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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재 기고

제목
갑옷의 혁신, 정지장군의 갑옷
작성자
안보연 학예연구사
게재일
2017-12-29
주관부서
국립문화재연구소 문화재보존과학센터
조회수
4780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갑옷은 누구의 것일까? 바로 고려 말 정지장군 갑옷(보물 제336호)이다. 1963년에 보물로 지정된 정지장군의 갑옷은 철판과 원형 쇠고리를 연결하여 만든 경번갑(鏡幡甲)으로, 2011년 ‘정지장군환삼’에서 ‘정지장군 갑옷’으로 한 차례 명칭이 변경되었다. 하동정씨종친회가 소유하고 있으며, 현재는 광주 시립민속박물관에서 관리하고 있다.

조응록(趙應祿)이 집필한 《죽계일기(竹溪日記)》에는 ‘1593년, 광주의 김덕령 장군이 담양부사 이경린을 삼례에서 만날 때 천근이나 되 보이는 쇠갑을 입고 있었는데, 그것이 과거 정지장군의 갑옷’이라고 기록하고 있다. 그리고 1915년에 간행된 전라남도광주공립보통학교(광주서석초등학교 1911년 당시 교명)의 《향토사료》에도 갑옷에 대한 내용이 전한다.《향토사료》는 일종의 사회과교재로 정지장군 갑옷의 흑백 사진자료와 함께 간단한 설명이 실려 있다. ‘500여 년 전의 철갑(鐵甲)으로, 종가에서 잘 보관하고 있으며 고려의 정지장군의 갑옷이고, 정충신은 그의 9대손이다’ 등의 내용이다. 이 짤막한 유물 설명에 등장하는 그의 후손 정충신도 임진왜란과 정묘호란 당시의 명장으로 활동했다. 참고로 광주 금남로 이름의 주인공 금남공이다.

정지장군 갑옷은 세로 7.5∼8㎝, 가로 5∼8.5㎝의 사다리꼴 철판의 가장자리에 구멍을 뚫고 지름 1㎝의 철고리로 연결하여 갑옷을 만들었으며, 아래로 내려갈수록 크기가 큰 철판을 사용하여 전체적인 형태가 내려가면서 넓어지는 형태를 갖는다. 깃과 몸판, 소매부분의 사슬 배열 방향을 바꾸어 엮으면서 마치 옷감으로 옷을 짓듯이 각 구성부분을 구별하여 제작한 점도 주목할 만하다. 이외에도 결실 부분에 새로운 철판을 덧대어 철못을 박거나 쇠고리를 엮어 보수한 흔적도 고스란히 남아 있다.

이 갑옷은 현전하는 가장 오래된 갑옷일 뿐만 아니라 가장 혁신적인 갑옷이 아닐까 한다. 유물은 반소매가 달린 형태로 전체길이는 약 61㎝, 화장 약 39㎝, 품 62㎝, 소매 길이 26.5㎝, 무게는 약 8.8kg 정도이다. 갑옷을 걸쳐보지 않은 사람으로서 가벼운 무게는 아닐 것 같다는 생각도 들지만, 종전의 철갑이 30~40kg였으니 그야말로 혁신적인 무게가 아닐 수 없다. 길(몸판)과 소매의 길이는 비교적 짧고, 몸통 부분은 철판을 배치하고 어깨와 소매 부분은 철고리만을 연결하여 무게를 줄여 보호성과 활동성을 높였다. 화약 개발로 인한 전술 변화로 갑옷의 활동성에 대한 요구가 커졌고, 갑옷의 경량함은 기마술 못지않게 중요한 역할을 했다. 정지장군 갑옷과 같이 쇠사슬을 엮어 만든 경번갑은 ‘팍스 몽골리카’에서 시작되었으며, 중국, 일본, 인도 등 아시아 전역을 비롯하여 유럽지역에서도 나타난다는 점도 흥미롭다.

정지장군 갑옷은 재질 특성상 유물 표면에 철녹이 심해 1984년 국립문화재연구소에서 긴급 보존처리를 실시하였다. 30여년이 지나 국립문화재연구소 문화재보존과학센터는 내년에 이 유물을 재회한다. 5년에 한 번씩 점검하는 문화재청의 국가지정문화재 정기조사 결과, 갑옷의 붉은색 철녹을 다시 제거해야 한다는 판단이었다. 향후 보존처리 과정은 물론이고 갑옷 제작 기술에 대한 여러 연구 성과가 새롭게 밝혀지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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