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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집의 얼굴‘창호窓戶’, 다양한 모습으로 내외공간을 소통하다
작성일
2015-04-01
작성자
문화재청
조회수
7192

집의 얼굴‘창호窓戶’, 다양한 모습으로 내외공간을 소통하다. 집을 짓고 집을 드나들기 위해서는‘ 문門’을 설치하고 채광과 환기, 조망을 하기 위해서는‘창窓’을 달아야 한다. 문과 창은 서양건축의‘door’와‘window’이다. 그러나 우리 건축에서는 ‘문門’과‘창窓’이 아니라 ‘문’과 ‘창호窓戶’라 하 여 서양건축과 다르다. 우리의 집은 집터 둘레를 담장과 행랑채로 둘러막고 그 안에 안채, 사랑채, 별당, 정자, 광채 등의 채棟들을 짓고, 채와 채 사이를 사잇담(間墻)과 행랑들로 막는다. 그리고 이들 채들은 다시 방이나 마루, 부엌, 광 등 의 간間들로 분화되어, 우리의 집은 채棟와 간間의 분화分化를 이루게 되며, 자연스럽게 채를 둘러 싼 크고 작은 마당들이 생긴다. 01. 경주 독락당(보물 제413호) 계 정. 독락당 옆쪽 담장에는 좁은 나무로 살을 대 어 만든 창을 달아 이 창을 통해서 앞 냇물을 바라보게 한 것은 아주 특별한 공간구성이라 할 수 있다. ⓒ문화재청

문門과창호窓戶는 어떻게 다른가?

‘문’과 ‘창호’의 ‘문門’은 바로 집터 밖에서 집터 안의 마당으로 들어서는 ‘대문大門’이 나, 이 마당에서 저 마당으로 드나들 때 채에 설치한 ‘중문中門’이 나, 사잇담에 세운 ‘일각대문一脚大門’을 말하는 것으로, 일반적으로 두짝의 문짝으로 이루어진다.

‘창호窓戶’는 ‘창窓’과 ‘호戶’를 합친것으로, ‘호戶’는 바로 ‘지게문’이 다. 지게문은 마루에서 방으로 드나드는 곳에 설치한, 두꺼운 종이로 문짝 안팎을 싸 바른 외짝 문을 말한다. 그러나 외짝 지게문만이 아니라 마당에서 방이나 마루로, 또 마루와 방, 방과 방을 드나드는 곳에 설치한 모든 문짝들을 ‘호戶’에 포함시킨다. 즉 우리의 창호窓戶는 우리집의 채棟에 설치한 모든 창窓과 외짝 지게문(戶)이나 두짝 이상의 문門들 모두를 말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들 문과 창호를 만든 목수木手는 서로 다르다. 즉 소목장小木匠은 창호를 짜고, 대목장大木匠은 문을 제작한다.

02. 조선중기 성리학자인 여 헌 장현광이 살았던 모원당. 툇간 양쪽은 판문으로 막았고 마루 뒤쪽은 판벽에 쌍여닫이 판장문을 달았다. ⓒ두피디아 03. 경주 독락당 담장의 살창. 이 살창은 독락당과 담장 밖, 터 아래로 흐르는 계류의 모습을 독락당 내부공간으로 끌어들여 담장밖 자연 공간 모두가 독락당 뜰이 되게 한다. ⓒ문화재청 04. 목가구(전통창호) 기능보유자 김재중. 김재중이 제작한 전통 창호는 절제된 비례미와 화려한 장식성을 바탕으로 전통 건축의 아름다운 자연미를 더욱 돋보이게 한다. ⓒ문화재청

창호의 열고 닫는 방법(開閉法)은 여러 가지이다

그 종류로는 안쪽으로 열고 닫는 ‘안여닫이(內開)’, 밖으로 열고 닫는 ‘밖여닫이-바깥여닫이(外開)’, 홈대를 따라 양쪽으로 열고 닫는 ‘가로닫이(橫開閉)’가 있으며, 이 가로닫이에는 ‘미서기’와 ‘미닫이’가 있다. ‘ 미서기’는 문 한 짝을옆에 있는 문짝에 붙여 홈대를 따라 열고 닫는것이고, 미닫이’는 한 홈대에 끼운문짝들을 좌우로 밀어 열고 닫는 문이다. 또 문짝들을 들어 들쇠에 매달아 열고, 들쇠에서 내려 닫는 ‘들어열개’ 등 여러 열고(開) 닫는(閉) 방법이 있다. 이들 방법에 따라‘ 안여닫이창’, ‘안여닫이문’, ‘밖여닫이창’, ‘밖여닫이문’, ‘미서기창’, ‘미서기문’, ‘미닫이창’, ‘미닫이문’, ‘들어열개창’, ‘들어열개문’이 라 한다.

05. 달성 태고정(보물 제554호). 측면에 널벽을 두른 뒤 쌍여닫이 골판문을 달았다. ⓒ문화재청

창호의 모양새는 집의 표정을 풍부하게 한다

창호의 모양새는 살(대)짜임이 없는 창호와 창문짝에 살(대)짜임을 짜넣는 창호로 나뉜다. 그리고 살대의 살(대)짜임무늬에 따라 서로 다른 모양의 창호가 만들어지고, 이 들 다양한 창호들은 집의 얼굴표정을 풍부하게 한다.

살(대)짜임이 없는 창호로는 부엌이나 광채에 설치하는 ‘판장문板長門’이 있다. 폭이 좁고 긴 두꺼운 판자(널판)를 수직으로 띳장에 붙여 만든 문이다. 다음 ‘골판문骨板門’은 두꺼운 널판 대신 얇고 넓은 널판을 두 장 정도 문울거미에 고정시킨 문이다. 이 골판문은 방과 대청의 옆 벽이나 뒷 벽에 설치하거나, 또는 고방庫房의 출입문으로 설치한다.

한편 부엌 부뚜막 위와 광채의 벽체에는 ‘살창’을 단다. 살창은 살대들을 수직으로 울거미에 꽂아 세워 짜고 창호지를 바르지 않는다. 살대와 살대 사이로 환기와 통풍, 채광을 한다

또 살대짜임이 없 이 문짝 양 면 전체를 두꺼운 종이로 싸 바른 창호를‘맹장지盲障子’, ‘갑창甲窓’, 또는‘흑창黑窓’이라 하는데 지게문이 나 미닫이창이 드나드는 곳에 고정 설치하는 두껍닫이로 쓰 이고, 사대부집에서는 빛을 완전히 차단하는 창호, 즉 갑창-흑창으로 쓰인다.

창호에 살대를 짜 넣는 살(대)짜임은 여 러 가 지 모양이 있고, 그 살(대)짜임의 이름에 따라 창호의 이름이 정해진다. 살(대)짜임은 ‘띠살’, ‘아자亞字살’, ‘완자卍字살’, ‘용자用字살’, ‘정자井字살’, ‘숫대살’, ‘빗살(交, 斜窓)’, ‘만살빗살’, ‘격자빗살(滿斜窓戶, 格子斜窓戶)’, ‘솟을빗살’, ‘귀자貴字살’, ‘귀갑龜甲살’, ‘꽃살(주로궁궐, 사찰등의 창호)’이 있고, 이들이 곧 ‘띠살창’, ‘띠살문’, ‘아자(살)창’, ‘아자(살)문’등이 된다.

사대부집의 대청마루에서 방으로 드나드는 곳에는 독특한 ‘불발기창호’를 설치한다. 문짝의 중앙에 네모, 팔모, 원형의 울거미를 짜고, 그 울거미 안쪽을 ‘아자살’. ‘정자살’, ‘완자살’등의 살(대)짜임을 한 후, 울거미 밖의 문짝 양면 모두를 두꺼운 종이로 싸 바른다. 이들 불발기창호는 보통 네 짝에서 많게는 여 섯 짝을 설치하는데, 두 짝씩을 접어, 들쇠에 매달아 방과 대청의 두 공간을 하나의 큰 공간으로 확장시킨다. 또한 사대부 집에서는 창호의 제일 밖 에 두 짝 바깥여닫이 ‘덧창(대부분 띠살창호)’, 그 안으로 모기나 파리들이 들어오지 못하도록 막으면서 통풍이 되는 두 짝 미닫이 ‘사창紗窓’, 그 안쪽으로 두 짝 미닫이 쌍창(용자살, 아자살, 완자살 등), 그다음 마지막으로 두 짝 미닫이 ‘갑창(흑창)’을 설치한다. 그리고 제일 바깥여닫이 덧창 위에 ‘문렴자門簾子’를 치고, 때로는 방 안 의 갑창 위에 치기도 한다. 문렴자는 속에 솜을 넣고 양면을 피륙으로 마감한 지금의 커튼과 같은 것으로, 낮에는 노비奴婢가 말아서 발고리에 매달았다가 저 녁이 되면 다시 풀어서 덧창을 덮어 한기寒氣를 막고 또한 빛을 차단하여 개방성開放性과 폐쇄성閉鎖性이 공존共存케 한다.

06. 부안 내소사 대웅보전(보물 제291호)의 꽃살. 창호에 살대를 짜 넣는 살(대)짜임 중 꽃살은 주로 궁궐, 사찰 등의 창호에 쓰인다. ⓒ문화재청 07. 합천 해인사 장경판전(국보 제52호) 벽의 살창. 앞벽은 윗창이, 뒷벽은 아랫창이 작다. ⓒ문화재청 08. 칠산서원(충청남도 문화재자료 제102호). 정면에는 띠살문, 뒷면에는 골판문을 달았다. ⓒ문화재청

우리 창호의 이런 저런 성격

창호는 집채의 방과 방사이, 방의 앞 뒤 옆 벽면, 주간柱間마다 설치되고, 이들 각 창호들의 서로 다른 살짜임으로 집 채(棟)는 풍부한 모양의 입면立面을 이루게 된다.

특히 사대부집에서는 안채, 사랑채, 별당, 정자, 행랑채(棟) 등의 여러 채棟들과 이들 각 채棟의 방과 마루 등 수많은 간間들 모두에 창호가 설치됨으로, 공간마다 서로 다른 모양을 이루게 하면서도 각 공간들은 독립적인 공간이 되게 한다. 또한 방과 방 사이, 방과 마루사이의 창호들은 이들 각 공간들이 서로 이어지는 공간의 연속성連屬性을 가지게 하며, 나아가 커다란 하나의 공간으로 확장케 한다.

창호의 살짜임 무늬는 다양한 모양의 창호를 이루게 하는 것은 물론, 주제의 반복과 변화에서 오는 율동성律動性을 가지게 한다. 한공간의 창호 살짜임 무늬는 다른 공간 창호의 살짜임 무늬로 반복되거나, 다른 살짜임 무늬로 변화되어 공간마다 다양한 모양으로 율동한다. 또한 같은 살짜임 무늬는 창호뿐만 아니라 외부공간의담장, 굴뚝 등의 장식무늬로 다시 나타남으로써 주제의 반복에 의한 공간정서의 통일성을 갖게 한다.

우리의 집은 기단을 형성하고 기단위에 초석을 놓고, 기둥을 세워 도리와 보로 결구하고, 지붕틀 위에 기와를 덮어 지붕을 이루는 목조가구식구조木造架構式構造로, 집채가 대지大地즉 자연自然과 분리된듯하나, ‘들어열개’라는 독특한 창호의 개폐법開閉法으로 곧 자연과 하나가 된다. 대청, 별당, 정자 등의 분합문들을 접어 들쇠에 매달면 그 순간부터 대지와 분리되었던 공간의 폐쇄성閉鎖性은 곧개방성開放性을 이루어 자연과 하나가 된다.

우리의 집은 옛날부터 춥고 긴 겨울을 나기 위한 온돌과, 무더운 여름을 지나기 위한 마루의 두가지 바닥구조를 이루어 왔다. 온돌은 공간의 폐쇄성을 요구하였고 마루는 공간의 개방성을 요구하여, 항상 폐쇄적 공간과 개방적 공간이 한집채에 공존共存케 하였다.

우리 창호는 창호지를 창의 겉에 바르는 중국(일부)이나 일본의 호지법糊紙法과는 달리 창호지窓戶紙를 창호의 안쪽에 바른다. 따라서 우리집은 외적外으로는 선적구(線的構)을 하고 내적內的으로는 면적구성面的構成을 한다. 기단과 밑인방, 도리, 처마, 용마루의 선들과, 기둥, 지붕골의 선들은 모두 창호 살대의 선들과 함께 선적구성을 하고, 방안의 창호지, 벽지, 장판지, 천장지 등은 모두 면적구성을 하게 한다.

우리 창호는 우리집의 내부공간에 독특한 공간정서空間情緖를 이룬다. 창살과 창살 사이로 은은히 비치는 햇빛, 때로는 소쇄瀟灑한 기분이나 때로는 아기자기한 정을 불러 일으키고, 달 밝은 밤이면 처마의 뜰에 심은 벽오동, 석류, 파초 잎들의 그림자를 받아들여한 폭의 묵화墨畵를 이룬다. 그리고 낮이나 달 밝은 밤, 창호지에 던지는 처마의 그림자나, 살대 그림자의 두께를 보면서 시간의 흐름을 알게되고, 곧이어 정갈한 사차원 공간에 내가 있음(自在)을 깨닫게 한다.

우리 창호의 창호지는 빛과 함께 자연의 소리를 투과한다. 처마에서 떨어지는 낙수소리(落水-音), 한 여름날 행랑 바깥마당 느티나무에서 구성지게 울어대는 매미소리, 가을날 뒤뜰 감나무의 까치소리,깊은 밤 툇마루 아래의 귀뚜라미 소리, 나뭇잎새 소리 등등 유정有情,무정無情의 자연의 모든 소리가 창호지를 투과함으로써 인공 공간인 방은 곧 자연과 융합한다. 우리의 창호는 집 자체에 설치될 뿐만아니라, 외부공간의 담장에도 설치된다. 창호는 이 마당과 저 마당을 서로 서로 융합하게 하고, 나아가 자연과 하나가 되게 한다.

서울 안국동 윤보선 前대통령가의 안채와 별당(안사랑)채 사잇담에 설치한 긴 교창交窓은 안마당과 별당(안사랑)마당을 서로 융합시키며, 경주 독락당獨樂堂냇가 담장의 살창은 독락당과 담장 밖, 터 아래로 흐르는 계류溪流의 모습을 독락당 내부공간으로 끌어들이는 차 경借景의 부차俯借로, 곧 담장 안의 뜰만이 독락당 뜰이 아니라 담장 밖 자연 공간 모두가 독락당뜰이 되게 한다. 즉 우리의 집을 자연과 하나 되게한다. 자연으로부터 할애割愛받은 자연 공간은 여러개의 인공 공간인 채棟와 간間으로 분화하고, 이들 채와 간으로 분화하였던 공간들은 다시 하나의 통합된 공간, 곧 집이 되어 자연과 융합되는 것이다. 이는 바로 우리 창호가 있기에 그러한 것이다.

 

글. 주남철 (고려대학교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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