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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조선의 냉장고 ‘석빙고의 과학’
작성일
2019-07-30
작성자
문화재청
조회수
17854


조선의 냉장고 ‘석빙고의 과학’ 현대인들은 여름철 무더위가 시작되면 누구나 냉장고 속 시원한 얼음과 아이스크림 그리고 선풍기와 에어컨 등을 떠올릴 것이다. 이것은 더위를 이기려는 한 방법이다. 그렇다면 우리 조상들은 이러한 무더위를 어떻게 견뎌냈을까? 우리조상들도 냉장고가 있었을까?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냉장고는 아니지만 냉장고 역할을 하는 ‘석빙고(石氷庫)’가 있었다. 현대인의 생활필수품인 냉장고는 냉기나 얼음을 인공적으로 만드는 기계 장치이지만, 석빙고는 겨울에 보관해두었던 얼음을 봄·여름·가을까지 녹지 않게 효과적으로 장기간 보관하는냉동 창고로 자연환경을 활용한 입지선택과 효과적인 단열설계 등 과학기술이 집약된 과학문화재이다.01. 보물 제305호 안동 석빙고 빙실내부. 석빙고는 효과적인 장빙을 위해 입지선택은 물론 반지하에 홍예구조로 축조하는 등 과학적인 설계와 시공이 적용되었다.ⓒ문화재청


석빙고(石氷庫)란?

석빙고는 겨울철에 채집한 얼음을 여름철에 사용할 수 있도록 장기간 보관하는 창고로 화강암을 방형으로 다듬은 뒤 반원형의 무지개꼴로 쌓은 구조물인 홍예(虹蜺, arch) 형태로 축조한 전통과학 문화재이다. 석빙고는 효과적인 장빙을 위해 입지선택은 물론 반지하에 홍예구조로 축조하였으며 좁은 입구, 배수로, 환기 구멍을 갖추는 등 과학적인 설계와 시공이 적용되었다. 현존하는 석빙고는 경주(보물 제66호), 안동(보물 제305호), 창녕(보물 제310호), 청도(보물 제323호), 현풍(보물 제673호), 영산(보물 제1739호), 해주(북한 국보 제69호) 등 7기이며, 모두 조선시대에 축조 또는 개축되었다.

석빙고

장빙의 역사적 배경

우리나라에서 얼음을 보관하기 시작한 것은 『삼국유사』에 신라 유리왕이 얼음 저장 창고를 지었다는 기록과『삼국사기』에 신라 지증왕 6년(505년) 11월에 왕이 얼음을 저장하게 했다는 기록에서 찾아볼 수 있다. 또한 신라에는 얼음 창고에 관한 일을 맡아 보던 빙고전(氷庫典)이란 관아가 있었다.


고려시대에 얼음을 보관하여 사용한 기록으로는 『고려사』에 나타나는데, 3대 정종 때 얼음 배급 시기를 음력 4월 입하로 한 기록이, 문종 3년(1049년)에는 법으로 해마다 6월부터 입추까지 얼음을 나누어준 기록이 보인다.


조선 태조는 서울 한강 가에 얼음 창고를 만들었는데, 1396년 둔지산(屯智山) 밑에 서빙고(西氷庫)를 두고, 두모포(豆毛浦)에 동빙고를 두었다.동빙고는 왕실의 제사에 쓰일 얼음을 보관했고, 서빙고는 왕실과 고급 관리들의 음식이나 고기 등의 저장용이나 의료용 또는 식용 얼음을 공급했다. 조선시대의 빙고는 정식 관청이었으며, 얼음의 공급 규정은 경국대전에 엄격히 규정될 만큼 얼음의 공급[頒氷]은 중요한 국가 행사였다.



장빙 기술인 「석빙고」

한겨울의 얼음을 보관했다가 쓰는 기술을 장빙이라고 했다. 여름과 겨울의 차이가 많이 나는 우리나라는 옛날부터 이러한 장빙 기술이 크게 발달하였다. 장빙 기술인 석빙고는 현재 7개가 남아 있는데, 남한에 경주, 안동, 창녕, 청도, 현풍, 영산 등 6개가 북한 해주에 1개가 남아 있다. 그중 가장 완벽한 것이 바로 경주의 석빙고이다.


보물 제66호 경주 석빙고는 영조 14년(1738)에 만들어진 것으로, 입구에서부터 점점 깊어져 창고 안은 길이 14m, 너비 6m, 높이 5.4m의 규모이다. 석빙고는 온도변화가 작은 반지하 구조로 한쪽이 긴 봉토 고분 모양이며, 외부의 공기를 줄이기 위해 출입구의 동쪽이 담으로 막혀 있고 지붕에 구멍이 뚫려 있는 구조이다. 지붕은 2중 구조로 바깥쪽은 단열 효과가 높은 진흙으로, 안쪽은 열전달이 잘되는 화강암으로 만들었다. 천장은 아치형으로 5개의 기둥에 장대석이 걸쳐져 있고 장대석이 걸친 곳에는 밖으로 통하는 환기 구멍 3개가 나 있다.



02. 보물 제66호 경주 석빙고. 국내에 석빙고는 현재 7개가 남아 있는데, 그중 가장 완벽한 것이 바로 경주의 석빙고이다. ⓒ문화재청



석빙고의 과학 원리

현재 우리나라에 남아 있는 석빙고의 홍예구조는 돌재료인 화강암을 이용하여 견고성을 유지하고 내부의 용적을 극대화하도록 축조되었다. 또한 석빙고 내부는 온습도 변화가 작고 바람이 거의 유입되지 않는 구조를 갖추고 있어 단열성이 우수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러한 석빙고의 과학 원리를 좀 더 자세히 살펴보자! 경주 석빙고의 경우 환기 구멍은 아래쪽이 넓고 위는 좁은 직사각형 기둥 모양인데, 이렇게 함으로써 바깥에서 바람이 불 때 빙실 안의 공기가 잘 빠져나오는 것이다. 즉, 복사열로 데워진 공기와 출입구에서 들어오는 바깥의 더운 공기가 지붕의 환기 구멍으로 빠져나가기 때문에 빙실 아래의 찬 공기가 오랫동안 머물 수 있어 얼음이 적게 녹기 때문에 겨울에 저장된 냉기를 여름철까지 보존할 수 있었던 것이다.


석빙고는 지붕에 잔디를 심어 태양 복사열을 차단하였고, 내부 바닥 한가운데는 5° 경사지게 배수로를 파서 얼음에서 녹은 물이 밖으로 흘러 나갈 수 있는 아주 과학적인 구조를 갖추고 있다.


석빙고 내부 일러스트

석빙고 내부 축냉을 위해서는 얼음 저장량 조절은 물론 얼음 사이에 고효율의 단열재를 사용하는 것이 중요하였다. 선조들은 석빙고의 얼음을 왕겨나 짚으로 쌓아 보관했는데, 이것은 왕겨나 짚이 단열 효과를 높이기도 하지만, 얼음이 약간 녹으면서 융해열로 주변 열을 흡수하게 되므로 왕겨나 짚의 안쪽 온도가 낮아져 그만큼 얼음이 장기간 보관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석빙고는 자연 그대로의 순환 원리에 맞추어 계절의 변화와 돌·흙·바람·지세 등을 활용하여 자연 상태에서 가장 효과적으로 얼음을 오랫동안 저장할 수 있는 구조로 되어 있다. 이러한 시설은 세계적으로도 드문 것으로 조상들의 과학적인 지혜를 듬뿍 엿볼 수 있는 것이다.



글. 윤용현 (국립중앙과학관 과학유산보존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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