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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디지털 한글 시대와 공병우 세벌식 타자기
작성일
2015-04-01
작성자
문화재청
조회수
6531

디지털 한글 시대와 공병우 세벌식 타자기. “연중사, 빨리 좀 타자 쳐 와!” 김중령이 큰 소리로 부탁한다. 연중사 책상에는 타자를 칠 문서들이 수북이 쌓여있다. 김중령 기안문서는 내용이 복잡하고 영문이 많이 섞여있어 타자치기가 어렵다. 마침 연중사가 타자 치고 있던 문서는 영문 서류이다. “내가 이 영문서류 타자칠테니 연중사가 김중령님 기안문서 좀 쳐주라.” 몇 달 전에 임관된 이소위는 유엔군사령부와 육군본부에서 통역장교로 근무중이다. 이소위가 연중사가 치던 영문 서류를 타자하고, 연중사는 순식간에 김중령의 기안문서를 완성한다. 01. 공병우 세벌식 타자기(등록문화재 제552-1호). 공병우가 개발한 세벌식 타자기의 최초 양산 모델로, 미국의 언더우드(UNDERWOOD)사에 생산을 의뢰하여 수입한 것이다. ⓒ문화재청

우여곡절 많았던 한글자판 국가표준 제정

지금으로부터 47년 전 인 1968년, 육군본부에는 정부방침에 따라 한글타자기가 새로 보급됐다. 수정된 자판 기준에따라 네벌식 타자기가 들어왔다. 군대나 상업고등학교에서는 수정된 KS규정인 네벌식 자판을 가진 타자기로 교육을 받게 됐다. 그러나 ROTC 출신인 이소위는 대학생 때 시중에 가장 많이 보급된 세벌식 타자기로 타자를 배운 것 이다. 영문자판은 한글 세벌식이나 한글 네벌식이나 같으므로 영문서류는 이소위가 대신 쳐줄 수 있었다. 60~70년대에는 이와 비슷한 상황이 많이 있었다.

당시 회사에서는 공병우 세벌식 타자기와 김동훈 오벌식 타자기의 두 종류를 사용했다. 빠른 속도와 정확성을 자랑하는 세벌식 자판과 속도는 느리지만 글꼴 모양이 예쁜 오벌식 자판이 용도에 맞추어 사용됐으므로 상업고등학교에서도 두 한글자판을 모두 교육시켰다. 그러나 정부에서 한글자판 국가표준을 정한다고 새로 만든 것 이 네벌식 자판이다. 공병우 세벌식의 장점인 속도와 김동훈 오벌식의 장점인 미려도를 골라서 자판을 만든 것이 아니고 속도도 느리고 한글 음절 모양도 예쁘지 않은 네벌식 자판을 제작한 것이다. 당연히 이 네벌식은 사용자의 외면을 받았고, 못생긴 음절 모양에 속도까지 느린 네벌식 표준 자판은 군대나 정부기관에서 주로 사용했다. 사실 한글에 관한 표준규격 제정은 문화부에서 주관한 한글폰트 표준 제정을 제외하고는 문제점이 많았다. 한글 자판 문제, 한글 코드 문제가 대표적인 실패작으로 평가된다.

02. 03. 현재 사용하고 있는 표준 자판은 자음과 모음으로 이루어진 두벌식 배열이지만 공병우 타자기의 자판은 세벌식 배열로써, 글쇠에 자음과 모음 외에 받침까지 추가되어 있다. 이는 초성·중성·종성으로 나누어지는 훈민정음 창제의 원리가 타자기의 글쇠로 구현된 것이다.ⓒ문화재청

가로쓰기 실용적 한글 타자기

이원익, 송기주가 한글 타자기 발명의 최초라면 가로쓰기 실용적한글 타자기는 공병우가 최초 발명자라 할 수 있다. “이교수, 이 교수는 뚱뚱하니까 매일 아스피린 한 알씩 드세요”라던 공병우 박사의 목소리가 귀에 아련하다. 공업진흥청이 주관한 컴퓨터용 한글코드 표준 규격이 잘못 제정되어 현대 맞춤법에 맞는 한글 음절 1만 1,172자 중에서 20%인 2,350자만 사용할 수 있도록 된 것을 한글음절의 100%인 1만 1,172자 모두 사용할 수 있도록 고치라고 ‘한글 살리기 운동’을 할 때 인쇄와 출판산업 분야에서는 한국전자출판연구회, 한글 통신 분야에서는 엠팔, 한글과 국어국문학 분야에서는 국어정보학회, 한글과컴퓨터를 비롯한 컴퓨터 분야, 그리고 한글 기계화의 태두 공병우 박사 등이 주동이 되어 1980년 대 중반부터 대정부 설득에 앞장섰다.

04. 故공병우 박사. 국내 최초의 안과 의사이자 세벌식 타자기 개발자이다. ⓒ국립한글박물관

요새는 갤럭시폰과 아이폰의 한글이 같은 것이 당연하다. 한국산 노트북과 중국산 노트북의 한글코드도 같다. 맥컴퓨터 한글과 삼성컴퓨터 한글코드도 같다. 삼성컴퓨터 한글과 LG컴퓨터 한글이 같다. 그러나 1980년대는 맥컴퓨터 한글과 삼성컴퓨터 한글이 달랐고 삼성컴퓨터, 현대컴퓨터, 금성(LG)컴퓨터, 삼보컴퓨터, 세운상가컴퓨터 한글이 각기 달랐다. ‘어느 컴퓨터나 어떤 단말기에서도 같은 방식으로 완전한 한글을 출력할 수 있 는 한글코드 제정’이 목적이었으므로 ‘디지 털시대의 한글 살리기 운동’의 성공은 개인용 컴퓨터는 물론 스마트폰에서도 현대한글 음절 1만 1,172자를 모두 표현할 수 있게 하였다.

매일 더 진보된 모습으로 IT기 기가 나타나도 우리는 수천 년 활자역사가 있기에 콘텐츠가 무궁무진하다는 장점이있다. 유구한 역사성을 지닌 우리 한글 활자가 스마트 모바일기기의 지원 등 다양한 힘을 얻는다면 막강한 경쟁력을 가지게 될 것이다.

한글코드에는 자판코드(한글입력코드), 한글처리코드, 폰트코드(한글출력코드)의 세 가지가 있다. 그러나 자판코드의 표준규격이 아직까지 제 대로 된 규격이 제정되지 않고 있다. 1992년에 “이교수, 한글코드 표준규격을 한글 음절 1만 1,172자가 100% 다 구현되는 규격으로 바꾸는데 성공했으니, 이제부터는 한글자판 표준규격도 과학적인 세벌식으로 바꾸는데 함께 노력하자”고 하신 공병우 박사의 말씀대로 한글자판 표준규격을 과학적이고 인체공학적인 세벌식으로 개정시키는데 한글을 사용하는 우리모두가 적극 노력해야 할 것이다.

 

글. 이기성 (한국전자출판교육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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