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트위터 페이스북
제목
동래야류 - 중요무형문화재 제18호
작성일
2009-03-05
작성자
문화재청
조회수
4843



우리나라는 그리 넓은 편은 아니나 남북에 걸쳐 가면극이 여러 개 분포되어 있다. 북쪽에는 함경도에 북청사자놀음이 있고 황해도에는 해서가면극들, 즉 강령, 은율, 봉산에 탈춤이 집중되어 있다. 중부지역에는 양주별산대와 송파산대놀이가 있으며, 동해안쪽에는 강릉 관노가면극과 구룡포의 호탈굿놀이가 있으며, 안동에는 하회별신굿 탈놀이도 있다. 남부지역에는 통영, 고성, 가산, 진주, 김해, 마산 등지에 오광대 탈놀이가 있고, 부산에는 야류라 불리는 가면극이 전승되고 있는데, 동래야류와 수영야류가 그것이다. 이들은 대부분 이미 중요무형문화재로 지정이 되어 민족의 문화 자산으로 보호를 받고 있다. 동래야류는 이 지역 예술이 집적된 선 굵은 가면극 동래야류의 역사가 정확히 얼마나 오래되었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근대에 와서 가면극에 대하여 맨 먼저 관심을 보인 민속학자 송석하의 글(1933년)을 보면 약 60년 전에 합천의 밤마리에서 부산의 수영으로 전파되고, 동래는 수영에서 배워 가면극을 놀은 것으로 기록하고 있으니 그것대로 계산하면 1870년대 초반이 된다. 그러나 현지의 옛사람들은 그보다는 한 100년은 앞설 것으로 보고 있으니, 그렇다면 동래야류의 역사는 200년이 훨씬 넘는다. 경남 지역의 가면극놀이를 보면 낙동강을 중심하여 강의 서쪽에 위치하는 지역의 가면극은 오광대五廣大라 하고, 강의 동쪽에 위치한 지역에서는 야류野遊라고 불러왔다.

야류든 오광대든 간에 모두가 합천의 밤마리에서 출발해 왔고, 그 내용도 거의 같은데 어찌하여 이렇게 명칭이 달라졌는가 하는 데 대해서는 여러 가지 견해를 보이기도 하지만, 경남의 서쪽지역에서는 다섯 광대가 주류를 이룬다 하여 오광대라 불렀고, 동쪽지역인 부산에서는 이 놀이가 주로 들판에서 놀아졌다고 하여 야류라는 이름으로 굳혀졌다고 보고 있다. 야유野遊가 야류라고 불리고 있는 것은 현지인들이 부르기 쉽도록 발음 한 데서 비롯되었다. 그밖에도 이 놀이를 밤에 놀았다고 하여 야유夜遊라 불렀으며, 또 극의 내용이 말뚝이가 양반을 조롱한다고 하여 야유揶揄라 하기도 했고, 지배층인 양반들이 하층민들을 괴롭혔으므로 이를 응징하기 위해 쇠를 두드리듯 두들겨 주고 싶은 심정에서 야유冶遊라 하기도 했다 한다. 먼저 길놀이로 신명 돋우는 보름날의 축제

동래야류는 이 지역 보름날의 마을 축제였다. 설을 쇠고 나서 정월 초사흗날이 되면 마을의 농악꾼들이 모여 지신밟기를 한다. 보름에 놀 야류와 줄당기기(줄다리기란 말이 있지만 현지에서는 이 말을 쓰지 않고 ‘줄땡기기’라 하는데 본고에서는 ‘줄당기기’로 표기한다.)의 공연경비를 마련하기 위해서였다. 한편으로는 손재주가 있는 사람들이 모여 가면극 놀이에 쓰일 가면을 만들고, 전날 밤에 길놀이에 들고 나갈 청사초롱과 여러 모형의 등을 만든다. 우리나라에서는 가면극 놀이를 할 때, 놀이 전에 마을을 한 바퀴 도는 길놀이를 한다. 풍물을 앞세우고 가면을 덮어 쓴 광대들이 우스운 모습으로 마을을 돌아 가면극이 공연됨을 알렸던 것이다. 사람들을 유인하여 공연장으로 모이도록 하려는 의도인 것이다. 이 길놀이도 지역에 따라 노는 규모와 동원되는 인원, 들고 나오는 소품에 있어 차이가 많이 났는데, 동래야류를 위한 길놀이는 아마도 타의 추종을 불허할 만큼 크고 화려하고 성대했었다. 보름날 낮이 되면 길놀이꾼들이 말바우골(현 동래 온천2동)이나 만년대(현 명륜동 동래중학교 자리)에 모여 약 2km 정도 떨어져 있는 동래시장 앞의 패문련(문루) 마당으로 행진해 가는데 풍물꾼들은 풍악을 치고, 나머지 사람들은 손에 청사초롱을 들고서 흔들고 춤추며 간다. 맨 앞에 영기令旗를 든 사람이 서고, 큰 청사초롱 두 개를 앞세우며, 그 뒤로 그해의 간지干支에 해당하는 동물의 등을 만들어 메고 간다. 그해가 소띠면 소 모양의 등을 만드는 것이다. 그뿐만 아니라 행렬의 군데군데에 큼지막하게 만든 일산등 무지개등 용등 봉등 학등 거북등 포도등 가마등이 배치되며, 갑옷차림의 말을 탄 중군이 호위를 하고, 말 위에 오른 팔선녀(기생)가 연화등을 들고 노래 부르며 간다. 이때 기생들의 말고삐는 한량들이 잡아준다. 그 뒤로 수양반 차양반 등의 오광대가 분장한 채 따르고, 가마를 탄 할미, 우마차를 탄 또 다른 기생과 한량들이 장구를 치며 난봉가와 양산도를 부르며 따른다. 인근 마을의 농악대도 합류하여 신나게 풍악을 친다. 아마 이렇게도 화려한 길놀이패가 이 세상 또 어디에 있을 것인가! 놀이마당에 장작불은 타오르고 밤이 되어 놀이패가 놀이마다에 당도하면 놀이마당 가운데에 세워둔 큰 장대에서 줄을 내려 길놀이꾼들이 들고 온 청사초롱과 모형등을 매달아 공중으로 올린다. 이것은 놀이마당을 밝혀주는 조명등이 되는 동시에 놀이장을 아름답게 꾸며주는 장식품이 되는 것이다. 야류가 공연되려면 한밤중이 되어야 하므로 그 동안에 관중들이 나와서 신명나는 덧배기춤으로 군무를 추기도 하고, 각자 장기가 있으면 스스로 나와서 노래나 만담을 하기도 한다. 우스운 동작으로 춤을 추기도 했었는데, 학춤 장기춤 배춤 궁둥이춤 구불춤 요동춤 곱추춤 등이 인기가 있었다 한다. 밤이 깊어 가면 추우므로 이쪽저쪽에 장작불을 피워 추위를 막기도 하고 자리를 밝혀주기도 한다. 이때쯤이면 아이들과 부녀자들은 돌아가고 오늘의 주 놀이인 동래야류 가면극이 펼쳐진다.

밤 깊은 달밤에 동래야류의 춤과 해학이 첫째마당은 문둥이마당으로 문둥이탈을 쓴 두 사람이 나와 천추의 원한을 삭이지 못해 불만과 불운에 대한 넋두리를 춤으로 표출한다. 조상이 행세께나 하는 양반이었는데, 지은 업보가 많아 후손이 문둥이가 되었다는 설정이다. 다분히 통탄과 울분이 응어리져 있는 모습이다. 해서탈춤이나 산대놀이에서는 문둥이춤이 없다. 그런데 남부지역 가면극에서만 이 문둥이춤이 등장하는 것은 아마도 경상도쪽에 문둥이가 많았기에 그들의 원한과 통분을 표출하려고 넣은 것 같다. 그런데 수영야류에는 이 문둥이춤이 없고 대신에 사자춤이 들어 있는 것이 특색이다. 둘째마당은 양반마당이다. 수양반과 차양반 모양반 넷째양반 종가도령의 오광대와 말뚝이가 나와 재담을 벌인다. 양반들의 춤은 자유분방하고 활개사위와 배김새가 큰 것이 특색이다.

특히 양반을 조롱하는 말뚝이는 춤사위가 아주 활달하고 마편을 흔들어대는 품이 아주 위협적이다. 양반들의 묻는 말에 상욕을 섞어 일일이 양반들이 곤욕을 치르도록 만드니 반항적인 기절이 다분하다. 셋째마당은 영노마당인데 영노란 반인반수의 가상의 동물로 양반을 잡아먹으려 대들므로 양반이 죽을 고비를 당한다. 넷째마당은 할미 영감마당. 난봉이 난 영감이 할미를 버리고 방랑생활을 하다가 제대각시를 첩으로 만들어 집으로 돌아오니 어찌 분란이 없겠는가. 전통사회의 처첩관계가 가정의 분란을 만들어내는 전형을 보인다. 할미의 질투에 찬 투박한 춤사위와 기생출신인 제대각시의 나긋한 춤사위도 무척 대조적이다. 각시와 영감이 어울려 추는 대무對舞도 볼만하다.

전날 밤엔 동래야류 보름에는 줄당기기 야류가 끝이 나면 자정을 넘는다. 사람들은 가면극의 재미에 도취되어 자리를 뜰 줄 모른다. 그래서 가면극은 끝이 나도 또 여흥을 즐겼던 것이다. 이것은 소위 오늘날 말하는 뒤풀이인 것이다. 요즘은 시간 관계로 잘 안 하지만 옛날에는 여흥마당을 했었는데, 원양반이 가운데 서서 오독독이타령을 선창하면 나머지 배역들이 둘러서서 사설을 주고받으며 즐겼다. 그밖에 고사리타령도 부르고 동래에서만 췄던 요동춤을 추었다. 이 춤은 하늘을 보고 뒤로 누워 팔과 다리를 짚고 배를 위로 뜨게 하는 동작인데, 잘 못하면 벌칙을 받는다. 벌칙은 손과 팔을 땅에다 짚고 상하운동을 하게 하는데, 다분히 방사의 모습이 연상되어 사람들을 웃긴다. 동래의 보름 축제에 가장 큰 종목은 길놀이와 야류, 그리고 줄당기기인데, 보름 전날 밤에 길놀이와 가면극놀음을 하고, 보름날에는 모든 군민이 다 동원되는 줄당기기를 하는 것이다. 동래의 이 축제는 일제의 강압 때문에 1935년에 단절이 되었다. 그러다가 1965년에 동래야류를 재현하여 제6회 민속예술경연대회(덕수궁)에서 대통령상을 받고, 1967년에 중요무형문화재 제18호로 지정을 받았다. ▶글·사진|배도식 부산시 문화재위원 ▶사진ㅣ국립민속박물관, 하회동탈박물관, 부산민속예술보존협회

만족도조사
유용한 정보가 되셨나요?
만족도조사선택 확인
메뉴담당자 : 대변인실
페이지상단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