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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재 기고

제목
극락행 하이패스 이야기로 지켜낸 논산의 문화유적
작성자
이창훈 연구원
게재일
2018-06-14
주관부서
자연문화재연구실
조회수
1081

  이번 석가탄신일에도 여느 해 못지않게 전국 주요 사찰마다 인산인해를 이루었다. 우리 충청남도에는 백제 시대 유적을 중심으로 한 세계유산 등 유적이 많지만 그중 논산을 빼놓고는 이야기할 수 없다.

‘논산’하면 보통 육군훈련소를 가장 많이 떠올리게 된다. 또 삼국통일을 위해 계백과 김유신이 마지막까지 격전을 벌인 황산벌이 영화와 함께 유명세를 얻기도 했다. 하지만 논산의 자랑거리로 유명한 불교유적들도 빼놓을 수 없다.

  이를 증명하듯 논산에 살던 사람이 죽은 뒤 저승에서 염라대왕을 만나면, 세 가지 질문을 받게 된다는 재미난 이야기가 있다. 첫 번째로 “관촉사 은진미륵을 보았느냐?”, 둘째로 “개태사 무쇠솥을 보았느냐?”, 마지막으로 “강경의 미내다리를 보았느냐?”라는 질문이다.

  위의 세 가지 질문에 모두“예”라고 대답하면, 그 사람의 살아생전 짊어졌던 죗값에 대한 경중을 따지지 않고 염라의 권한으로 극락행 특혜를 주었다고 한다.

얼마나 대단한 곳이길래  이 세 곳을 보는 것만으로도 극락행이 가능했던 것일까?

 먼저 관촉사 은진미륵은 올해 4월 20일 고려 시대 불교 조각 중 당시 충청도에 유행하던 지방색이 강한 불교양식의 월등한 가치를 인정받아 보물에서 국보로 승격되었다.
 
마곡사(麻谷寺)의 말사이자 논산의 대표사찰인 관촉사(灌燭寺)는 반야산의 가파른 지형을 따라 가람을 배치했다. 산기슭의 나무수풀 사이에 놓인 진입로를 따라가다 보면 2층 규모의 명곡루(明谷樓)가 나타난다. 그 아래를 통과하면 넓은 경내가 펼쳐지는데, 고개를 들어 오른쪽을 바라보면 무려 아파트 6층 높이에 달하는 국내최대 석조불상인 은진미륵과 마주하게 된다. 몸에 비해 큰 부처님의 얼굴과 소박한 이목구비, 높이 18.12m의 화강암으로 만들어진 은진미륵이 주는 위압감은 불교 신자가 아니더라도 경외심을 불러일으키기에 안성맞춤이다.

  개태사(開泰寺)는 고려 왕건이 후백제를 정벌한 기념으로 세운 사찰이다. 근래에 수행된 여러 차례 발굴조사 자료에 의하면 고려 초에 만들어진 개태사는 현재의 개태사 자리로부터 북쪽방향 400m가량 떨어진 곳에 있었다고 한다.

  무쇠솥은 고려가 망한 후 개태사가 폐허로 벌판에 방치되어 있다가 1887년(고종 24) 정해년 대홍수 때 연산읍까지 떠내려 갔다는 기록이 남아있다. 현재 개태사는 일제강점기에 재건된 후 오늘에 이르며, 무쇠솥은 개태사 경내 우주각으로 불리는 건물에 의해 보호되고 있다. 최근 2016년에는 지름이 3m에 이르고 높이도 1m나 되는 거대한 무쇠 솥을 사용했을 것으로 추정되는 대형 아궁이터가 발굴되어 당시 사찰의 규모를 추정하는데 귀중한 성과를 거둔 바 있다.

  미내다리는 조선 시대 무역의 거점 중 하나인 강경포구의 일대에 설치되었던 다리이다. 강경천의 과거 이름인 미내천에서 미내다리라고 불렸다. 현재 국립공주박물관에 보관된 「은진미교비(恩津渼橋碑)」에는 1731년(영조 7년)에 강경에 살던 송만운(宋萬雲)이 주동이 되어 황산과 여산 지역의 다섯 부자의 재물을 모아 1년 만에 다리를 완성하였다는 미내다리의 축조배경과 관련한 기록이 남아있다.

  미내다리는 무지개 모양으로, 길이 30m, 너비 2.8m, 홍예의 가장 높은 부분이 4.5m로 조선후기 삼남일대에서 큰 규모로 알려졌다. 전통기법을 사용한 돌다리 종류 중에서 예술적인 미가 가장 뛰어난 홍예교는 불교에서는 속세에서 부처님의 세계로 넘어오는 성스러운 다리라는 의미로 해석하기도 한다. 실제로 미내다리를 밟으면, 하천에서 불어오는 바람을 가리고 하늘을 향해 한 계단 한 계단 오르는 듯한 느낌이 들기도 한다.

  조선후기에는 미내천을 가로질러 충청도와 전라도를 잇는 이름 있는 돌다리였지만 현재는 박물관의 유물처럼 강변에 덩그러니 남아 안타까움이 더해진다.
 
 최근 은진미륵의 국보승격, 개태사의 국가급 문화재로서의 가치 재조명 등 여러 복원에 대한 노력이 열매를 맺고 있는 것을 보면 논산에 전해지는 이 이야기는 우리 조상들이 이 세 유적의 중요성을 일깨우려 우리에게 전하려한 시간을 초월한 메시지인지 모른다.

 극락에 가고 싶은 논산 사람들은 은진미륵과 개태사 무쇠솥, 미내다리를 꼭 둘러보고 후손들도 극락의 복을 누릴 수 있도록 지금까지 온전히 지켜냈어야 했을 것이다. 이러한 노력이 오늘날까지 우리 고을의 문화재의 가치를 지켜낸 원동력이라 할 수 있다.

 언젠가 논산에 들르면 우리도 이 메시지에 동참해야 극락에 갈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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