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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무명씨의 민화, 고유의 아름다움으로 삶을 그리다
작성일
2017-10-31
작성자
문화재청
조회수
3567

무명씨의 민화, 고유의 아름다움으로 삶을 그리다 - 서민들이 행복과 장수, 번영과 명예를 기원하며 그린 예술작품, 민화. 과거에는 정통 순수회화의 범주에서 벗어나 천시돼 왔던 무명씨의 그림들이었지만, 이제는 우리의 귀중한 전통 문화유산으로 대접받고 있다. 민화를 통해 우리 민족의창의성과 시대상을 엿볼 수 있는 동시에서민들의 생활감정과 미의식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좌측 상단)정승희 작가의 <까치호랑이>,  (우측 상단)아트놈 작가의 <작호도 속 캐릭터>   (좌)서울시 무형문화재 제18호 민화장 전수교육조교 정승희(귀자)  (우)팝아트 아트놈 작가

민화, 고유한 매력에 끌리다

민족의 삶과 신앙, 그리고 특유의 풍류를 담고 있는 민화는 익살스럽고, 소박하고, 자의성을 지니는 것이 특징이다. 보고 있으면 마음이 절로 편안해지고 정겨움마저 전해진다. 시기는 서로 다르지만, 정승희 전수교육조교와 아트놈 작가는 민화에 강한 끌림을 느꼈다.

정승희 전수자 | 제가 민화와 인연을 맺은 지 어느덧 40년의 세월이 흘렀습니다. 민화와의 첫 만남은 매우 강렬했습니다. 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우리 전통 민화의 아름다운 색채와 해학적이고 진솔한 면에 깊이 매료되었죠. 1982년 김만희 선생님을 만나게 되었고 그때부터 선생님께 민화를 배우기 시작했습니다. 1996년에 김만희 선생님이 서울시 무형문화재 제18호 민화장으로 선정되신 후, 제가 전수자로 지금까지 활동하고 있습니다. 국제교류협회 주최로 1991년 일본에서 첫 개인전을 여는 행운이 찾아왔었는데요. 심혈을 기울여 엄선한 50여 점의 작품이 전시 이틀 만에 모두 판매되면서 가장 한국적인 그림이 가장 세계적이라는 것을 한 번 더 깨닫게 됐습니다.

아트놈 작가 | 전 대학에서 한국화를 전공했습니다. 학창 시절 민화를 접하긴 했습니다만, 당시에는 전수교육조교님처럼 강렬한 인상을 받지는 못했습니다. 나이를 좀 먹고 우연히 민화를 다시 보게 됐는데, 학창 시절에 봤을 때랑은 사뭇 다르더군요. 끌림을 느꼈다고 할까요? 민화에 담긴 해학성과 자유로움 등은 제가 하고 있는 작업과도 연관성을 찾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2009년 무렵부터 민화를 작품에 접목하기 시작했습니다. 제가 창조해낸 만화적 캐릭터들이 민화의 주요 소재인 ‘십장생도’나 ‘일월오봉도’, ‘모란도’ 등 속으로 들어가 어우러지면서 해학적인 분위기를 자아낸 것이죠. 잠시나마 관람객들이 제 그림을 통해 일상의 고민을 잊고 즐거움 속으로 빠져들길 바랐습니다.

01_ 정승희 작가의 <책가도> 02_ 전통 민화의 색채는 자연에서부터 시작된다. 03_ 전통 방식의 기법을 유지하면서도 동시대의 가치를 담고자 다양한 도전을 거듭하는 정승희 작가.

우리네 삶의 염원과 꿈을 담다

민화는 그림 속에 그려진 대상에 따라 다양한 뜻이 담겨 있다. 꽃과 함께 한 쌍의 새가 그려진 ‘화조도’는 행복한 부부 생활을, 까치와 호랑이를 소재로 한 ‘작호도’는 액운을 막아준다는 의미가 있다. 재치 있고 독특한 매력을 가진 민화는 상징하는 것에 따라 좋은 에너지가 깃들어 있어 집안의 가장 잘 보이는 곳에 걸어 두곤 했다.

정승희 전수자 | 민화는 독특한 채색과 문양, 그리고 그 속에 담긴 동양적 철학과 인간 내면의 진솔한 표현이 사람들에게 감동을 줍니다. 인간이 상상하는 자유로운 세계가 민화 속에 담겨있습니다. 정통화가들은 격조 있고 능란한 화풍을 구사하면서도 보이지 않는 전통의 굴레에서 벗어나기 힘들어했습니다. 반면 무명의 서민화가들은 어떤 권위에도 구애받지 않고, 또 어떤 규범에도 얽매이지 않으면서 자유로움을 화폭에 그려 넣었습니다. 굳어진 관습을 넘나들었으며 그 형식을 재구성했고, 이를 통해 다채롭고 풍요로운 예술세계를 펼쳐낼 수 있었습니다. 익살스럽고 소박한 형태, 파격적인 구성, 강렬한 색채 대비는 민화만이 가진 고유한 아름다움입니다.

아트놈 작가 | 제 캐릭터가 자연스럽게 작품 속에 융화될 수 있는 것을 찾다 보니 민화가 제격이다 싶었죠. 전통 민화풍의 그림 속에 토끼 소녀 캐릭터가 등장하는 식이에요. 무엇보다 많이 활용한 민화는 ‘모란도’ 시리즈입니다. 어렸을 때부터 꽃을 좋아하기도 했고 꽃은 아름다운 색을 다양하게 표현할 수 있는 대상이니까요. 민화와 마찬가지로 제 작품에도 ‘선’이 부각됩니다. 그런 형식적인 부분도 통하는 지점이 있죠. 유쾌하고 낙관적인 요소, 즐거움과 재미를 추구하는 것도 민화와 상통한다고 봐요. 앞으로는 전통 민화와 현대 팝아트의 요소를 접목하는 작업을 통해 예술과 대중 사이의 거리를 좁히고 과거와 현재 사이의 접점을 찾고자 합니다.

04_ 일월오봉도와 아트놈 작가의 캐릭터가 함께한 작품 05_ 팝아트 작업을 하면서도 민화 고유의 장점을 살리고자 하는 아트놈 작가. 06_ 모란도를 좋아하는 만큼 아트놈 작가의 작품에는 화려한 색채의 꽃이 자주 등장한다.

민화, 세계적인 콘텐츠로 우뚝 설 수 있길

전통은 그것대로의 가치가 있고 또 지켜나가야 함이 분명하다. 하지만 모든 예술작품이 그러하듯 예술에는 시대상이 반영되고 작가의 사상이 스며있다. 민화도 마찬가지다. 조선의 민화와 오늘날의 민화가 똑같기만 하다면 발전적인 방향으로 진일보할 수 없다. 전통은 끊임없는 시도와 고민 속에서 맥을 단단히 이어나가는 것이다.

정승희 전수자 | 한국 화단에서는 민화의 재창조에 대한 시도가 꾸준히 있어 왔고 선두에 선 화가들의 노력으로 지금은 대중 문화에 깊이 자리 잡을 수 있었습니다. 그런 점에서 아트놈 작가의 작업은 매우 의미 있습니다. 전통을 이어가는 전수자로서 제가 해야 할 역할은 우리 문화유산으로서 전통 민화의 맥을 온전히 계승하고, 작가로서 창의성과 동시대의 가치를 담아 조금씩 발전시켜 나가는 것입니다. 민화의 예술성과 가치를 널리 알려 많은 사람들이 민화라는 우리 전통의 미술을 더 많이 접하고 사랑할 수 있게 노력하겠습니다.

아트놈 작가 | 제가 민화에서 가장 주목한 점은 ‘한국적’이라는 점입니다. 대학에서 동양화를 공부한 것도, 또 민화라는 소재를 제 작품에 사용하게 된 것도 어쩌면 우리의 것을 지키고자 하는 책임감과 소명의식이 작용했을지 모르겠습니다. 민화에 대해 공부하기 위해 여러 자료를 찾아봤지만, 아쉽게도 일반인들이 볼 수 있는 자료가 많지 않은 것 같아 아쉬움이 컸습니다. 이는 굴곡진 우리의 역사와도 관련이 있겠죠. 현재 중국이나 대만 같은 아시아권으로 진출을 준비 중인데, 이런 활동이 민화의 발전을 위해 미약하게나마 힘이 되길 바랍니다. 또 장인들과의 콜라보레이션을 통해 우리의 예술을 더욱 널리 알릴 수 있는 기회가 꼭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글‧한율 사진‧안지섭,최충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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