져왔다. 변화된 사회환경은 더이상 리더십의 독점을 허락하지 않고 있다. 조직이나 사회의 방향을 한두 사람이 전적으로 결정하는 것은 불가능하게 되었고 집단지성의 힘이 비약적으로 강화되었다. 조직의 CEO든 정치지도자이든 아니 대통령까지도 더이상 권위주의적 리더십으로는 사람들의 지지를 얻어낼 수 없고 새로운 민주적 리더십으로 변화할 것을 요구받고 있는 바, 그 요체가 겸손의 리더십에 있다고할 수 있다

01. 02. 글로벌 네트워크로 세계가 하나로 연결되고 있는 가운데, SNS 혁명에 의해 변화된 사회 환경은 더 이상 리더십의 독점을 허락하지 않는다. ⓒ이미지투데이

겸손한 리더십의 전범

지난 해 한국을 다녀가면서 우리 국민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던 프란치스코 교황은 이시대 겸손한 리더십의 전범이라 할 만하다. 미국 ≪타임≫지는 2013년 의 인물로 프란치스코 교황을 선정했는데 ‘겸손한 자세’로 변화의 물결에 동참해 새로운 천주교 수장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고 선정 이유를 밝혔다. 실제로 프란치스코교황은 선출 직후부터 교황의 권위 같은 것은 던져버리고 몸을 낮춰 사람들에게 다가가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그는 2013년 열린 교황 즉위 미사 강론에서 겸손하고 낮은 자세로 모든 피조물, 특히약자를 보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날 미사에서 교황은 차에서 내려 병자를 축복하고, 경호원이 데려온 아기에게 입을 맞추는 등 성경 속 예수를 떠올리는 모습을 보였다.

평생을 약하고 어려움에 처해있는 사람들에게 소탈하고 겸손하게 다가갔던 프란치스코 교황의 모습은 지난해 한국을 방문했을 때도 이어졌다. 공항에 환영 나온 많은 군중들 속에서 세월호 유족을 만나자 손을 잡아주며 위로의 말을 건넸고 광화문 시복미사 때는 차에서 내려 유족의 손을 잡아주어 세계의 이목을 모았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한국에 있는 동안 힘 있고 높은 사람들보다는 어렵고 고통 받는 사람들과 함께하는데 더 많은 시간을 보냈다. 그는 교황으로서의 권위나 격식이 아닌, 겸손의 리더십으로 오늘날 종교를 불문한 세계인의 마음을 얻고 있다.

03. 조현아 前부사장의‘ 땅콩 회황’사건으로 대한항공의 사명도 입방아에 오르내리고 있다. ⓒ연합콘텐츠

그런데 높은 지위에 올라있는 사람일수록 권력의 맛 에 빠져들기 쉽다. 자신의 권위를 최대한 활용하여 지시와 통제로 사람들을 끌고 가려고 생각한다. ‘자기를 낮춰서 어떻게 강력한 리더의 역할을 할 수 있겠는가’라고 반문하기도 한다. 이들은 겸손을 강조하는 사람들을 비웃으며 지위가 부여한 힘으로 조직이나 사람들을 이끌고 가려 한다. 그러나 이는 낡은 사고이다. 이제 사람들은 더이상 그런 리더십에 힘을 실어주지 않는다. 겸손함이 힘이 되는 세상이다.

04. 음성 꽃동네 방문한 프란치스코 교황. 지난 해 한국을 다녀가면서 우리 국민에게 깊은 인상을 남긴 그는 겸손한 리더십의 전범이라 할 만하다. ⓒ연합콘텐츠 05. 한국방송광고공사가 마련한‘노(勞)랑사(使)랑 함께하는 코바코 모닝카페’는 노사간 소통 강화를 위해 CEO를 비롯한 경영진이 직 접 참여하여 직원들에게 아침식사를 제공하고 임직원이 함께 식사를 나누는 화합의 장으로마련됐다. ⓒ연합콘텐츠 06.『 도덕경』. 노자는『도덕경』제66장에서 성인은 자신을 낮추는 태도로 백성을 통치해야한다고 강조했다. ⓒ한국민족문화대백과

사회변화는 겸손한 리더십을 요구한다

겸손한 리더십은 자신의 입장만 고집하지 않고 타인의 입장에서 생각하려고 노력하며 타인을 배려한다. 리더들이 흔히 범하기 쉬운 잘못은 자신의 판단만이 옳다는 집착이다. 특히 자기의 노력으로 성공한 리더일수록 자기 확신이 강한 경향이 있어서 일을 함에 있어 독선으로 빠질 위험이 크다. 그러나 오늘날의 환경에서 이같은 리더십은 한계가 뚜렷할 뿐 아니라 심지어 위험하기까지 하다. 현대사회는 워낙 다양하고 복잡해서 리더 혼자서 중요한 판단이 나 결정을 내린다면 많은 무리가 따르게 되어있다. 자신의 지식과 경험의 한계를 인정하며 자기보다 더 나은 전문가들이나 현장경 험 이 많은 실무자들의 의견을 충분히 들으며 결정을 내려야 한다. 리더가 성공한 것은 자신의 인생일 뿐이지 그의 경험이 결코 만고불변의 진리가 될 수는 없는 것이다. 우리는 큰기업의 CEO들이 고집스럽게 밀어붙인 사업이 실패로 끝난 사례들을 많이 들어왔다. 자신의 생각은 일단 뒤로 하고, 귀를 열고 더 많은 의견들을 경청하는 것이 오늘날의 리더가 갖추어야 할 태도이다.

결국 겸손한 리더는 소통을 할 줄 알아야 한다. 자신의 생각에 대해 다른 사람들은 어떠한 의견을 갖고 있는지를 가슴을 열고 주고받아야 하고, 그 같은 쌍방향 소통의 결과를 겸허히 받아들이는 노력이 필요하다. 그런데 리더들 가운데는 자기 얘기만 열심히 해놓고는 ‘열심히 소통하지 않았느냐’고 반문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소통에 대한 잘못된 이해이고, 겸손하지 못한 자세이다. 소통은 자신의 생각을 타인에게 주입하려는 것이 아니라, 피드백을 통해 자신을 성찰하고 고쳐나가는 지점까지 이를 때 비로소 의미가 있 는 것이다.

시대는 권위와 격식에서 벗어난 겸손의 리더십을 요구하고 있다. 세상이 달라졌는데 과거시대의 고리타분한 고정관념에만 갇혀 있는 리더십은 사람들의 동의를 얻지 못한 채 도태될 수밖에 없다. 그것이 어느 곳이든 리더십이라는 것은 사람들의 마음을 얻지 못하면 실패할 수밖에 없고, 그 리더가 제 역할을 할 수 없음은 당연한 얘기이다. 권위에만 의존하여 군림하고 다스리려는 리더십으로 사람의 마음을 과연 얻을 수 있을까? 변화된 사회에서 진정힘있는 것은 제왕적 리더십 이 아니라 자기를 낮추는 겸손한 리더십이다. 자기를 낮출 때 사람들의 마음이 그 낮은 곳으로 흘러들어올 것이다.

 

글. 유창선 (시사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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