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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예를 갖추어 노는 양반놀이, 승경도陞卿圖
작성일
2015-02-11
작성자
문화재청
조회수
8159

승경도란 조선시대 양반들이 놀았던 윷놀이라고 보면 된다. 이는 조선시대 양반가에서 소학의 가르침에 따라 자제들에게 교육을 실시하였는데 그중 승경도는 놀이를 통한 학습방법으로 학문을 익혀 과거에 급제하여 관직에 오르는 꿈을 키워주기 위함이고 벼슬자리가 많고 복잡하여 외우기가 어려우므로 놀이를 통하여 자연스럽게 습득하도록 한 것이다.

 

개편된 관직을 알리기 위해 만든 놀이

우리나라에서 승경도를 처음 만들어 사용한 사람은 하륜(河崙, 1347~1416)이다. 하륜은 이성계가 조선을 건국할 때 많은 도움을 준 문신으로, 진산부원군을 지냈으며 음양, 의술, 성경, 지리 등에도 정통하였고 태조실록을 찬수한 인물이다.

정승 하륜이 승경도를 만들게 된 계기는 조선 중기에 성현(成俔, 1439~1504)이 지은『용재총화』에 나타난다. 이 책에 의하면 새로이 관제를 개편하면서 많은 관직을 쉽게 알리는 방법을 궁리하던 중 사찰에서 스님들이 성불도라는 놀이를 하는 것을 보고 그 방식에 대입시켜서 만들었다고 한다. 그러므로 승경도는 성불도에서 비롯되었다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승경도판은 세 개로 분류하는데 큰 것에는 관직이 300여 개가 넘게 적혀있고, 작은 것에는 150개, 보통은 180개의 관직이 적혀있다. 그 짜임새를 살펴보면, 가운데가 내직, 즉 궁궐 안의 벼슬이고 바깥 사방에는 외직, 즉 지방 관아의 수령으로 짜여있으며, 내직 오른쪽 상단에는 벌칙이 자리 잡고 있다.

승경도에 사용되는 윤목은 일명 숫자방망이라 부른다. 오각형의 윷에 모서리마다 눈금이 새겨져 있는데 하나는 ‘도’, 둘은 ‘개’, 셋은 ‘걸’, 넷은 ‘윷’, 다섯은 ‘모’라 한다. 윷목을 던지면 한 모서리가 위로 올라와 그 숫자를 읽을 수 있다. 말은 다섯 개로 방위를 상징한다. 즉 동서남북과 중앙을 뜻하며 색깔로는 동쪽이 붉은색, 서쪽이 백색, 남쪽이 파랑색, 북쪽이 검정색, 중앙이 노란색으로 벼슬을 하기 위하여 사방에서 모여든다는 뜻이다.

 

예절을 중요시하는 놀이방법

놀이를 시작하기 전에 먼저 편을 나누는데 두 명 이상 다섯 명이 가장 이상적이고 사람이 많으면 편을 두 편으로 나누어 놀기에 적당하다. 누가 먼저 놀 것인가를 가위 바위 보로 순서를 정한다. 윷목은 반드시 굴려야 한다. 시작은 초입문에서 한다(예로 윤목을 굴려 윷이 나오면‘3무과’로 말을 움직이고, 모가 나오면‘14문과’로 움직인다). 한 자리에 두 개의 말이 들어갈 수 있으며 상대방의 말을 잡는 일은 없으며, 윷·모가 나와도 두 번 노는 일은 없다. 도가 나오면 벌칙을 받는데 관직이 높을수록 벌이 큰데, 도가 나올 경우 적혀있는 숫자만큼 쉬었다가 놀 수 있다. 고위직(정, 종1품 이상)에서 개가 나오면 파직되는데, 파직될 때는 파직되기 전 직책을 알고 있어야‘환용’이 나왔을 때 파직되기 전 관직으로 돌아갈 수 있다. 파직된 말은 잘못하면 계속 벌을받게 되고 사약을 받으면 지게 된다. 영의정에서 모가 나오거나, 사궤장에서 윷·모, 봉조하에서 걸·윷·모가 나오면 퇴임하여 이기게 된다. 놀이 중에 중앙관직에 있다가 지방 관직인 외직으로 나가기도 하는데 열심히 노력하여 다시 중앙관직인 내직으로 돌아온다. 그런데 이렇게 외직에 갔다가 내직으로 들어오면 관직이 높게 올라가는 예가 많기 때문에 외직으로 나갔다고 실망할 필요는 없다.

승경도

 

승경도는 양반놀이이므로 어떤 규칙보다도 예를 갖추는 것을 중요하게 여긴다. 시작할 때는 양반자세로 마주 앉아 남자는 왼손이 위로 여자는 오른손이 위로 하여 공수를 하고 고개를 숙여 공손히 인사를 하며, 놀이가 끝났을 때는 놀이기구를 정리한 다음 시작할 때와 같이 공수하고 공손히 인사하고 끝마친다. 또한 어른들끼리 놀이를 할 때에는 이긴 자에게 축하주를 따라주고, 가족이 놀 때는 아이들에게 전통 차 한 잔을 따라주어 이긴 자를 축하하고 가족 모두가 웃음으로 끝낼 수 있는 분위기를 마련 할 수 있다. 벌칙은 과하지 않아야 하고 이겼을 때 이긴 자는 성취감을 느낄 수 있도록 하며 진 사람에게는 잘할 수 있다는 격려를 해준다.

 

글 인설현 (우리전통놀이연구발전회 회장 일러스트 최미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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