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페이지 경로
기능버튼모음
본문

문화재 기고

제목
실험으로 되살아나는 고대의 제철기술
작성자
이은우
게재일
2018-05-31
주관부서
국립중원문화재연구소
조회수
1538

 철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전 인류가 가장 널리 사용한 금속이다. 일상생활에서 단 하루라도 철로 만들어진 물건을 접하지 않을 수 없을 정도로 그 영향이 지대하다. 인류 문명의 발전은 철과 함께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그렇다면 고대인들에게 철은 어떤 의미였을까? 당시 치열한 국가 간의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철의 생산은 국가의 유지와 생존을 위한 필수 요소였다. 철기문화의 전파와 발전의 흐름은 4세기 백제의 대규모 철 생산유적인 진천 석장리유적이나 충주 칠금동유적을 비롯한 다수의 생산시설과 전국각지에서 출토된 유물을 통해 꾸준히 연구가 이루어져 왔다.
 하지만 정작 원료인 철광석이나 사철(砂鐵)을 녹여 쇠를 불리고 이를 두드리거나 다시 녹여 쇳물을 뽑아내는 고대 제철의 핵심기술은 여전히 비밀에 싸여 있다. 고대 제철에 대한 기술사적 자료가 남아있지 않고 제철유적의 조사에서도 노(爐) 등의 시설물은 대부분 파괴된 상태로 발견되고 있어 기술 해석에 어려움이 따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를 극복할 수 있는 방안으로서 최근 고고학적 자료를 근거로 한 복원 실험과 과학적 분석의 유기적인 융복합연구가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어 고무적이다. 국립중원문화재연구소에서는 2014년 고대 제철기술을 복원하는 실험연구를 진행하고 있는데 백제시대 철 생산 시설인 충주 칠금동유적의 발굴조사와 함께 직접 철을 제작하는 실험을 수차례에 걸쳐 실시하고 있다.
 실험과정을 살펴보면 우선 칠금동 유적에서 확인되는 제철유구를 바탕으로 백제시대 사용했을 것으로 추정되는 노를 복원하는 것이 첫번째 단계이다. 충주의 칠금동 유적에서 확인된 노는 제련과 단야에 사용했을 것으로 보이며 특히 제련로의 하부구조와 지반을 다지는 시설들이 확인되기도 하였다. 복원된 실험용 노를 제작한 후 여기에 숯과 철광석을 집어넣고 바람을 불어넣어 1,200℃ 이상의 열로 광석을 녹여 철을 만들어 내는 것이 두번째 단계이다. 이때 생성된 철은 불순물이 많아 다시 가열하고 두드려 불순물이 적은 덩이쇠(철정)를 만들며 형태를 다듬어 철기를 제작하는 것이 마지막 공정에 해당한다. 이 과정에서 철뿐만 아니라 불순물이 혼합된 슬래그 등도 함께 만들어지게 되는데 이들의 성분과 미세조직 등을 과학적으로 분석하여 제철기술의 해석이 가능하게 된다. 이처럼 고고학적 발굴조사를 근거로 한 실험과 현상을 구현하고 분석하는 연구를 진행하면서 베일에 싸여있던 고대의 기술이 점차 모습을 드러내는 것이다.
⁕ 제련 : 광석을 녹여 금속을 만드는 작업
⁕ 단야 : 철괴 등을 뜨겁게 달구고 두드려 철제품을 만드는 작업

 과거에는 발굴조사를 통해 드러난 유물을 중심으로 연구가 이루어졌다면 이제는 고고학, 재료학 등 다양한 분야의 연구자들이 함께 철을 만들고 고대의 제철기술을 밝히기 위해 머리를 맞대고 고민하며 의견을 공유하고 있다. 말 그대로 문화재를 대상으로 한 융복합연구이며 최근 활발하게 실시되고 있는 복원실험과 학계에 보고되고 있는 연구결과는 이의 가능성을 증명하고 있다.
 고대 제철기술이 곧 국가의 권력을 상징하였듯이 우리 기술에 대한 융복합연구가 우리 미래 성장의 동력이 될 수 있다. 옛 것이라고 지나쳤던 문화재가 새로운 시도와 도전이 가능한 매력적인 대상으로 탈바꿈하는 것이다. 눈을 크게 뜨고 내 주변의 문화재를 다시 한 번 살펴볼 일이다.
 국립중원문화재연구소는 올해도 어김없이 제철복원실험을 실시한다. 실험일은 9월 14일(금)로 예정되어 있으며 누구나 자유롭게 관람할 수 있는 행사가 될 것이다. 힘차게 돌아가는 풀무소리와 높이 2.5m의 노에서 뿜어져 나오는 뜨거운 열기 앞에서 잠시나마 백제 제철장인의 순간을 느껴보는 것은 어떨까?
⁕ 풀무 : 쇠를 녹이거나 달구기 위해 노에 공기를 불어넣는 기구

첨부
만족도조사
유용한 정보가 되셨나요?
만족도조사선택 확인
메뉴담당자 : 대변인실 한승훈
페이지상단 바로가기