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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재 기고

제목
겨울에 꽃을 피우는 '제주의 한란'
작성자
손지원 학예연구사
게재일
2017-12-22
주관부서
국립문화재연구소 자연문화재연구실
조회수
4708

한란(寒蘭)을 한자 그대로 살펴보면 추운 겨울에 꽃을 피우는 난초라는 의미로 보통 늦가을에서 초겨울 사이에 꽃을 볼 수 있다. 한란(Cymbidium karan Makino)은 난초과의 상록 여러해살이풀로 우리나라에서는 제주도 한라산의 남쪽 상록수림에 주로 자라며 그 수가 적고 일상에서 꽃을 쉽게 보기 어려워 더 귀하게 느껴지는 식물이다. 제주도가 예전부터 한란의 자생지였음은 1775년 조선 영조 때 제주목사로 부임한 신경준(申景濬, 1721~1781)의 저서 『여암유고(旅菴遺稿)』에서 ‘우리나라에는 오직 제주에만 일경다화성의 혜(蕙, 일반적으로 한 꽃대에 여러 송이 꽃이 달리는 난초는 혜(蕙), 한 꽃대에서 한 송이 꽃이 달리는 난초는 난(蘭)을 의미)가 있다’로 유추해볼 수 있다. 한란에 대한 근대 기록은 1937년 일본 난초 연구가 고하라에이치로(小原榮次郞)가 화보집에 제주도에 한란이 분포한다는 기록과 1964년 제주도 향토식물연구가 부휴종(夫宗休)이 한란의 종류를 구분한 내용이 있다.

난초는 예로부터 선비와 시인들의 사랑을 받아왔으며 특유의 청초함과 향기를 묘사한 글과 그림이 많다. 난초를 뜻하는 이름들은 향기와 관련된 것들이 많은데 수향, 연미향, 제일향 등 다양한 이름만큼 향이 주는 매력 또한 크다. 혹시 난초의 향기가 궁금한 독자를 위해 고려후기 문인인 이제현(李齊賢)의 시로 묘사를 대신하고자 한다. “일찍이 여항(餘杭)이란 곳에 있을 때/ 난초 한 본을 선물로 주는 이가 있어/ 그것을 받아 놓고/ 찾아온 손님과 한참 대화에 취하여/ 난화의 향기가 있는 것을 깨닫지 못하다가/ 밤이 깊어 오래도록 앉아 있으려니 달은 창에 비쳐 드는데/ 난화의 향기가 코를 찌른다!/ 맑고도 아름다운 향기는 마음으로 사랑할 뿐이요/ 도저히 말로 형용할 수 없었다”(『역옹패설(櫟翁稗說)』 중).

이중에서도 제주의 한란은 추운 때 꽃을 피우는 특색과 더불어 부드러운 잎과 은은하고 맑은 향을 지녀 난초 중에 최고로 친다. 전체 길이는 30~70cm정도이고 잎은 아름다운 곡선을 이루되 가장자리가 매끈하며, 하나의 꽃대에 여러 개의 꽃이 달리는 것을 특징으로 한다. 꽃의 색은 하나로 고정되지 않았으며 자색, 붉은색, 푸른색, 황록색 등 저마다 달라 하루 종일 쳐다보아도 질리는 법이 없다.

하지만 동양난 중에서 최고의 관상 가치를 지닌 한란은 그 아름다움으로 인해 무분별한 불법채취가 이루어졌고 자연 상태에서 번식이 어렵다는 특성 또한 멸종위기를 가속화 시키는데 영향을 미쳤다. 한란을 보호하기 위해 문화재청은 1967년 식물 중에서는 유일하게 종을 천연기념물로 지정(제 191호 제주의 한란)하였고 이후 2002년에 ‘제주 상효동 한란 자생지’를 천연기념물 제432호로 추가 지정하여 관리해오고 있다. 이러한 대처가 있었기에 문화재 지정초기에는 한란을 보호하고 자생지내 많은 개체를 확보할 수 있었다. 다만, 과거에 비해 한란의 개체수가 상대적으로 풍부해졌고 대량증식 기술이 발전함에 따라 무조건적인 이용을 금지하기 보다는 ‘제주 월령리 선인장(천연기념물 제429호)’의 활용사례처럼 한란에 대한 현명한 보존과 이용을 위한 방안이 무엇일지 새로운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

겨울의 초입에서 유난히 날이 춥다고 느껴질 때, 한겨울 숲에서 푸른 잎을 거두지 않는 향기로운 한란을 생각하며 오늘도 두 발, 단단하게 딛고 나아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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